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관절은 신체 관절 중 유일하게 360도 회전이 가능할 만큼 움직임이 많고 자유도가 높다. 그만큼 손상되기도 쉽다. 어깨질환은 근골격계 질환 중 세 번째로 흔해 수술적 치료가 늘고 있지만 최근 어깨수술에 대한 낮은 환자만족도와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비수술적 치료 수요가 커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방의 대표적인 비수술적 치료인 침치료가 어깨수술률을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양규진 한의사 연구팀은 어깨관절 환자가 침치료를 받으면 2년 내 어깨수술 위험비가 약 70% 감소한다고 18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SCI(E)급 국제학술지 ‘Acupuncture in Medicine’ 4월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표본 코호트 1.0 DB(NHIS-NSC)의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자료에서 20세 이상 오십견, 회전근개파열, 어깨충돌증후군, 어깨관절염좌 환자를 연구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들 중 6주 이내에 2회 이상 침치료를 받은 환자는 침군(11만1561명), 그렇지 않은 환자를 대조군(7만1340명)으로 분류했다. 이어 두 군에 대한 성향점수매칭(Propensity score-matching)을 진행해 침군과 대조군을 각각 7만811명으로 보정했다.
콕스회귀분석(Cox regression analysis)을 통해 2년 내 어깨수술률에 대한 위험비(Hazard Ratio, HR)를 계산했다. 위험비는 실험군의 위험률을 대조군의 위험률로 나눈 값이다. 위험비가 1보다 크면 실험군의 위험도가 대조군보다 높다는 의미다. 1보다 작으면 실험군의 위험도가 대조군보다 낮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선 대표적인 어깨수술인 견봉성형술(acromioplasty)의 시행률을 관찰했다.
연구 결과, 침군 중 2년 내 어깨수술을 받은 환자는 180명이었으나 대조군에서는 679명이었다. 침군보다 대조군에서 어깨수술을 받은 환자가 약 3.7배 많았다. 어깨수술 위험비는 0.26(95% 신뢰구간 0.22~0.31)로 침군의 2년 내 어깨수술률이 70% 이상 감소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침치료의 기간과 빈도에 따른 어깨수술률 변화도 살펴봤다. 민감도 분석결과 침치료의 빈도가 높을수록 어깨수술률이 감소하는 점을 확인했다. 1주 동안 2회 이상 침치료를 하면 어깨수술 위험비는 0.26(95% 신뢰구간 0.22~0.31)였으며, 2주 동안 2회 이상 침치료를 받았을 땐 위험비가 0.3(95% 신뢰구간 0.25~0.35)였다. 3주 동안 2회와 4주 동안 2회의 위험비는 각각 0.32(95% 신뢰구간 0.27~0.38), 5주의 위험비는 0.31(95% 신뢰구간 0.26~0.37)인 것으로 확인됐다. 어깨관절 환자가 짧은 기간 내에 자주 침치료를 받으면 어깨수술률을 더욱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플란 메이어(Kaplan-Meier) 생존분석에서도 침군이 대조군보다 어깨수술 시행률에서 높은 누적생존율을 보였다. 이 연구의 누적생존율은 시간이 지나면서 곡선이 누적생존율 1.0에서 떨어질수록 수술을 받은 인원이 늘어남을 의미한다. 침군의 누적생존율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대조군보다 완만하게 떨어졌다. 이는 침군의 어깨수술률이 대조군보다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플란 메이어 생존분석은 사건이 발생한 시점마다 구간생존율을 구해 누적생존율을 추정한다.
양규진 한의사는 “어깨관절은 가동범위가 넓고 매우 복잡한 구조로 이뤄져 있어 치료에 신중을 기해야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결과와 같이 비침습적이고 부작용이 덜한 침치료가 어깨질환 수술률을 낮추는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