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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길리어드 합병설에 관심 집중 … 성사 가능성 ‘낮아’
  • 손세준 기자
  • 등록 2020-06-09 20:39:57
  • 수정 2020-06-09 21:2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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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병시 연 매출 55조원 세계 5위 제약사 등극 … M&A·R&D 기반 성장, 배경 다른 두 제약사 합의 난항 전망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왼쪽),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 로고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가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Gilead Sciences)에 기업 인수합병(M&A)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세계 제약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아스트라제네카가 길리어드에 제안한 인수금액은 2743억5210만달러(330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기존 제약업계 최대 M&A는 지난해 1월초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가 세엘진(Celgene)을 740억달러(약 89조원)에 인수한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길리어드 간 거래가 현실화되면 이 기록의 4배 가까운 역사적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길리어드의 시가총액은 지난 5일 기준 960억달러(약 116조원)로, 아스트라제네카가 자기 몸집의 두 배에 달하는 1400억달러(약 169조원)를 들여 길리어드를 인수한다는 구상은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7일 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 말을 인용해 “지난 5월 아스트라제네카가 길리어드에 공식적으로 인수 의사를 타진했으며 구체적 협상 조건을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길리어드 측은 “거대 제약사와 인수합병에 큰 흥미가 없으며 파트너십 구축이나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인수하는데 관심이 있을 뿐”이라면서도 아스트라제네카 인수 건에 관련된 공식 답변은 거부하고 있다. 미국 기업 전문가들은 양사가 M&A를 통해 회사 규모를 키워온 이력에 비춰보면 이해관계가 들어맞는 제안이 올 때 ‘메가 딜(Mega Deal)’을 회피할 이유가 없다고 평가했다.

양사가 합병하면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점에서도 거래 성사 가능성이 점쳐진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와 공동으로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오는 9월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전세계에서 개발되는 백신 중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길리어드는 유일하게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Remdesivir)로 긴급사용승인(EUA)을 받았다. 백신과 치료제 두 가지를 모두 손에 넣고 전세계 시장 장악에 나설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두 거대 기업이 합병하면 시장 독점권이 강화돼 각국 정부가 약가 협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 FTC) 등 각국의 기업경쟁 촉진 및 공정거래 관할 정부 당국이 독점금지 정밀조사를 강화하면서 브레이크를 걸 가능성도 높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길리어드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파이프라인 확대에 나선 측면도 분명하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순환기·암·자가면역질환·대사질환·소화기·호흡기·염증 등 영역에서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항바이러스제 분야가 부족해 선두 주자인 길리어드를 인수해 시장을 넓힐 수 있다.

영국 런던 소재 제약컨설팅 업체인 노바섹타(Novasecta)의 존 라운트리(John Rountree) 공동창업자는 “코로나19로 아스트라제네카가 항바이러스제 개발에 대한 새로운 기회와 비전을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분야 선도기업을 사전에 포섭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길리어드에 눈독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는 길리어드가 그동안 M&A를 통해 탄탄한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을 확보했으며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항바이러스제 제조업체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포스터시티(Foster City)에 본사를 두고 직원 수가 1만2000명에 달하는 길리어드는 29세 의사 마이클 리오던(Michael Riordan)이 1987년 창업한 스타트업이 모태다. 원래 사명은 ‘올리고젠(Oligogen)’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구약성서의 ‘길리앗의 유향(balm of Gilead)’으로 알려진 전통 약재 이름을 따서 길리어드로 바뀌었다.

1992년 미국 나스닥(Nasdaq) 시장에 상장한 뒤 미국 정치권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성장해왔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지낸 도널드 럼스펠드(Donald Rumsfeld)를 1997년 영입해 이사회 의장에 앉혔다. 이후 개발 중이던 치료제를 연방정부에 대량 판매하고 특허를 유지하는 전략으로 폭발적인 매출 신장을 이뤄냈다.

여기에 1999년 넥스타파마슈티컬스(NeXstar Pharmaceuticals)를 인수하면서 도입한 항진균 주사제 ‘암비솜주사’(Ambisome Injection, 성분명 암포테리신B, amphotericin B) 판매 호조로 2001년 매출 2억3380만달러(약 2800억원), 순이익 5230만달러(약 624억원)을 기록하면서 창업 14년 만에 적자에서 탈출했다. 2005년과 2009년에는 각각 조류독감과 신종플루 치료제로 199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타미플루캡슐’(성분명 오셀타미비르. Oseltamivir)을 미국 정부가 비축분으로 대량 구매하고 이를 각국 정부가 따라하면서 돈방석에 앉았다. 이후 이 회사는 신약개발 기술 확보를 위해 총 17번의 M&A를 감행하며 회사 몸집을 계속 키웠다.

2012년에는 2011년 매출액 83억달러보다 비싼 112억달러를 투자해 바이오기업 파마셋(Pharmasset)을 인수하면서 무리한 투자라는 우려를 낳았지만 이 때 인수한 파이프라인 중 C형간염 치료제 ‘소발디정’(성분명 소포스부비르, Sofosbuvir), ‘하보니정’(성분명 레디파스비르, Ledipasvir) 개발에 성공하면서 세계 10대 제약사 반열에 올랐다.

시가총액은 2001년 매출 2억3380만달러(약 2800억원)에서 2019년 매출 221억달러(약 26조5200억원)로 약 100배 증가했다. 지난해 총 매출 기준 세계 11위를 차지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세계 100여개국에 진출한 글로벌 제약사다. 본사는 영국 캠브리지(Cambridge)에 위치하고 있으며 임직원 수가 6만5000여명에 달하는 거대 제약사다. 1913년 설립된 스웨덴 제약사 아스트라 에이비(Astra AB)와 1926년 문을 연 영국 제약사 제네카(Zeneca PLC)가 1999년 합병해 탄생했다.

이 회사는 연구개발(R&D)에 강점을 가진 제약사로 영국 케임브리지, 스웨덴 예테보리, 미국 메릴랜드주 게이더스버그 등 세 곳에 주요 연구개발 센터를 두고 있으며, 연구인력만 9000여명을 확보하고 있다. 또 스웨덴 경제계 실력자인 발렌베리 가문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기업으로 아스트라 에이비 시절부터 지분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합병 등을 거치며 희석돼 4% 정도를 보유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243억달러(약 29조1600억원) 매출로 세계 10위에 올랐다. 매년 매출의 25% 정도인 60억달러(7조200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재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의 스웨덴 국빈 방문을 계기로 아스트라제네카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유무형 자산 투자를 포함해 약 6억3000만달러(약 7500억원)를 한국내 연구개발 증진(바이오헬스 혁신), 헬스케어 접근성 제고, 고용 등에 투자한다고 발표해 주목받았다. 

길리어드는 꾸준한 M&A로 성장해 온 회사이고 아스트라제네카는 직접 연구개발로 기본기를 쌓았다는 점에서 아스트라제네카가 기반이 된 합병은 충반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길리어드의 2019년 매출 221억달러(약 26조5200억원)와 아스트라제네카 매출 243억달러(약 29조1600억원)를 합치면 464억달러(약 55조6800억원)로 4위인 독일 머크의 468억달러(약 56조1600억원)와 비슷한 수준으로 순위가 급상승한다. 1위는 화이자(Pfizer) 517억달러, 2위는 로슈 500억달러, 3위는 노바티스 474억달러다.

하지만 합병설이 돈 지 하루 만에 미국 투자업계에선 합병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제프 포지스(Jeff Porges) SVB리링크 애널리스트는 “대부분의 제약·바이오 기업 인수합병은 경영난이나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이뤄진다”며 “길리어드는 렘데시비르 판매로 막대한 수익을 올릴 예정으로 어려운 상황이 아닌데다 영국으로 본사를 이전해야 하는 지정학적 문제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제약업계 관계자는 “길리어드가 인수합병을 주도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으로 아스트라제네카 같은 대형 제약사보다는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이 있는 벤처기업, 스타트업을 인수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CNBC는 길리어드 관계자 말을 인용해 “아스트라제네카와 길리어드 간 최고경영자(CEO)가 M&A 논의를 위해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진행되는 사항은 아무 것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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