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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독감보다 가볍다”는 우희종 더불어시민당 대표 … 학자 양심은 어디에?
  • 손세준 기자
  • 등록 2020-05-11 20:56:33
  • 수정 2020-05-14 19: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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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년 광우병 파동 중심서 진보 오피니언 리더 활약 … 美 소고기 안전 지켰다는 평가 뒤엔 거친 언사 논란
우희종 더불어시민당 대표
지난 10일 기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세계 218개국에서 누적 확진자 395만9364명, 사망자 27만7845명을 돌파했다. 하루 신규 확진자는 약 8만명, 사망자는 6000명으로 피해 양상이 어떻게 변화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5일 21대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국회 입성에 성공한 우희종 더불어시민당 대표가 지난 2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회자되고 있다. 우 대표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는 독감보다 가볍다”, “주의를 소홀하게 하자는 의미는 아니지만 세계보건기구(WHO) 입장(여행과 교역 금지가 불필요하다는 의견)처럼 현 시점에서 각국 대응이 지나친 듯하다”, “질병은 은유이자, 문화적인 면이 많은데 특히 전염병에 있어서 단지 과학적인 것으로만 진행된다고 믿는 분들이 많다.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질병은 총체적인 우리 생활과 의식의 반영”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글 말미에 “총선이 가깝다”고 적었다.

우 대표는 1958년생으로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 대학원에서 약학박사 학위를 받은 다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소아과 분자질병학 교실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1992년부터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가축방역 전문가다.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이명박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드는 진보학자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여러 시민단체에서 자문역을 맡아왔다. 

우 대표는 지난 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자신이 그동안 위안부 관련 시민단체에게 억울하게 정치적으로 이용만 당했다며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국회의원 당선인(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비판한 것에 대해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할머니의 주변에 계신 분에 의해 조금 기억이 왜곡된 것 같다”고 할머니 정신 상태에 이상이 있다는 투의 발언으로 공분을 샀다. 

정의기억연대 측은 할머니에게 사과한다면서도 언론에는 강력한 유감을 표하고 회계 내역은 공개하지 않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그럼에도 우 대표는 사실과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맹목적 감싸기로 국회 새내기가 벌써부터 구태 정치를 답습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이 총선 압승을 거둔 다음 날인 지난달 16일 우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인적으로 상상의 날개가 돋는다. 보안법 철폐도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썼다. 같은 날 검찰 관련 기사를 링크한 뒤 “결국 서초동에 모였던 촛불 시민은 힘 모아 여의도(국회)에서 이제 당신의 거취를 묻고 있다. 이제 어찌할 것인가”라며 윤 총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교수 출신의 정치 초심자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거칠고 정치적 계산이 쫙 갈릴 발언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독감보다 가벼운 질병’은 글을 쓴 지 한 달 만에 코로나19는 전세계로 확산돼 지난 3월 12일 WHO는 팬데믹을 선언했다. 2월 초 문재인 정부가 중국인 입국을 막지 않은 것을 두둔하고 이로 인해 민주당이 총선에서 실패할까 우려하는 차원에서 쓴 글은 신중하지 못한 예단으로 판명됐다. 

서울대 수의대 교수로서 2008년 광우병 파동 정국 당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흔들림 없는 논리를 내세우던 그는 12년이 흐른 2020년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문제 해결에 나서려는 학자의 양심보다는 정치적 시류에 편승하는 정치인의 후안을 보여주고 있다. 

2008년 5월 4일자 한겨례신문 시론에서 우 대표는 “질병에 대한 방역이나 예방은 ‘사전예방의 원칙’에 따라 현재의 발생 숫자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장차 발생할 가능성에 초점을 둔다”며 “단순 오염물질의 경우 자연의 정화작용에 의해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감소하지만 생물학적 위험은 증식과 분열이라는 특징이 있어서 시간이 흐르면서 발생 위험도는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우병으로 인해 영국에서 목축산업을 붕괴시키면서도 수만 마리의 소를 도축했고, 조류인플루엔자 방역에서 병에 걸리지 않는 수만 마리의 닭을 사전에 살처분한다”며 사전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비춰보면 코로나19를 대하는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과학적 근거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지식에는 양면성이 있다. 이같은 속성 때문에 순수한 과학적 근거가 정치적 입장을 옹호하는데 활용되면 진영논리를 대변하는 사이비 과학으로 변질된다. 한 번 방향이 설정되면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기 어렵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허위·과장 정보를 확대 재생산하고 이런 정보는 대중의 불안감을 조장한다. 과학의 정치적 남용은 사회 구성원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다. 우 대표는 광우병 파동 당시 이같은 과학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선두에 있었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08년 5~8월 동안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는 총 2398회로 이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국내총생산(GDP)의 0.4%인 3조7513억원에 달했다.

광우병은 소해면상뇌증(Bovine Spongiform Encepahlopathy, BSE)을 일컫는 것으로 1972년 영국에서 동물의 뼈·내장·골 낭비를 줄이고자 이를 갈아 사료로 먹인 게 원인이 돼 발병했다. 소의 뇌 조직이 스폰지 모양으로 변하면서 신경세포가 죽어 광우병이란 별칭이 붙었다. BSE의 원인은 변형 프리온 단백질로 뇌에 축적돼 뇌 신경세포를 파괴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감염 여부는 소가 죽은 뒤 뇌 조직에 대한 BSE 검사로 발견할 수 있다.

1986년 영국에서 광우병이 처음 보고된 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소에서 동종간 전파되고 나아가 사자, 호랑이, 영장류, 유제류(발굽이 있는 포유류 동물) 등 여러 동물에게 전파됐다는 사실이 보고됐다. 1994년엔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나 부산물 등을 섭취해서 발생하는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Variant CJD, vCJD), 일명 ‘인간 광우병’ 첫 환자가 발생했다.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광우병은 19만여건이 발생했고 인간광우병은 280여건이 보고돼 200여명이 사망했다. 그 중 영국에서 발생한 게 각각 18만4600여건, 166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영국이 1988년, 1996년에 동물성 사료를 금지하는 강력한 정책을 시행한 뒤 영국 내 광우병 발생 건수는 1993년 3만5000마리에서 1998년 3235마리, 2007년 67마리로 급감했다. vCJD도 1999년 29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1년에는 0명을 기록했다.

미국에서 광우병은 2003ㆍ2005ㆍ2006ㆍ2012ㆍ2017ㆍ2018년 각 1건, 총 6회 발생했다. vCJD는 3명이 발병했지만 2명은 영국에서 10년 이상 살다가 온 경우로 영국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고 1명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거주했다. 국내에선 vCJD 의심사례가 보고돼 왔지만 확진자는 없었다.

인간에게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프리온 질환은 산발성 크로이츠펠트 야콥병(Sporadic Creutzfeldt-Jakob Disease, sCJD)이다. 이는 vCJD와 다른 질환이지만 같은 병명이 비슷해 혼동하기 쉽다. 2018년 sCJD 증상을 보인 한 환자가 병원에 입원을 하려 했지만 인간광우병에 걸린 환자라는 소문이 돌면서 40곳 이상이 내원을 거부해 환자 가족이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의료계에선 의학적으로 소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검게 탄 소고기를 먹고 암에 걸릴 확률의 수만분의 1, 담배를 피워 암에 걸릴 확률의 수억분의 1도 되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2011년 의료행위로 인한 의인성 크로이츠펠트 야콥병(Iatrogenic CJD, iCJD) 환자가 사망한 사례는 있었다. 그 해 7월 감각장애와 정신이상, 운동장애 등 증상을 보이다 숨진 54세 여성은 1987년 뇌수막종으로 절제술을 받고 사람의 뇌조직을 원료로 한 경막인 ‘라이요두라(Lyodura)’를 이식한 뒤 iCJD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1969년 독일 비브라운(B.Braun)에서 제작한 제품으로 인간 사체의 뇌경막을 이용해 만든다. 주로 신경외과적 수술, 뇌 심부 깊은 곳에 발생한 뇌암 환자 등에 쓰인다.

전세계에서 200여명이 이 제품을 이식한 뒤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며 그 중 132명이 일본 사례로 알려졌다. 1987년 미국에서 첫 iCJD 환자가 발생한 뒤 FDA가 전량 회수조치했다. 1997년엔 세계보건기구(WHO)가 인간 사체를 이용해 만든 뇌경막이식편(dura mater graft, 대표 상품명 라이요두라)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국내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청이 1998년 설립돼 이전 수입기록 확인이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11월 우 대표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본에서 환자가 iCJD 100여명이나 나온 것에 대해 “국내에도 당연히 있고 그 전에 발생했는데 의료관리가 안 됐기 때문에 사망했을 수도 있다”, “그냥 노망이다 이래서 지나갔을 수도 있다”, “그 수술을 한 외과 기구로 철저한 광우병 대책 소독을 하지 않고 재사용하면 옮겨갈 수 있다”, “잠복기가 길어서 무슨 원인인지도 모르고 사망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어 걱정이다” 등 명확한 근거 없이 추측성 발언을 늘어놓았다. 그는 “라이요두라의 원료를 소의 뇌에서 추출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더욱이 일본인은 인간광우병(vCJD)에 취약한 유전자(129변 MM형 유전자)를 갖고 있어 이런 요인들로 사망자가 많이 나왔을 것”이라며 iCJD의 요인을 살짝 vCJD와 연관짓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물론 시기적으로 미국산 소고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공론화 과정으로 이끈 것은 정당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미국 측 주장에 따라 국민적 합의과정 없이 수입 소 월령 제한을 일방적으로 폐지했다가 거센 국민적 저항을 받고 30개월 미만 제품만 수입하기로 선회했다. 광우병 파동은 2008년 2월 들어선 이명박 정부가 2013년 퇴장할 때까지 두고 두고 발목을 잡았다. 

국제수역사무국(OIE) 전문가들은 2007년 ‘광우병 위험 통제국’에 속해 있던 미국에서 폐사한 소의 23%가 동물사체 처리 시설인 렌더링 공장에서 사료 원료 등으로 가공됐다고 지적했다. 2009년 10월까지 광우병 특정위험물질(特定危險物質, Specified Risk Material, SRM, 편도·회장만 소의 뇌·척수·편도·회장 등)과 식용에 적합하지 않은 부위를 비반추동물의 사료 원료로 사용했다는 점, 미국의 농장 5곳 중 1곳에서 반추동물인 소와 비반추동물인 돼지나 닭을 함께 사육하면서도 광우병 이종간 교차오염에 대한 예방 조치가 없었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등급 격상을 반대했었다.

이후 동물성 사료 통제 조치 등을 시행한 미국은 2013년 ‘광우병 위험 통제국’에서 최고 등급인 ‘광우병 위험을 무시할 정도의 국가’로 격상돼 청정지역인 호주와 같은 수준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에서 식약청장을 지낸 이영순 서울대 수의대 명예교수는 “광우병은 육골분의 동물성 사료를 소에게 먹여 생긴 질병으로 동물성 사료를 금지하자 수년 만에 발병이 급격히 줄었다”며 “수년 내에 사라질 병”이라고 2013년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1988년 영국에서 광우병의 원인이 되는 육골분 사료를 금지한 지 약 20년이 됐고 잠복기(5~10년)나 발생 추이로 볼 때 2008년 당시에는 광우병이 사실상 사라졌던 시기라 걱정할 이유가 없었다”며 “햄버거에 들어가는 패티를 잡고기로 만들 때 잘 붙으라고 골을 갈아 넣는데 이 때 SRM이 들어가 인간광우병에 걸린 사례는 있지만 30개월 미만 소는 편도·회장만 안 먹으면 위험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서 최근까지 발생한 광우병은 노화 과정에서 돌연변이로 발생한 비(非)정형 광우병 뿐”이라고 덧붙였다.

비정형 광우병은 고령의 소에서 매우 드물게 자연적으로 발생해 감염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은 비정형으로 6세 이상된 소에서 발병했다. 한국 정부가 이같은 상황이 발생해도 수입금지 등 즉각적 조치를 보류하는 이유는 국내에는 현재 30개월 미만의 SRM을 제거한 고기만 수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산 소고기는 최고의 인기상품으로 등극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20만9034t으로 기존 최고 기록인 2003년 20만8636t을 넘겨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체 쇠고기 수입량인 41만5112t의 50.4%에 이른다. 광우병 사태가 정점을 찍은 2008년 3만2446t까지 줄었던 것과 비교하면 6배 이상 증가했다. 인간광우병의 잠복기가 16개월~30년 사이라 알 수 없다는 주장이 있지만 아직 질병을 앓는 사람도, 감염 사례도 보고되지 않았다.

이후 광우병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뜸해진 탓인지 우 대표는 과학 대신 막말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기독교인이자 불교인’이라고 칭하는 그는 2015년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노골적으로 불교계를 비꼬았다. “한국불교는 변태불교다”, “한국 사회에서 불교는 일부 승려의 재산 증식 사업장으로 전락했다”, “비구니는 남자 승려에 빌붙어 아부하는 여자스님들” 등 비방을 쏟아냈다. 이에 불교계가 비판하자 “책 판 돈으로 소송비에 사용하고, 남으면 고기라도 사서 스님들에게 보내주겠다”고 비아냥거렸다.

큰 틀에서 광우병 사태와 관련,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해도 그 과정에서 근거가 빈약한 예시를 남용한 것으로 학자로서 온당해보이지는 않는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국민의 검증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어쩌면 아직은 빅 마우스가 아니어서 언론이 집중적으로 보도를 하지 않아 적절히 예봉을 피해나갔다. 하지만 국회에 입성하기도 전에 쏟아지는 그의 거친 언사가 반대 입장을 가진 국민을 자극하고 있다. 이를 걱정하는 이가 많다는 여론을 읽고 과학자답게 합리적인 논리와 정제된 언어로 의정활동을 펼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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