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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26개 제약사, 복제약 가격 담합 혐의로 무더기 고소당해
  • 손세준 기자
  • 등록 2020-06-12 07:28:57
  • 수정 2020-06-12 22: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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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바 주도로 86종 제네릭 가격 2~10배 급등 의혹 … 2016년 첫 소송 이후 미국 46개 주정부 동참
2010~2015년에 미국서 300개 이상의 제네릭 의약품 약값이 100% 이상 오른 가운데 미국 내 26개 제약사가 약가 담합 혐의로 주 정부 사법당국으로부터 무더기 고소를 당했다.
미국에서 복제의약품(제네릭)을 생산하는 26개 제약사가 각 주 정부 법무당국으로부터 의약품 가격 담합으로 무더기 고발을 당하면서 미 제약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번 고발당한 업체는 노바티스 계열 산도스(Sandoz), 테바(Teva), 마일란(Mylan), 화이자(Pfizer), 악타비스(Actavis), 앰닐(Amneal), 아우로빈도(Aurobindo), 바우쉬(Bausch), 푸게라(Fougera), 갈더마(Galdema), 글렌마크(Glenmark), 지앤더블유(G & W), 란넷(Lannett), 루핀(Lupin), 말린크로트(Mallinckrodt), 페리고(Perrigo), 선파마슈티컬(Sun Pharmaceutical), 타로파마슈티컬스(Taro Pharmaceuticals), 웍하드(Wockhardt), 텔리젠트파마(Teligent Pharma), 라이징파마슈티컬스(Rising Pharmaceuticals), 아포텍스(Apotex), 헤리티지파마슈티컬스(Heritage Pharmaceuticals) 등 26개사다. 이와 관련된 영업·마케팅부서 담당자 10명도 개인 자격으로 피고인 목록에 올랐다. 

606페이지에 달하는 고소장에선 피고인이 2009년부터 소송이 제기된 2016년까지 7년간 미국 46개 주(州)·컬럼비아특별구·4개 미국령 등 51개 지역에서 80여종의 피부과 의약품을 대상으로 가격 담합을 모의해 환자 수백만명이 저렴하게 약을 구입할 기회를 박탈하는 등 공익보다 이익을 우선시한 범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명시했다.

담합행위로 제기된 약품들은 녹내장 치료제인 화이자 ‘잘라탄점안액’(성분명 라타노프로스트, latanoprost), 여드름 치료제 갈더마 ‘디페린크림’(Differin, 성분명 아다팔렌 adapalene), 주의력결핍장애(ADHD) 치료제 노바티스 ‘리탈린정’(Ritalin, 성분명 메틸페니데이트 methylphenidate, 국내서는 얀센 콘서타OROS서방정 ) 등이다.

이같은 제네릭의약품 가격 담합은 2014년 코네티컷주 검찰총장이 주 정부 차원에서 주도하기 시작해 미국 대형 제약사와 미국에 자회사를 둔 다국적제약사, 중소형 제약사 등을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2016년 첫 소송을 시작한 이래 매년 참여하는 주 정부가 늘면서 적발되는 기업 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만큼 다른 제약사가 추가로 적발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소송에서 조지아, 로드아일랜드, 사우스다코타, 와이오밍 주는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해 5월엔 뉴욕 등 44개 주가 20개 제네릭 제약회사를 상대로 매머드급 가격담합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에 2개주와 컬럼비아특별구·4개 미국령이 추가됐고 피소된 제약사수도 6개 늘었다. 

윌리엄 통(William Tong) 코네티컷주 검찰총장은 “적발된 회사 경영진들이 전화, 문자메시지, 이메일, 디너 파티 등을 통해 약가 담합을 일상적인 비즈니스 과정으로 여겼다”며 “이는 수십억달러 사기 행위와 같으며 시중에 판매되는 거의 모든 약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고소장에는 약가 담합에 협력한 내용의 메모 등 증거 수백만개를 기반으로 이뤄졌다”며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기업 카르텔 사건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산도즈 측은 “지난 3월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약가 담합 의혹과 전혀 관련이 없다”며 “산도즈는 독점금지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이번 소송 건에 대해 계속 방어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화이자와 마일란 관계자도 약가 담합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발표했고, 테바는 답변을 회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릭 생산 제약사들이 미국 사법당국으로부터 고발당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에도 미국 43개주 및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사법당국이 세계 최대 복제약 생산업체인 ‘테바(Teva)’ 미국 지사(Teva Pharmaceuticals USA)를 포함해 20개 제약사와 임직원 15명을 약가 불법 담합 혐의로 제소했다. 당시 소장에 따르면 이들 제약사는 테바의 주도로 담합을 벌여 2013년 7월부터 2015년 1월 사이 총 86종의 복제약 가격을 2~10배 인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담합 대상 약제는 고지혈증 치료제 스타틴(Statins) 계열 제제, 고혈압 약인 ACE 억제제(ACE inhibitors) 및 베타차단제(Beta Blockers) 계열 약, 항생제, 항우울제, 피임약,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등 다양한 종류가 포함됐다.

각 주 정부 사법당국은 “복제약은 의약품 시장에서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며 이들 제약사의 미국 내 매출 규모는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며 “복제약은 유명 브랜드 의약품의 대안제인 만큼 소비자에게 저렴한 가격에 제공돼야 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테바 측은 “민사 또는 형사상 책임을 져야 할 불법 행위를 하지 않았다”며 “테바가 가격 담합을 주도했다는 음모론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하며 적극적으로 소송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미국 법무부(DOJ)는 진행 중인 주 정부 조사 외에 자체 제네릭 약가 담합 조사를 진행해 적발된 기업을 대상으로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난달 제약사 아포텍스는 약가 담합 적발에 따른 가격 재산정에 동의하고 미 법무부와 과징금 2400만달러를 내기로 합의했다. 산도스는 지난 3월 1억9500만달러, 헤리티지파마슈티컬스와 라이징파마슈티컬스(Rising Pharmaceuticals)도 각각 700만달러, 300만달러를 부과받았다.

최근 미 법무부는 헤리티지파마슈티컬스 전 임원 2명과 노바티스 전 대표 1명을 조사해 이들 기업이 테바의 주도 아래 자진해서 참여했다며 유죄를 인정하는 취지의 답변을 확보했다. 테바는 이와 관련해 소송은 물론 연방정부와 과징금 협상을 관망하는 쪽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제기된 고소 건과 관련해 테바가 입장 발표를 회피한 것도 이같은 부담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지난해 8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조사대상 1441개 복제약 중 300개 이상 제품의 가격이 2010~2015년 사이에 100% 이상 올랐다고 지적했다. 복제약 제조사 간 가격 담합 혐의가 인정되면 높은 약가와 의료비 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복제약 제조를 장려하고 있는 미 정부 당국의 규제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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