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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알코올성지방간 치료 중개연구의 신진 유망주 의사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0-05-01 10:30:21
  • 수정 2020-05-01 16:5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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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선 고려대 구로병원 간센터 교수 “바이오마커 개발로 진단키트·신약 창출할 터”
이영선 고려대 구로병원 간센터 소화기내과 교수
간질환은 금주, 체중감량 등 생활습관이 우선시되지만 제대로 실천하는 환자는 드문 편이다. 20여 년 전에 비해 다양한 신약이 나와 치료가 수월해졌지만 커버하지 못하는 질환군도 많다. 때문에 간질환 전문의는 다른 의사보다 환자에게 엄격하다는 평을 듣는다. 과거와 달리 자상한 진료로 환자의 신망을 얻는 신세대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영선 고려대 구로병원 간센터 소화기내과 교수도 그 중 하나다.
 
비만에 늘어난 비알코올성지방간, 신종 코로나로 ‘집콕’ 장기화에 환자 폭증 우려 

이 교수는 간질환 중에서도 지방간 임상과 연구를 함께하고 있다. 최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집콕’하는 환자들이 늘다보니 진료 시 예전보다 임상지표가 악화돼 코로나 이전보다 우려되는 환자가 한둘이 아니다. 

“활동량이 줄어들면 간 수치가 올라가기 마련인데 잘 관리하던 환자들의 간수치가 최근 나빠진 게 보여요. 체감하건대 열에 세 명 정도가 수치가 나빠져서 방문합니다. 신종 코로나가 장기화되면 기존 환자의 증세가 악화될 뿐만 아니라 신규 지방간 환자도 증가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방간 환자는 2015년 26만7352명에서 2019년 41만4498명으로 최근 5년 사이에 55% 증가했다. 그 중에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게 비알코올성지방간이다. 지난해 건강보험 빅데이터 통계에 따르면 이에 해당하는 환자는 2013년 2만4379명에서 2017년 5만1256명으로 5년 사이 증가율이 110%에 이른다.
 
“지방간하면 일반적으로 술을 많이 마셔 생기는 알코올성 지방간을 떠올리지만 최근에는 비알코올성지방간질환(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 NAFLD) 환자가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고, 이 중 약 25% 정도에서 비알코올성지방간염(Non-alcoholic steatohepatitis, NASH)이 진행됩니다” 

신종 코로나 상황에서 더욱 경계해야 할 NAFLD는 술이나 지방간을 일으키는 약물과 상관없이 비만·당뇨병·대사증후군 등으로 발생한다. 국내에서 15~30% 발병률을 보인다. 국내 당뇨병 환자의 70%가 지방간을 보여 관리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얌전한 병’에서 간암 유발 ‘위험질환’으로 부각 … 연구 부족에 치료법 지침도 ‘아직’
 
NAFLD 환자는 환자는 비교적 양호한 임상 경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방치하면 간섬유화, 간경화 등을 거쳐 감염·간경변·간암 등으로 악화될 수 있다. 최근에는 뇌혈관질환과 심혈관질환과도 깊은 연관성이 발견되는 등 관리가 필요한 주요 질환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전공의를 시작했던 12년 전만 해도 NAFLD가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된 경우가 거의 없었어요. 아주 드물었는데 지금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NAFLD는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고 식습관과 생활습관이 바뀌면서 나타난 질병이라 국내에서의 역사는 길지 않은 편이죠. 이 질환은 오랜 기간에 걸쳐 간에 문제를 일으키는데 그동안 축적된 위험요인의 뇌관이 터져 이제야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지방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문제를 제대로 보게 된 측면도 있고, 지금에 와서는 과거에 원인을 알 수 없는 간질환 사망 중 상당 수가 NAFLD에 의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천천히 진행되는 NAFLD의 초반 양상만으로 위험성을 간과했다가 최근 인식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NAFLD를 잘 모르고 있었고 연구도 부족했다는 자성이 나온다. 간센터에서 가장 젊은 이영선 교수조차 학부 시절 지방간에 대해 아주 짧고 가볍게만 배웠다.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단일화된 지방간 치료지침이 정립되지 않은 것은 이런 상황에 기인한다. 조직검사로 간세포의 풍선변성(ballooning degeneration)을 확인한다는 진단법은 마련돼 있으나, 환자가 얼마 간격으로 어떤 검사를 받고 진료해야 하는지 아직도 기준이 확고하지 않다.
 
명확한 치료제 없어 … 오칼리바·YH25724·HM15211 등 신약후보에 거는 기대와 우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신약개발 뉴스는 임상의로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신종 코로나로 허가심사가 3개월 미뤄지긴 했으나 세계 최초 치료제로 거명되고 있는 인터셉트파마슈티컬(Intercept Pharmaceuticals)의 ‘오칼리바’(Ocaliva, 성분명 오베티콜릭산 obeticholic acid)가 오는 6월이면 승인 여부를 판정받게 된다. 

국내서는 유한양행이 베링거인겔하임에 지난해 약 1조50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한 ‘YH25724’와 지난 3월 5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원발경화성담관염 치료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한미약품의 ‘HM15211’가 NASH 치료제로서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이 교수는 “새로운 신약후보물질 개발 소식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며 “그동안 단일 성분으로 진행됐던 많은 NASH 치료제 후보들이 초기 임상에서 효과를 보였다가 실패한 경우가 많아 섣부른 판단은 어렵지만, 최근 2~3가지 약물 경로를 치료전략으로 하는 후보물질들이 개발되는 추세여서 기대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18개월 복용 후 환자의 18~23%에서 지방간으로 인한 섬유화 개선 효과가 확인된 오칼리바도 긍정적이긴 하지만, 높은 예상 판매가와 몇가지 드러난 부작용에 우려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는 중이다.
 
“NASH는 질환 특성상 약을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데 신약 가격이 너무 비싸면 처방이 어려울 수 있어요. 또 임상시험에서 약간이지만 가려움증과 이상지질혈증(콜레스테롤 상승)의 발생 빈도가 올라간다는 보고가 있어 이에 대한 연구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비침습적 진단과 치료타깃 활용 목표로 ‘바이오마커’ 개발 연구 중
 
NAFLD나 NASH 관련 치료제 개발이 다른 질환보다 어려운 이유는 복합적이고 공략할 포인트가 매우 다양한 데서 비롯된다. “예전에는 ‘Two hit model’, 즉 1차로 여러 요인이 간에 지방을 축적하고, 이 상태에서 2차로 염증을 야기할 수 있는 요인이 발병을 초래한다고 설명했지만 지금은 식이·유전·환경 등 여러 인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는 ‘multiple hit pathogenesis’(다각적 병인론)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유발인자를 모두 통제해야 하니 그만큼 신약개발과 임상치료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이 교수는 현재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최근 들어 NAFLD 연구와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서다. 고려대 구로병원 간센터도 3개 국가과제 연구를 비롯한 다양한 기초연구와 여러 신약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에 많은 시간과 인적자원이 투입된 만큼 조만간 반가운 뉴스를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초연구와 임상연구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중개연구(translational research)’로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그 일환으로 비침습적인 방식으로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개발 중이다. 이를 이용해 중증의 NAFLD를 진단하는 키트를 개발하고, 나아가 치료 타깃으로 활용해 신약을 창출하는 게 목표다. 
 
이영선 교수는 “지방간 치료에서 가장 강조되는 것은 생활습관 개선”이라며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금주를 실천하고,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으로 체중을 조절하면서 대증적인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게 권고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흔히 기름진 음식만 주의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당류 즉 탄수화물과 설탕이 더 악영향을 미친다”며 “운동은 중간 강도로 매주 3회 이상 시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증상이 개선된 후에도 이를 꾸준히 실천해야 체중 증가와 증세 악화를 막을 수 있다. 인내심을 가지고 생활습관 개선에 나서야 하는데, 성급한 나머지 치료에 싫증내고 지쳐버리는 환자가 많은 게 임상 현장의 실정이다. 이 교수는 질환에 대한 관심과 주위 사람의 격려가 치료 의지를 북돋워주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선(李英善) 고려대 구로병원 간센터 소화기내과 교수 프로필

2006년 고려대 의대 학사
2010년 고려대 의대 석사
2015년 KAIST 의과학대학원 박사
2006~2007년 고려대의료원, 수련의
2007~2011년 고려대 구로병원 내과 전공의
2015~2017년 고려대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임상강사
2017~2019년 고려대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임상조교수
2019년~현재 고려대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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