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음청력 및 소음어휘분별력에서 위약 대비 20% 개선 효과 입증 … 기존엔 혈액순환제·신경안정제 등 고작
심한 어지럼증과 이명(耳鳴), 청력 저하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메니에르병(Meniere’s Disease)을 본격 치료할 신약후보물질이 조만간 3상 임상에 들어간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소재한 신경이과(神經耳科) 치료제 개발 전문 제약기업 사운드파마슈티컬스(Sound Pharmaceuticals)는 메니에르병 치료제로 개발 중인 ‘SPI-1005’의 3상 시험 계획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의해 승인됐다고 8일 공표했다.
그동안 이명 치료에는 혈관확장제, 혈액순환개선제, 신경안정제, 스테로이드, 항경련제, 이뇨제 등이 증상 완화 목적으로 쓰였으나 근본적 치료효과를 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으며 아직 FDA로부터 메니에르병으로 공식 허가를 받은 치료제는 없다.
이 회사 조나단 길(Jonathan Kil) 대표는 “FDA의 임상 3상 승인은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신경의학계의 괄목할 만한 성과”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사운드파마는 지난해 말 FDA와 임상 2상 종결에 회의를 마쳤고 조만간 3상 ‘STOPMD-3’ 시험을 미국 내 16개 의료기관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SPI-1005는 셀레늄을 함유한 저분자 유기화합물(selenorganic)로 항산화 기능을 하는 엡셀렌(ebselen)이 주성분이다. 과산화수소를 분해해 물로 환원시키는 글루타치온과산화효소(glutathione peroxidase, GPx)의 작용을 모방하면서 그 활성을 유도한다. GPx는 셀레늄이 촉매로 개입해야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돼 있다.
GPx 활성은 내이, 망막, 뇌, 폐, 신장 등의 조직과 세포가 외부 환경으로부터 손상되는 것을 방어해주는 데 중대한 효과를 발휘한다. GPx 활성을 상실하면 감각신경성 난청(sensorineural hearing loss)이 초래된다는 게 여러 동물 모델에서 입증됐다. 경구로 투여하는 SPI-1005는 그동안 소음성 난청, 아미노글리코사이드 계열 항생제(토브라마이신 등) 또는 백금착제 항암제 등에 의해 유발된 두 가지 유형의 이독성(ototoxicity, 청력감소 이명 어지럼증 현훈 동반) 치료제로 임상시험을 해왔다.
사운드파마슈티컬스가 완료한 2건의 다기관, 피험자 무작위 분류, 위약 대조 임상 1b상 및 2b상 결과에 따르면 SPI-1005를 28일 동안 경구 복용하면 메니에르병 환자들의 감각신경성 난청과 이명 증상이 괄목할 만하게 개선된 것으로 입증된 바 있다.
임상 1b상 및 임상 2b상 시험은 각각 39명과 126명의 환자를 무작위 분류한 후 ‘SPI-1005’ 또는 위약을 21일 또는 28일 동안 복용토록 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청각전문가가 환자의 청력 민감도 및 특이성(말과 소음의 구분)을 각각 ‘순음청력검사’(pure-tone audiometry, PTA)와 ‘소음어휘검사’(words-in-noise test, WINT)로 평가했다. 또 이명과 현기증을 각각 ‘이명기능지수’(Tinnitus Functional Index, TFI)와 ‘현기증 증상지수’(Tinnitus Functional Index, TFI)로 측정했다.
임상 2b상에서 SPI-1005 복용 8주차에 PTA 및 WINT 평가 척도가 위약 대비 저주파 청력에서 임상적 개선을 보였다. SPI-1005를 400mg을 복용한 그룹에서 PTA 기준 청력이 괄목할 만하게 개선된 피험자 비율은 4주차 47%에서 8주차 61%로 향상됐다. 또 WINT 척도로는 4주차 57%에서 8주차 68%로 개선됐다. 청력이 전반적으로 20% 안팎 향상됐다는 의미다.
SPI-1005 복용군은 이명감(tinnitus perception) 또는 이명소음(tinnitus loudness, TL)도 위약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감소 효과를 보였다. 이명소음도는 SPI-1005 복용군에서 평균 1.4pts 감소한 반면 위약군은 0.7pts에 그쳤다. 즉 말하면 SPI-1005 복용군은 이명소음도가 30% 감소한 반면 위약군은 10% 줄어드는 정도였다. 임상 2b상 결과는 SPI-1005가 1b상 시험에서 도출된 내용을 재확인시켜 준 것으로 분석됐다.
사운드파마 측은 SPI-1005이 보여준 감각신경성 난청 및 이명 증상 개선 효과는 향후 이들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돌발성 난청, 소음성 난청, 노화 관련 청력손상 등에도 적용할 수 있는 전도유망함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