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후 사망률 17% 감소 효과 … 심장·신장·망막·신경계 독성으로 중도 하차 … 허가 자체가 비과학적 투성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위한 전세계 제약사들의 전력 투구는 총성 없는 전쟁을 방불케 한다. 정권 유지 및 선거 승리를 위한 정치적 고려, 확진자 및 사망자 증가에 따른 국민들의 공포증, 경기침체 등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에 매달리지 않을 방법이 없다. 15~16일(현지시각)에도 수많은 외신이 코로나19와 관련 경마장식 보도를 했다.
영국 정부가 중증 코로나19환자에 덱사메타손 효과 보증 선 셈
영국 정부는 사실상 코로나19의 1호 치료제로 제네릭 스테로이드인 덱사메타손(dexamethasone)을 승인했다. 16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은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리커버리’(RECOVERY)로 명명한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이 약이 산소호흡기(ventilation) 치료 환자의 사망 위험을 35%(28∼40%), 기타 산소치료를 받는 환자의 사망 위험을 20%(20∼25%) 감소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종합하면 28일 만에 사망률을 17%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입원 환자 중 2000명에게는 소량의 덱사메타손을 치료제로 사용한 뒤 이를 투약받지 않은 4000명의 환자와 비교했다. BBC는 코로나19 환자 20명 중 19명은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도 호전되며, 병원에 입원한 이 중에서도 대부분은 산소호흡기 등의 도움 없이 완치된다고 보도했다. 덱사메타손은 중증 환자로 상태가 악화돼 산소호흡기 등이 필요한 경우에 효과적이다. 가벼운 증상을 보여 호흡에 문제가 없는 이들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 연구팀은 영국에서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덱사메타손을 사용했다면 최대 5000명의 사망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을 이끈 옥스퍼드대 마틴 랜드레이(Martin Landray) 역학 교수는 “산소호흡기 등을 단 환자가 덱사메타손 치료를 받는다면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특히 놀랄 만큼 저렴한 비용에 가능하다”고 밝혔다. 공동 연구자인 피터 호비(Peter Horby) 응급감염의학 교수는 “덱사메타손은 현재까지 사망률을 현저하게 낮추는 효과를 보인 유일한 약품”이라며 “중대한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코로나19 대응 정례 기자회견에서 “영국의 과학자들에 의해 가장 큰 돌파구가 마련돼 기쁘다”며 “영국 국민건강보험(NHS)에서 이용 가능할 수 있도록 즉시 허가 조치를 진행하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사망률 감소를 입증한 것은 덱사메타손이 최초라며 세계 최초의 코로나19 치료제라고 선언했다.
앞서 지난 5월 1일 미국에서 긴급사용승인이 난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Remdesivir)는 코로나19 회복 기간을 15일에 11일로 4일(31%) 감축시켜주는 효과로 허가를 받았다. 따라서 회복기간 단축이 아닌 사망률 감소로는 영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최초의 치료제라는 게 영국 정부의 견해다.
트럼프 극찬한 ‘게임 체인저’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무용론과 부작용에 쓸쓸히 퇴장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게임 체인저’라고 극찬한 코로나 치료제 후보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클로로퀸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5일 긴급사용승인을 철회했다.
FDA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믿는 건 이제는 합리적이지 않다”며 “치료 효과가 미미할 뿐 아니라 심장 합병증, 신경계 독성, 망막(황반) 독성 등 부작용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신장 독성, 루푸스 및 류마티스관절염의 악화도 무시 못 할 부작용으로 꼽히낟. 미국 보건부 산하 첨단생물의약품연구개발국(BARDA)의 개리 디스브로우(Gary Disbrow)는 “최근 수개월의 임상결과를 리뷰한 결과 항바이러스 효과는 나오지 않을 듯하다”며 “사망률 감소, 입원 기간 또는 산호호흡기 치료기 단축 등의 효과가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도 “FDA의 결정에 앞서 이미 하이드록시클로로퀸·클로로퀸의 여러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와 국내 임상 시험도 사실상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함께 코로나 치료제 후보군으로 권고된 애브비의 에이즈(HIV) 치료제 ‘칼레트라정’(Kaletra,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lopinavir·ritonavir)도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돼 현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렘데시비르의 항바이러스 효과 입증 안 돼 … 코로나 광풍에 ‘비과학적’ 승인 지적
지난 3일 특례수입이 승인된 렘데시비르는 아직 국내 공급 시기가 발표되지 않았다. 국내 일부 전문가는 “렘데시비르도 환자 사망률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부작용 우려도 나온다. 16일 FDA는 렘데시비르가 간염증효소 수치를 올린다며 간에 염증 및 손상을 유발한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알레르기반응을 유발할 소지도 있다도 있다고 밝혔다. 알레르기반응으로는 저혈압, 높은 심박수, 낮은 심박수, 숨참, 천명(喘鳴 숨쉬기 힘들어서 쌕쌕거림), 혈관부종, 삼킴장애(연하장애:嚥下障碍), 발진, 구역, 구토, 발한, 떨림,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포함된다.
FDA는 이날 발송한 안전성 서한에서 최근 끝날 비 임상 실험실 연구 결과를 근거로 렘데시비르와 클로로퀸인산염 또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 황산염을 병용하면 렘데시비르의 항바이러스 활성이 감소할 수 있어 권고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의료인용 사용설명서(fact sheet)에 담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FDA 산하 약물평가연구센터(Center for Drug Evaluation and Research, CDER)의 집행 책임자인 패트리지아 카바조니(Patrizia Cavazzoni)는 “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해 긴급사용승인이 난 여러 치료제와 의료제품에 관해 적절한 과학적 기반과 증거에 입각해 적절히 재평가해 변경하는 것을 꾸준히 실행 중”이라며 렘데시비르도 예외가 아님을 시사했다.
의료컨설턴트이자 일본 키타사토대 및 게이오대 방문 교수인 앤디 크럼프(Andy Crump)는 일본 니케이아시안리뷰와의 지난 5월 26일자 인터뷰에서 신랄하게 렘데시비르 허가의 부적정성을 비판했다. 그는 렘데시비르의 긴급사용승인의 근거가 된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 게재 논문에 대해 “임상시험 연구과 관련된 보편적인 표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우선 바이러스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항바이러스 효과에 관한 자료를 모으지도 않았고, 익히 알려진 간과 신장에서의 두드러진 유해성에 대해서도 명백한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저자는 대조군과 대비해 적절한 부작용 평가가 필요하다는 코멘트만 달았다.
그는 “61명의 코로나19 환자와 비교할 대조군 설정도 안 돼 있고, 왜 그런지 설명도 없고, 6명의 임상데이터는 분석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며 “길리어드사이언스로부터 임상시험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을 받았다는 사실도 논문에 남기지 않았다. 반면 4월 29일자에 랜싯(Lancet)에 발표된 논문은 중국에서 23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포괄적이고, 대조군 설정이 잘 돼 있으며, 이중 맹검, 다기관 임상연구로 진행된 연구로 결론은 렘데시비르가 임상적 개선을 가속화하는 효과가 없었으며 환자의 3분의 2에서 부작용이 발생해 임상을 조기에 종료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배드 뉴스는 렘데시비르 광풍에 묻혀 깊게 다뤄지지 않았다고 앤디 크럼프는 지적했다.
랜싯 논문의 저자들은 렘데시비르가 중증 환자에서 의미 있는 임상 개선 또는 항바이러스 효과를 보이지 못했다고 밝혔다. 고용량을 투여하거나 다른 항바이러스제와 병용하면 이점이 많을 것이라고 코멘트는 달았지만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단서를 달았다. 연구에 어떤 재정적 지원도 없었다.
크럼프는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비과학적인 렘데시비르 홍보 광풍은 향후 렘데시비르가 유효성 입증 여부와 상관없이 무시할 만하며 지극히 논란거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구 과학자들이 중국의 연구 수준을 계속해서 낮춰보는 데 문제가 있다고도 했다. 렘데시비르의 유용성은 ‘추측(conjecture)의 산물’이라는 비판과 증거가 포괄적이지 않다는 날선 회의론에 직면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