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등장 전 가교역할 … 의료종사자·노인 등 고위험군에겐 필수 … 단기적 효과, 미세 고난도 개발과정 등 난제
현재 코로나19 백신의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한 수십 개의 프로그램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백신이 전례 없는 속도로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이른 시일 내에 출시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게다가 코로나19를 집단면역으로 억제할 수 있는 충분한 수의 사람들이 백신 예방 접종을 받는 데에는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항체 약물 개발이 중요한 이유다. 리제네론(Regeneron), 릴리(Eli Lilly), 암젠(Amgen), 비르바이오테크놀로지(Vir Biotechnology)의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이들 회사의 항체 약물은 현재 표준치료제인 길리어드(Gilead)의 항바이러스 약물 렘데시비르(remdesivir)보다 더 강력할 수 있다.
항체 약물은 단기적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항체 약물의 임상 성공 가능성을 보장할 수도 없고 그 효과가 팬데믹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고, 대량 생산에도 어려움이 있지만 말이다. 스콧 고틀리브(Scott Gottlieb)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항체 약물의 효과는 일시적이지만 임상시험을 거쳐 백신이 출시되기 전에 사용하기 적합하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에서 밝혔다.
많은 전문가들은 항체 약물이 백신 개발 전에 임상시험을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량 테스트 및 추적 관찰을 거치면 진단된 환자의 치료를 돕는 절체절명의 치료 수단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국제수지 통계조사위원회인 번스타인(Bernstein)의 생명공학 애널리스트인 로니 갈(Ronny Gal)은 “항체 약물은 백신 개발까지의 오랜 기다림을 의미있게 줄일 수 있을 지도 모른다”며 “코로나19 항체의 첫 번째 임상 테스트는 당장 다음 달에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에 대한 항체요법은 무엇이며 어떻게 작동하나?
외부 바이러스를 방어할 때 우리 몸은 특별한 항체를 생산한다. 백신은 인체가 병원체를 인식하도록 면역시스템을 훈련시키기 때문에 오랫동안 보호 기능을 제공한다. 바이러스 항원을 기억했다가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공격할 준비를 해놓는 게 백신의 역할이다.
코로나19에 대한 단일클론항체는 우리 몸이 질병과 싸우기 위해 생산하는 항체를 대신할 것이다. 코로나19와 싸우는 면역 세포처럼 행동하도록 특별히 만들어진 항체는 신체에 주입돼 기존 감염을 억누르거나, 바이러스에 노출된 사람을 보호한다.
이런 접근법은 과거에 전염병에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됐다. 예를 들어 콩고민주공화국의 주요 연구에 따르면 리제네론이 개발한 REGN3470, REGN3471, REGN3479 등 3개 항체로 구성된 칵테일요법제 REGN-EB3는 지맵(ZMapp), 맵114(MAb114)보다 우수한 사망위험 감소 효과를 보였다. 2018년 11월 20일부터 2019년 8월 9일까지 진행된 PALM 임상시험에서 최종 생존율은 렘데시비르 47%, 지맵 51.3%, 맵114는 66%, REGN-EB3 71%였다. 이런 성공은 리제네론과 다른 회사 모두에게 희망을 불러 일으켰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전염병 및 신경과 교수인 다이앤 그리핀(Diane Griffin)은 “항체는 에볼라에 가장 유용한 치료법이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항체가 치료를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 약물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사람들의 혈액 속 항체에 의존하는 회복기혈장치료법(convalescent plasma treatments)의 합성 버전이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엔지니어링 버전으로 배양조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혈액 기증자에 의한 혈장치료보다 양산히 훨씬 쉽다.
그러나 항체치료의 가장 큰 문제는 지속력이다. 이들의 효과는 항체가 살아있는 한 달 정도 유지된다. 이같은 약점은 코로나19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이유다.
백신이 진정한 해결책이라면 왜 항체에 관심을 둬야 하나?
첫째, 백신이 전례 없는 속도로 개발되고 있지만 임상에 몇 년이 걸릴지 몰라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백신은 많은 불확실성을 갖고 있다. 이제껏 어떤 유형의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백신이 성공적으로 개발된 적이 없다. 가장 낙관적으로 전망하더라도 기존에 사용되지 않은 새로운 기술에 의존하기 때문에 여전히 불확실하다.
둘째, 일부 백신은 일부 사람들에게만 효과적이다. 면역체계가 약한 노인은 코로나19로 인한 심각한 합병증에 가장 취약하다. 백신이 효과가 나타나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비르(Vir)의 CEO인 조지 스캔고스(George Scangos)는 “우리는 백신이 어떤 사람에게 효과가 있을지, 언제 효과가 있을지, 얼마나 잘 효과가 좋을지 모른다”며 “모든 게 잘 되길 희망하지만 백신이 모든 사람에게 효과적이진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신은 제쳐두고 의사가 감염된 환자를 치료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약물에 대한 정보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FDA가 코로나19에 허가한 유일한 치료제는 항바이러스제인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remdesivir)뿐이다. 렘데시비르는 중병에 걸린 사람들의 입원 기간을 단축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감염 후 5~10일 안에 주사돼야 한다.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줄곧 예방제로 복용할 것을 강력 추천지만 지난 20일(현지시각) 자신도 복용을 중단하고 언론에 알렸다. 그동안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치료적 이점이 명확하지 않고 오히려 심장박동(부정맥)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금까지 ‘사회적 거리두기’가 감염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막고 의료 시스템의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일부 주에서는 이미 이러한 조치를 줄이고 있다. 경제적 압력이 높아져 조만간 개업을 재개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신규 감염 사례가 급증하거나, 가을에 두 번째 유행이 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백신이 나올 때까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임시 해결책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릴리의 RNA 치료제 개발 최고과학책임자(CSO)인 앤드류 아담스(Andrew Adams)는 “우리는 그 격차를 해소할 무언가가 필요하다”며 “효과가 즉시 시작되고, 감염 환자에게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단일클론항체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일클론항체는 암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적용된 잘 알려진 기술로 만들어진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espiratory syncytial virus, RSV) 등 다른 감염질환에 효과적이다.
항체 약물은 어떻게 사용될 것인가?
항체 약물의 생산은 바이러스 감염을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는 잠재적 방법이다. 암젠의 글로벌 연구 담당 수석 부사장인 레이 데샤이스(Ray Deshaies)는 “항체 약물은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이 예외적으로 높은 의료 종사자들을 위한 단기 예방제 또는 이미 감염된 이들을 위한 치료제로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항체가 기존 질환을 가진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예방적 효과를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쉽다. 백신과 마찬가지로 항체도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완전히 보여주기 위해서는 훨씬 더 긴 시험에 성공해야 한다. 그리고 감염된 환자에게 항체 약물 투입 시기를 정확히 알아내는 것은 개발자들의 몫이다.
비르의 스칸고스는 “이미 입원했거나 이제 막 감염됐거나 아직 호흡기 질환이 없거나 바이러스에 막 노출된 사람들 등 여러 사람들에게 항체 후보를 테스트할 계획”이라며 “그 중 어느 것이 가장 잘 작동하느냐에 따라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항체는 모두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특정 그룹만을 위한 것인가?
암젠의 데샤이스는 “항체 약물 개발을 성공으로 이끄는 가장 빠른 방법은 환자가 집에서 투여하는 게 아닌, 병원에서 정맥주사로 맞는 것”이라며 “또 대량으로 제조, 운송, 공급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복잡해 일반 대중에게 항체약물을 적용하기엔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항체는 의료 종사자나 면역력이 약한 고령자 등 고위험군에게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리제네론의 감염병 연구 및 바이러스 벡터 기술 담당 부사장인 크리스토스 키라투스(Christos Kyratsous)는 “나이가 많아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 백신이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고, 효과가 나더라도 일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령자에게 백신이 효과적일지는 큰 물음표”라며 “이들에겐 백신이 나올 때까지 단지 모노클론항체가 가교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아직 항체에 대한 진정한 수요처가 어디일지, 항체 개발에 성공할지, 또 그 항체가 의료적 욕구를 충족해줄지 알 수 없다. 항체 개발회사의 임원들은 약물의 효과를 평가하기도 전에 많은 경영적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토로했다. 즉 얼마나 많은 복용량이 필요한지에 따라 생산 규모가 달라지고, 다중 항체가 필요한 경우엔 약물 생산이 훨씬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키라투스는 “이러한 요인들은 분명히 항체 약물이 어떤 방향으로 개발될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항체가 직면하는 다른 도전은 무엇인가?
번스타인 애널리스트 갈(Gal)은 “에볼라바이러스처럼 다른 전염병에 대한 치료법을 만들어 낸 기술을 이용해 여러 가지 노력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항체가 임상시험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항체 약물의 체내 작동 방식도 상당히 간단하다. 항체 약물이 숙주세포를 균열시키는 SARS-CoV-2(코로나19)의 ‘스파이크’ 단백질 결합해 바이러스가 유입되는 것을 막는 방식이다.
그러나 회의적인 측면도 있다. 항체 약물이 스파이크 단백질에 결합한다 해도 감염을 막아줄지 아니면 확산을 막을지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예컨대 감염병 치료제로 승인된 기존 항체 약물조차도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RSV 약물 ‘시나지스주’(Synagis, 성분명 파리비주맙 palivizumab)는 입원을 약 50%만 감소시킨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시의 에모리대 화학과 부교수인 젠 헴스트라(Jen Heemstra)는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항체가 목표한 바이러스 단백질을 계획한 대로 꽉 붙잡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며 “항체가 부분적으로 어떻게 설계되고 제작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항체는 백신의 효과를 일시적으로 모방하도록 돼 있어 백신과 동일한 효능으로 작동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항체 약물이 코로나19에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심스런 낙관론이 있다”면서도 “단일 치료법이 모든 환자와 모든 감염 단계에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가장 잘 계획된 접근법조차 망가뜨릴 수 있는 바이러스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데샤이스(Deshaies)는 여기에 결정적 우려를 덧붙였다. 그녀는 “과거의 항체 연구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 신종 바이러스 연구를 훼손시킬 수 있다”며 “많은 연구 종사자들의 마음에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각 회사가 개발되고 있는 항체는 어떻게 다른가?
리제네론, 암젠, 비르, 릴리는 항체를 검사하고 개발하기 위해 각기 다른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의 초기 실험은 한 종류의 항체 대 두 개 또는 세 개의 칵테일, 우리 몸이 만드는 항체를 모방하도록 고안된 항체 대 그들의 성질을 개선하기 위해 다른 방식으로 변형된 항체 등 각기 다른 유형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여기에는 장단점이 따른다. 항체가 많으면 병원체를 공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많은 반면 그에 따른 잠재적 돌연변이를 고려해야 한다. 항체를 수정하면 항체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지만, 면역체계에 더 이질적이어서 잠재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키라투스는 “인류는 수백만 년 동안 자연이 진화해온 솔루션을 교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르는 효과가 여러 달 동안 지속되도록 항체를 수정하는 등 효과를 높이기 위한 시도에 변화를 주고 있다. 스칸고스는 “이런 변화들이 잠재적으로 해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과대하게 부풀려져 있다”고 믿고 있다.
암젠과 릴리는 여전히 그들의 접근법을 고수하고 있다. 릴리의 애덤스는 “이는 하루 종일 계속 논의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릴리는 캐나다 밴쿠버 소재 앱셀레라(AbCellera) 및 중국 상하이 준시바이오사이언시스(Junshi Biosciences), 암젠은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소재 어댑티브바이오테크놀로지(Adaptive Biotechnologies)란 소분자물질 신약개발 회사와 손잡아 항체 약물 개발에 나서고 있다.
리제네론과 릴리는 다음 달부터 인체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비르는 올 여름에 시험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암젠의 일정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았다. 암젠의 데샤이스는 “우리는 최대한 빨리 마치기 위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여러 회사가 의미 있는 데이터를 가을까지 내놓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존스홉킨스 의대의 그리핀(Griffin)은 “이런 속도로 가기 전에 각 개발자들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녀는 “항체에 대해 조금 겸손하고 항체의 기능을 아는 것만이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피하는 방어적인 연구개발 자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