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의 GLP-1 작용제 당뇨병 치료약인 오젬픽(Ozempic, 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semaglutide) 성분이 알코올성지방간염(non-alcoholic steatohepatitis, NASH)에도 효과가 있다는 임상 2상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회사의 최근 수익 보고서에 따르면 72주 동안 NASH 환자를 세 그룹으로 나눠 각기 다른 세 가지 용량(0.4mg, 0.2mg, 0.1mg)의 세마글루타이드를 매일 한 차례 주사한 결과, 이 약물은 투여량과 상관없이 질환 특유의 간 섬유화(흉터)를 악화시키지 않고 비알코올성지방간염 해소(resolution) 효과가 대조군보다 좋았다.
0.4mg를 매일 맞은 섬유화 단계 F2~F3인 환자 56명 중 33명(59%)이 간섬유화가 악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NASH 해소 효과를 보여 위약군의 17%(58명 중 10명)보다 나은 약효를 입증했다. 0.1mg과 0.2mg 투여 환자는 각각 40%와 36%가 NASH 해소 목표치에 도달했다.
노보노디스크는 현재 이 약물에 대한 NASH 임상 3상을 준비 중이다. 이 약은 2017년 제2형 당뇨병의 주사치료제로 미국 FDA의 승인을 얻어 오젬픽이란 상표로 판매되고 있다. 같은 성분의 알약은 2019년에 승인돼 ‘라이벨서스’(Rybelsus)란 브랜드로 시판됐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인슐린 생성을 자극해 혈당 수치를 조절하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ucagon like peptide, GLP)-1 작용제의 일종으로 당뇨병 치료에 효과적이지만, NASH의 잠재적 치료법으로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현재 NASH에 대해 승인된 약물은 없지만, SVB리링크(SVB Leerink)의 애널리스트들은 “NASH치료에 세마글루타이드 병용요법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으며, GLP-1 작용제는 이러한 조합을 구축하는 중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NASH 치료제 개발 시장에서 세마글루타이드의 이번 임상 결과는 인상적이다. 아직까진 인터셉트파마슈티컬(Intercept Pharmaceuticals)의 ‘오칼리바’(Ocaliva, 성분명 오베티콜릭산 obeticholic acid, OCA)가 최초의 NASH 치료제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고용량을 투여한 환자의 25%가량에서만 주요 목표를 달성한 상태다. 오베티콜산은 당초 지난 3월 25일에 허가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 확산 여파로 오는 6월 26일로 최종 승인 판정이 미뤄졌다.
이밖에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인근 웨스트콘스호호켄(West Conshohocken) 소재 마드리갈파마슈티컬스(Madrigal Pharmaceuticals)의 THR-beta 작용제 ‘레스메티롬(resmetirom, MGL-3196)’은 2상에서 25% 환자가 NASH 해소를 나타냈지만, 위약은 6%에 그쳤다.
이 회사는 레스메티롬의 후속 약물로 THR-beta 선택적 작용제 작용제인 MGL-3745도 개발 중이다. THR-β는 갑상선호르몬수용체(Thyroid hormone receptor)의 일종으로 유전자 결핍으로 이 수용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갑상선호르몬저항성(thyroid hormone resistance, GTHR), 갑상선결절(goiter), 갑상선기능항진증(T3-T4 상승) 등이 나타난다.
NGM바이오파마슈티컬스(NGM Biopharmaceuticals)의 일일 주입식 알다페르민(aldafermin)은 24주 치료 후 24%를 달성했다. 위약은 9%에 그쳤다. 지방간 축적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간의 흉터와 염증을 역전시키는 효과를 입증했다.
그러나 NASH 치료제는 임상이 끝날 때까지 방심할 수 없다. 길리어드사이언스의 ASK1 억제제 셀론서팁(selonsertib), ACC 억제제 피르소코스타트(firsocostat), FXR 작용제 실로펙서(cilofexor) 등이 잇따라 실패의 늪에 빠졌다.
부작용 면에서도 그동안 NASH 후보 물질들은 자유롭지 못했다. 오칼리바는 10mg, 25mg 두 가지 용량으로 임상을 진행했으나, 25mg 투여군에서 더 많은 이상반응이 보고됐다.
젠핏(Genfit)의 PPARα/β 작용제 ‘엘라피브라노(Elafibranor)’도 임상 3상이 끝났지만 신중함을 보이고 있다. PPAR 작용제는 시판 후에도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하는 약이다.
앞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뉴어크(Newark) 소재 시마베이테라퓨틱스(CymaBay Therapeutics)가 엘라피브라노와 같은 기전인 PPARα/β 작용제 ‘세라델파(Seladelpar)’를 연구했으나, 중간 임상에서 예상하지 못한 간 손상으로 연구를 중단했다. 이에 젠핏은 엘라피브라노가 세라델파와 매우 다르며, 임상시험 결과 간 손상 관련한 문제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RESOLVE-IT 임상에서 안전성에 초점을 맞춘 몇가지 중간분석 결과 기준을 충족했다는 입장이다.
인터셉트는 NASH 치료제가 승인되면 섬유화가 진행돼 전문의 진료를 받고 있는 약 50만명의 환자가 치료 대상이 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만약 세마글루타이드가 NASH 약물로 FDA 시판 허가를 받으면 기존 고가의 간질환 의약품에 상당한 반격을 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고용량 처방 환자의 59%가 간섬유화 진행을 멈추고, 간염을 개선했다는 연구결과가 그 증거다. 그러나 섬유화를 얼마나 개선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는 아직 없다.
반면 오베티콜산은 1일 1회 25mg을 투여한 집단은 23.1%, 10mg 투여한 집단은 17.6%에서 섬유화 증상의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 위약의 11.9%에 비해 더블 스코어다.
투자기관인 제프리(Jefferies)의 애널리스트인 마이클 이(Michael Yee)는 지난 6일 투자자들에게 “노보는 아직 섬유화 관련 데이터를 보여주지 않았다. 이는 섬유화 2/3단계(F2/3)로 진행한 환자에게 매우 중요한 황금 최종 지표(gold standard endpoint)”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론적으로 NASH 해소(resolution, 분해능, 지방간 부피 감소)가 향상되면 섬유화로 인한 흉터도 개선되긴 하지만 섬유화 개선 지표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NASH 치료제가 분해능이나 섬유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야 승인해 줄 수 있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젬픽의 부작용도 문제다. 세마글루타이드를 이용한 비만 치료 임상연구에서 매일 주사로 맞은 비만환자는 12~17%에서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해야 했다. 메스꺼움, 설사, 구토 등이 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노보는 이번 NASH 및 다른 질환 관련 임상에서 안전성 프로파일은 문제가 없을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됐다고 해명했다. 오젬픽은 이밖에도 위장장애, 갑상선종양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증 NASH 환자들은 간경변으로 나아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항우울제도 필요하다.
당뇨병 치료에 쓰이는 오젬픽은 처음 4주간은 매주 한 번 0.25mg을 주사하고 이후 매주 0.5mg로 증량해 유지요법을 쓴다. 혈당이 조절되지 않을 경우 매주 최대 1mg까지 점차적으로 양을 올릴 수 있다. 매주 한 번 맞아도 어느 정도의 부작용이 예상되는 만큼 매일 맞는 용법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노보는 길리어드와 파트너쉽을 맺고 길리어드가 개발했다 실패한 실로펙서 및 피소코스타트와 세마글루타이드의 조합을 임상시험 중이다.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노보 최고과학책임자(CSO)인 매즈 크록스가드 톰센(Mads Krogsgaard Thomsen)은 “세마글루티드의 임상 3상 시험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굳이 길리어드 병용요법 임상 데이터를 참고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단독요법으로도 충분하며 앵커 의약품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노보는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을 지난 1분기에 47억6000만덴마크크로나(6억8800만달러)를 판매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비축(사재기)의 영향도 있지만 전년 동기 14억3000만덴마크크로나(DKK)의 3배를 뛰어넘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