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담은 일러, 중국서 환자 모집 안돼 임상 2건 중단 ... 신약 성공 가능성은 50%, 치사율 20%이하 입증해야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Gilead Sciences)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렘데시비르(remdesivir)가 3상 임상시험에서 중증 코로나 환자 125명에게 투약한 결과 1주일 만에 113명이 고열과 호흡기 증상에서 회복돼 퇴원했다고 16일(미국 현지시각) 밝혔다.
캐슬린 멀레인(Kathleen Mullane) 시카고대 감염병학과 교수는 자신이 주관한 임상시험 결과를 의학 전문매체 스탯(STAT)에 공개했다. 일부는 투약한 지 하루 만에 자가호흡을 했다. 사망자는 단 2명. 이에 세계 최초의 코로나19 치료제 신약으로 렘데시비르가 허가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아직 장담하기엔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 CNBC 방송은 “길리어드가 지난 3월에 착수한 중증 코로나19 환자 2400명에게 렘데시비르를 투약한 결과는 이달 중에 발표될 예정”이라며 “중등도 코로나19 환자 1600명을 대상으로 임상 결과는 오는 5월에 나온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렘데시브르 효과를 전망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여전하다.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 임상시험 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길리어드가 중국에서 진행한 2건의 임상시험은 모두 중단됐다.
먼저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440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려 했지만 237명만이 모집돼 3월에 조기 종료됐다. 이어 1주일도 채 안 돼 경증 및 중등도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려던 임상도 모집 인원 308명 가운데 지난달 21일 기준 74명만이 참가해 중단됐다.
다만 길리어드는 유럽, 한국 등 5곳에서 별개의 임상을 진행하고 다음달께 평가 결과를 집계할 예정이다. 총 1700명을 대상으로 한 동정적 임상시험을 여러 의료기관 등 후원자와 함께 진행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줬다.
이와 관련해 브라이언 아브라함(Brian Abrahams) RBC캐피털마켓(RBC Capital Markets) 애널리스트는 “렘데시비르가 의학적 효과가 있다는 임상시험은 고무적”이라며 “하지만 이 데이터를 적용하고 해석하는 데는 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5일 “이 약이 효과가 있을 가능성은 50대50”이라고 관측했다.
앞서 지난 10일 뉴잉글랜드의학저널(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엔 중증 코로나 환자 53명을 대상으로 한 동정적(compassionate) 임상시험 결과 환자의 68%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논문이 게재됐다. 논문의 주요 저자인 미국 로스엔젤레스 시다스-시나이메디컬센터(Cedars-Sinai Medical Center) 역학 담당 조나단 그레인(Jonathan Grein) 교수는 “이 데이터에서 결정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는 없지만, 렘데시비르를 투여한 입원 환자를 관찰한 결과 희망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연구자들은 “연구결과를 비교할 대조군 그룹이 없어 렘데시비르가 환자들의 회복을 촉진시켰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주가는 NEJM에 논문 결과가 발표된 지난 13일 이후 상승세를 보이다가 중국 임상 중단 소식이 전해진 15일에 3% 하락했다. 또 113명을 대상으로 한 긍정적인 임상결과가 나온 16일 장 초반에는 상승세를 보이다가 오후 들어 다시 내려 주당 76.54달러의 종가로 마감했다.
증권투자를 위한 키 포인트로 제프리스(Jefferies)의 마이클 이(Michael Yee) 애널리스트는 “지표상으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이번 시카고대 발표가 실제 3상 임상 데이터가 아니어서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단기적 주가 향방에 약간 하향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10일 NEJM 논문의 결과가 유사한 맥락을 갖는다”며 “플라시보 없이 신약후보만으로 연구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어 “플라시보 없이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5일 또는 10일의 치료기간으로 진행된 임상결과가 1~2 주안에 발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후 발표될 데이터가 NEJM 논문에 나온 치료 후 사망률인 10~20%(13.2%)과 유사하면 긍정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고 마이클 이는 종합했다.
길리어드가 개발한 렘데시비르는 뉴클레오타이드(nucleotide) 유사체 항바이러스로서 RNA복제를 막아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당초 서아프리카에 창궐하는 에볼라바이러스(Ebola Virus Disease, EVD) 치료를 위해 연구됐지만 미국 머크(MSD)와 존슨앤드존슨(Johnson &Johnson, J&J) 등 글로벌제약사가 약물 효능을 입증하지 못해 개발이 중단됐다. 하지만 전임상 동물실험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인 중동호흡기증후군(MERS-CoV·메르스)에 효능을 보이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도 효과적일 것이란 가능성을 갖고 수 건의 임상시험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