프랑스 다국적기업 사노피는 백신 연구·제조 역량을 확대하고, 미래 팬데믹 위험성 대응능력을 높이기 위해 총 6억1000만유로를 투자해 첨단(state-of-the-art) 백신 제조공장 1곳과 연구소 1곳을 설립한다는 청사진을 16일 발표했다. 이 중 백신 공장 건설에 투입되는 재원은 4억9000만유로(5억5400만달러)다. 지난해 12월 폴 허드슨 회장이 내놓은 기업 경영전략의 연장선이다.
허드슨은 이날 “프랑스를 백신 연구·제조의 세계적인 허브 가운데 한 곳으로 올려놓을 것”이라며 프랑스 남동부 리옹(Lyons) 광역시 북쪽에 위치한 누빌레 쉬 사온느(Neuville sur Saone) 코뮌 지역에 ‘에볼루티브 백신 퍼실리티’(Evolutive Vaccine Facility, EVF)를 신설할 방침이라고 공개했다. 이 곳에선 200여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할 계획이다.
이는 백신 전문 계열사인 사노피파스퇴르의 13번째 글로벌 공장이 되고 프랑스에선 마르시 레뜨왈(Marcy-l’Etoile, 리옹의 서북쪽), 프랑스 북서부 도시 발 드 뢰이(Val de Reuil)에 이어 3번째가 된다. 새 디지털 백신공장은 3~4개 구역으로 나뉘어 각각 다른 백신을 생산하되 팬데믹 상황이 닥치면 동시에 한 백신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설계할 계획이다. 따라서 오로지 1개의 백신만 생산이 가능한 기존 생산시설과 비교해 효율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날 사노피 측은 아울러 미래의 백신 개발을 진행하기 위해 1억2000만유로(1억3600만달러)를 투자해 현재 공장이 있는 마르시 레뜨왈 코뮌에 새로운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공개했다. 전임상 단계 연구, 임상개발, 제제화를 아우르는 세계적인 표준공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사노피는 유럽 내 6곳에 분산된 자사의 원료의약품 생산시설을 통합해 업계를 선도하는 유럽 굴지의 원료의약품 제약사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2월 공개한 바 있다. 사노피는 프랑스 내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백신 및 단일클론항체 의약품 생산을 늘리면서 원료의약품 제조회사로서도 1등이 되고 프랑스는 물론 유럽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비전을 내비쳤다.
mRNA 백신 형태로 첨단성과 임상 진행에서 앞서간다는 모더나(Moderna Therapeutics)의 스테판 반셀(Stephane Bancel) CEO는 지난 5월 12일 CNBC와 가진 가상회의에서 “지구를 위해서는 3개, 4개, 5개의 코로나19 백신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며 “어떤 제약사도 전세계를 커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보다 앞서 모더나는 지난 5월 1일 론자(Lonza)의 공장에서 최대 연간 10억 도스의 백신을 생산키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 세계 인구가 76억명 이상이기 때문에 몇 년간에 걸쳐 코로나 19 방역을 완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노피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미국의 모더나와 이노비오 등 스타트업 바이오기업에 밀리자 지난 4월 공동 개발키로 협약을 맺었다. 사노피는 유전자재조합 DNA 기술에 기반해 코로나19 S-단백질(스파이크 돌기 단백질) 항원을 정량하는 기술을, GSK는 항원 단백질의 사용량은 줄이면서 항체 생성능력은 높여주는 항원 보강기술(adjuvant technology) 제공키로 합의했다. AS03로 불리는 항원보강제 생산을 내년까지 10억도스로 생산 능력을 올리기로 지난달 28일 GSK는 공표했다. 양사는 백신이 허가되기 전까지 연간 10억도스 생산을 목표로 관련 설비를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영국 1억도스, 미국 3억도스, 독일·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포괄적 백신동맹) 4억도스 등 총 8억도스의 주문을 받아놓은 아스트라제네카(AZ)는 지난 4일 연간 20억도스를 생산할 태세를 갖췄다고 공표했다. 이날 AZ는 자체 생산 10억도스, 인도 백신제조기업 세럼인스티튜트오브인디아(Serum Institute of India, SII)에 의뢰하는 10억도스 등 총 20억도스 생산 계획을 세워놨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월 28일 옥스퍼드대 소속 기업 옥스퍼드바이오메디카(Oxford Biomedica)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주도하는 코로나19 백신의 조기 대량 생산을 위해 영국의 백신제조혁신센터(Vaccines Manufacturing and Innovation Centre, VMIC)와 5년 계약을 맺었다. 글로벌 수준의 물량 공급을 위해 옥스퍼드바이오메디카가 보유한 옥스박스 설비(Oxbox facility)를 늘려 아데노바이러스 기반 유전자재조합백신(AZD1222)의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VMIC는 옥스퍼드바이오메디카에 두 구역 8만4000평방피트 면적의 공간과 관련 제조설비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는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한 다른 유전자재조합백신에도 유용하게 사용될 전망이다.
존슨앤드존슨(얀센)은 일찌감치 생산시설 확충에 선제 공격을 폈다. 지난 4월 24일(현지시각) 미국 뉴저지주 소재 의약품 생산설비 제조업체인 이머전트바이오솔루션(Emergent BioSolutions)과 계약을 체결하고, 백신 생산에 대비하고 있다. 내년까지 10억도스 공급을 목표로 올해 말 생산 및 글로벌 유통 준비에 돌입한다. 올 9월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지난 4월에 네덜란드 레이던(Leiden)의 임상시험용 백신 생산 시설을 정비해놨다. 이르면 2021년부터 백신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메릴랜드주 게이더스버그(Gaithersburg) 소재 차세대 백신 개발 전문 생명공학기업 노바백스(Novavax)는 생산시설 확충을 위해 RA캐피털매니지먼트로부터 2억달러 자금을 확보하고, 나중에 보통주 440만주로 전환되는 A전환 우선주를 지급하는 계약을 지난 15일 맺었다. 이로 인해 12일 45.57달러(종가, 현지시각)였던 주가는 16일 오후 4시 현재 52.15달러로 급등했다. 노바백스는 최근 백신후보물질인 나노플루(NanoFlu) 3상 임상을 마쳤다. 앞서 노바백스는 지난 4일 미국 국방부(DoD)와 6000만달러 어치 물량의 백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벨기에의 mRNA 백신 및 항암제 개발업체인 에더나(ETheRNA)는 코로나19 백신 등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 15일 3400만유로(3800만달러)를 자본시장에서 조달했다. 과거에도 참여했던 Boehringer Ingelheim Venture Fund, Omega Funds, LSP, PMV 등이 시리즈B에 또 한번 지원에 나섰다. 신규 투자자는 Grand Decade, BNP Paribas Fortis Private Equity, Yijing Capital, Novalis LifeSciences 등이다.
이 회사는 2013년 브뤼셀의 브뤼셀자유대학(브리예대학, Vrije Universiteit Brussel, VUB)에서 TriMix mRNA 기술을 기반으로 분사했다. 수지상세포 경로를 통해 면역반응을 자극하는 기술로서 caTLR4, CD40L, CD70 등 T세포 반응을 자극하는 3가지 mRNA 분자물질을 통칭해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이는 백신이나 항암제 치료 개발에 기반이 되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