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AZ)의 당뇨병 치료제인 ‘포시가정’(Farxiga, 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 dapagliflozin)이 만성신장질환(chronic kidney disease, CKD) 치료와 당뇨병 예방에서 신기록을 쓸 밑불을 때고 있다.
SGLT-2(sodium·glucose co-transporter 2,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 억제제 계열인 ‘포시가정’은 지난 5월 6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2형 당뇨병 여부와 상관없이 박출률감소심부전(heart failure with reduced ejection fraction, HFrEF) 환자의 심혈관 사망 또는 심부전 악화를 감소시키는 치료제로 적응증을 추가 승인받아 기염을 통했다. 이 계열 최초의 허가라 더욱 부러움을 샀다.
AZ는 15일(현지시각) 만성신장질환에 대한 긍정적인 임상시험 결과를 추가했다. 이날 미국당뇨병학회(American Diabetes Association, ADA) 연례 가상학술회의에서 빠르게 추정 신장사구체여과율(estimated glomerular filtration rate, eGFR)이 감소하는 신장병 환자의 비율을 줄일 수 있는 ‘Declare-Timi 58’ 임상연구를 소개했다.
심혈관질환 위험을 가지고 있거나 증가 추세인 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포시가는 환자의 26.8%에서 신장기능이 급강하를 보인 반면 위약군은 37.1%에 이르렀다. 이런 이점은 약용량을 줄여야 하는 소그룹에서도 나타났다.
이에 AZ는 FDA의 신장질환 적응증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지난 3월 중간 결과가 기대 이상으로 좋게 나오자 AZ는 3 Dapa-CKD 임상을 조기 종료했다. 키에르스텐 콤브스(Kiersten Combs) AZ 심혈관 및 대사질환 부사장은 “뛰어난 임상결과는 미래에 대해 흥분시켰고 질병 치료의 중심의 중심에 환자를 데려다놓겠다는 비전이 진정 우리의 사명이 됐다”고 흥분했다. 그는 “과학적인 임상데이터가 합병증 치료를 도울 수 있음을 입증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Dapa-CKD 임상 참여 환자의 절반은 당뇨병에 걸리지 않은 신장병 환자로 포시가가 당뇨병 여부에 상관없이 신장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혜택을 가져줄 수 있음을 시사했다. 포시가가 2형 당뇨병 여부와 상관없이 박출률감소심부전 적응증을 승인받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물론 신장질환 승인을 노리는 약은 포시가만 있는 게 아니다. 릴리 및 베링거인겔하임의 ‘자디앙정’(Jardiance 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 Empagliflozin)도 지난 3월 패스트트랙 심사 대상으로 지정받았다.
존슨앤드존슨의 ‘인보카나정’(invokana 성분명 카나글리플로진 canagliflozin)도 동일 계열 의약품으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9월 당뇨병성신장질환(diabetic kidney disease, DKD) 치료 적응증을 획득했다. 당뇨병에 따른 합병증으로 유발된 신장질환을 개선할 수 있다는 의미다. 동시에 이들 환자가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적응증도 승인받았다. 그러나 CKD로 직접 적응증을 인정받은 것은 아니었다.
포시가가 당뇨병 예방을 적응증에 추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이번 ADA에서 소개돼 이목을 끌었다. 심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환자를 대상으로 한 DAPA-HF 임상시험에서 4744명 중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지 않았던 2605명(55%)의 피험자에 국한해 포시가 투약이 신규 당뇨병 발병률을 줄였는지를 평가했다.
2605명 중 포시가 투약군 1298명, 위약 투약군은 1307명이었다. 이 중 신규 당뇨병 발생은 각각 64명(4.9%), 93명(7.1%)으로 포시가군이 위약군 대비 신규 당뇨병 발생률이 32%가량 낮았다.
이번 임상연구는 무작위 배정을 통해 포시가 10mg과 위약을 투여하고 24개월간 추적관찰(중앙값 18.2개월)했으며, 제2형 당뇨병 발병 진단은 두차례 연속 환자 방문 시 당화혈색소 수치가 6.5% 이상이 나온 경우 또는 혈당강하제 복용을 시작한 경우로 정의했다.
총 157명에서 제2형 당뇨병이 발병했다. 이 중 150명(95.5%)은 당화혈색소 수치가 5.7%~6.4%로 당뇨병 전단계(Prediabetes)였다. 당뇨병 신규 발병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평균적으로 기저 당화혈색소 수치가 높았으며(6.2±0.3 vs 5.7 ±0.4%), 체질량지수(BMI) 수치 역시 마찬가지였다(28.5±5.9 vs. 27.1±5.7 kg/㎡). 사구체여과율(eGFR)은 61.5±17.4 대 68.2±19.3 ml/min/1.73㎡)로 당뇨병 발생자가 더 낮았다.
이에 콤브스 부사장은 “HFrEF 적응증을 획득한 지 몇 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AZ가 심혈관질환의 처방 공간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며 “진정한 공간 파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비록 처방을 내리는 의사가 소수일지라도 의미 있는 환자 증가에 고무됐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메트포르민을 비롯해 비만치료제인 로슈의 ‘제니칼캡슐’(Xenical 성분명 오르리스타트 Orlistat), 피오글리타존(Pioglitazone) 등 일부 약제가 당뇨병 예방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지만 안전성과 효능 등을 고려, ADA는 특정 기준에 맞는 사람들에 한해서만 메트포르민을 권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BMI 35kg/㎡ 초과, 60세 미만, 임신성 당뇨병 병력의 여성이라는 기준에 해당하는 당뇨병 전단계 환자에 한해 복용토록 가이드라인에 명시하고 있다. 한편 포시가는 국내에서는 올해 1분기 88억원이 처방돼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치료제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