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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맛없다 타박받던 ‘가지’ 보라색 슈퍼푸드로 환골탈태
  • 김달래 한의원 원장(전 경희대 한의대 교수)
  • 등록 2020-06-07 21:06:23
  • 수정 2021-05-31 16:5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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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예방‧항산화 효과 안토시아닌‧알칼로이드 풍부 … 한방에선 열과 부종 다스리는 식재료

가지는 인도가 원산지로 국내에 전파된 것은 5~6세기 삼국시대로 추측된다.
가지는 한국에서 오랜 시간 먹어온 친숙한 채소지만, 그리 사랑받는 식재료는 아니었다. 특별한 맛이나 향이 없는데다 과육이 물러서 조리하기에 쉽지 않고, 3대 영양소인 단백질‧탄수화물‧지방의 함량도 낮다. 과거에 가지는 맛도 없고 영양소도 적은 식품으로 타박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지의 강력한 항산화‧항암 효과가 확인되면서 세계적인 슈퍼푸드로 위상이 바뀌었다.
 
신라시대부터 재배 … 고려 시인 이규보가 사랑한 채소
 
가지의 학명은 ‘Solanum melongena’으로 통화식물목의 식물이다. 인도가 원산지로 온대지역과 열대지역에서 두루 자라는데, 온대에선 한해살이풀이지만, 열대에서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다 자라면 높이가 60~100cm로 줄기와 잎 전체에 별 모양의 회색털이 나고 가시도 난다. 줄기는 검은 빛이 도는 짙은 보라색, 잎은 15~30cm 길이로 달걀 모양에 잎자루가 있고 끝이 뾰족하다. 꽃은 6∼9월에 피는데, 줄기와 가지의 마디 사이에서 꽃대가 나와 여러 송이의 연보라색 꽃이 달리며 꽃받침은 자줏빛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길쭉한 열매를 접하지만 품종에 따라 달걀 모양, 공 모양, 긴 모양 등 열매 모양이 다양하다.

서양에서 미국과 호주식 영어는 가지를 Eggplant라고 부르는데 달걀 모양에 가까워서다. 반면 영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Aubergine이라고 부른다. 아랍어에서 따온 말로 인도 아라비아를 거쳐 이베리아나 그리스 등 유럽으로 퍼진 데서 유래한 게 반영됐다. Eggplant는 흑인을 비하하는 말로도 쓰여 주의해야 하며, Aubergine이 더 교양 있는 단어로 여겨진다. 
 
가지가 국내에 전파된 것은 5~6세기 삼국시대로 추측된다. 중국 송나라 시대에 제작된 본초연의(本草衍義)에는 “신라에 일종의 가지가 나는데, 모양이 달걀 비슷하고 엷은 자색에 광택이 나며, 꼭지가 길고 맛이 단데 지금 중국에 널리 퍼졌다”라고 기록돼 있다. 신라시대부터 가지가 널리 재배됐음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는 자신의 시문집인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가포육영’(家圃六詠)이라고 오이, 가지, 순무, 파, 아욱, 호박의 여섯 가지 채소재배에 대한 기록을 시로 남겼는데, 가지에 대해 이렇게 노래했다.

자색 바탕에 붉은 빛 지었으니
어찌 널 보고 늙었다 하리오
꽃을 즐기고 열매는 먹을 수 있으니
가지보다 나은 것 또 무엇이 있으리
밭 안이 푸르고 알알이 붉은데
날로 먹고 삶아 먹고 여러 모로 좋을시고
 
유럽에는 13세기 무렵 전해졌으나 동아시아처럼 식용으로 활발하게 재배되진 않았다.
 
안토시아닌의 항산화, 알칼로이드의 항암 효과 모두 지녀
 가지의 안토시아닌(anthocyanin)은 나스닌(nasnin)과 히아신(hyacin) 성분이 많아 혈관 속 노폐물을 용해·배출해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가지의 영양소는 다양하지만 최근 가장 주목받는 것은 가지의 보라색을 책임진 안토시아닌(anthocyanin) 성분이다. 안토시아닌은 강력한 항산화 효과로 ‘비타민P’라고도 불리는 식물 색소 플라보노이드(flavonoids)의 일종이다. 가지 외에도 아로니아베리‧자소엽‧블루베리‧붉은양배추‧검정콩 등에 풍부한데, 혈관을 보호해 심근경색이나 중풍 등 각종 심혈관계질환을 막고 암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가지의 안토시아닌 계열 색소엔 나스닌(nasnin)과 히아신(hyacin) 성분이 많아 혈관 속 노폐물을 용해‧배출해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또 눈의 피로를 줄여 시력을 개선하고, 면역체계를 증진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가지 속 알칼로이드(alkaloids) 성분은 암을 예방하는 탁월하다. 일본 농림성 자료에 따르면 가지의 알칼로이드 성분은 AF-2(식품첨가제-1974년부터 사용금지)‧벤조피렌 등 강력한 발암물질이 인체에 작용하는 것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다. 이 실험에서 브로콜리의 발암물질 작용 억제율은 70%, 가지의 억제율은 80%였다. 일본 나고야대 연구팀도 가지 추출액이 난소암을 비롯한 8종의 암세포를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소화기 계통의 암인 대장암, 위암, 후두암 등의 암발생률을 20~30%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도 가지에는 비타민 B‧C‧E, 칼슘, 인, 엽산, 철분, 아연, 회분, 레스베라트롤, 솔라닌, 카레바신(calebassine), 트리고넬린(trigonelline), 스타치드린(stachydrine), 스타치드린, 콜린 등 다양한 항산화‧항노화‧항암‧항콜레스테롤 성분들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극미량의 카레바신은 마전자(馬錢子)란 독성식물에서 유래한 것으로 열을 내리고 통증을 멎게 하고 항암, 항균, 거담, 지해(止咳) 작용이 있다. 성질이 차갑고 독하므로 유의해야 한다. 

한방에선 열을 내리고 부기와 통증 개선 … 목 많이 쓰는 직업인은 삼가야
 
한방에서 가지는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부기를 내리고 통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여겨진다.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이 설사를 할 때, 체열로 피부 궤양이나 피부염이 나타날 때, 사마귀가 생겼을 때 가지를 섭취하게 한다. 힝균 작용이 있어 유선염이 있을 때 가지를 말려 가루 낸 것을 바셀린에 개어 환부에 발랐더니 환자 모두(4명)에서 증상이 개선돼 완치했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가지는 대장암에 약한 태음인에게 좋은 음식이지만 성질이 차가워서 목이 약한 사람이 많이 먹으면 목소리가 갈라지고, 기침을 할 수 있다. 목을 많이 쓰는 아나운서‧성우‧가수‧교사 등의 직업을 가진 사람도 가지를 많이 먹으면 목소리가 거칠어 질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게 좋다. 한방에서는 옛부터 “가지는 기운이 함부로 움직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하며, 한 번에 많이 먹으면 고질병이 생기고 여자는 자궁이 상할 수 있다”고 주의시켰다. 서구인들은 가지를 알레르기, 목의 타는 통증, 구토, 오심, 구강내 자극, 부정맥 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조심해서 섭취한다. 
 
가지는 날것으로 먹기엔 맛이 떫고 조직이 거칠다. 반드시 열을 가해서 조리해야 하는데, 다행히 안토시아닌 등 가지의 영양 성분은 열을 가해도 손실되는 게 적다. 조림‧튀김‧구이‧볶음‧장아찌 등 어떤 조리법과도 궁합이 잘 맞으니 제철을 맞은 가지를 다양한 요리로 먹어보는 게 어떻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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