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지난 22일 2억3125만달러(2835억원) 규모 바이오의약품을 추가 생산·공급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생산 품목 확대가 기대된다. 삼성바이오는 GSK에 대규모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2020년 5월 21일부터 2027년 12월 31일까지 약 8년간 공급하기로 했다.
삼성은 GSK의 ‘벤리스타주’(Benlysta, 성분명 벨리무맙, belimumab)를 기술이전받아 2022년부터 2억3125만달러어치를 생산, GSK에 납품할 예정이다. 향후에도 GSK의 신약 등을 추가로 수주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아울러 삼성은 하루 앞선 지난 21일 미국 소재 모 제약사와 1억5000만달러(약 1841억원) 규모 바이오의약품을 수탁생산키로 계약 의향서를 체결했다. 지난 4월에는 미국 비르바이오테크놀로지(Vir Biotechnology)와 계약금 3억6200만달러(약 4344억원) 규모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COVID-19) 치료제 대량생산 계약을 맺었다. 이들 제품은 3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으로 확정 계약금액은 늘어날 수 있다. 이들 3개 계약 규모는 7억4325만달러(8919억원)로 지난해 매출액인 7015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GSK는 바이오의약품 분야가 다른 빅파마에 비해 약한 편이다. 지난해 매출 7억4700만달러(약 8964억원)을 기록한 벤리스타를 제외하곤 같은 기간 9억3600만달러(약 1조1232억원) 매출을 올린 천식치료제 ‘누칼라주’(Nucala, 메폴리주맙, mepolizumab) 정도밖에 없다. 하지만 두 제품 매출을 합쳐도 미국 머크(MSD) ‘키트루다주’(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 매출 71억7100만달러(약 8조6000억원), 애브비 ‘휴미라주’(아달리무맙, Adalimumab)의 70억800만달러(약 8조4090억원)에 비해서는 ‘새발의 피’인 상황이다.
그렇지만 GSK의 글로벌 생산능력은 한계치를 넘어서고 있다. 항암제나 희귀의약품에 비해 백신류 등 전통적인 바이오의약품 생산물량이 많아서다. 2019년 22억1000만달러(2조6500억원) 매출을 올린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의 경우 매년 판매량이 두 배씩 늘면서 공급량보다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2024년 예정된 신공장 설립과 생산능력 확충 전에는 직접 생산을 담당키로 결정한 상태다. 이 때문에 다른 바이오 신약의 경우 해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의약품개발생산위탁기업(CDMO)에 외주를 주는 게 불가피한 상황이다.
GSK가 추가로 삼성에 추가 발주할 물량은 GSK가 2018년 12월 6조원을 들여 미국 제약사 테사로(Tesaro)를 인수하며 강화한 항암제 파이프라인이 될 전망이다. 특히 항 B세포 성숙화 항원(anti-B-cell maturation antigen, BCMA) 항체약물결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 다발성골수종 신약후보물질인 ‘벨란타맙 마포도틴’(Belantamab Mafodotin, GSK2857916)이 재발성 또는 재생불량 다발성골수종 임상 2상에서 종양을 30% 이상 줄이는 효과를 확인해 올 1월 2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우선심사(priority review) 대상으로 지정된 만큼 추가 위탁생산이 예상된다.
테사로를 통해 도입한 자궁내막암 2차 치료제로 FDA 승인을 앞둔 PD-1 계열 면역관문억제제 ‘도스탈리맙(dostarlimab)’도 후보군이다. 지난해 3월 유럽임상종양학회(ESMO)에서 처음 발표된 GARNET 임상 결과 도스탈리맙의 전체반응률(overall response rate, objective response rate, ORR)은 42%, 질환조절률(disease control rate, DCR, Clinical Benefit Rate, CBR)은 58%였다. 참여 환자 중 13%가 완전반응(CR), 30%가 부분반응(PR)을 보이는 등 유효성을 확인했다.
생산 규모는 GSK의 요청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정될 것으로 보이며, GSK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손잡고 기존 생산 네트워크를 보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레지스 시마드(Regis Simard) GSK 제약구매부문 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의 계약은 기존 GSK의 세계적 의약품 생산능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환자에게 혁신적 의약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능력을 늘리면서 공격적인 수주에 나서고 있다. 총 26억달러(약 3조원)를 투자해 3개 공장, 총 36만4000ℓ 생산능력을 갖췄다. 1공장 3만리터, 2공장 15만4000리터의 규모를 갖췄으며 3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인 18만리터 생산이 가능하다. 이 회사의 2019년 매출은 전년 대비 30.9% 증가한 5억6500만달러(약 7016억원)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회사명을 밝히지 않은 미국 제약사의 추가 계약 건에 대해선 본계약을 체결한 뒤 확정 내용을 공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이은 계약으로 3공장 수주 물량이 다 찬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중 4공장 증설이 유력해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