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에 비견될 만큼 건강에 좋다고 하여 ‘蔘’자를 붙여 부르는 약재들이 있다. 사삼, 만삼, 봉삼, 현삼 등이 대표적이다. 증상에 맞춰 잘 챙겨먹으면 비싼 인삼 못잖은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이름에 홀려 무턱대고 남용했다간 도리어 부작용으로 고생하기 십상이다.
사삼(沙蔘), 더덕 … 폐암 등 폐질환에 도움, 많이 먹으면 소화불량
사삼은 식용으로도 흔히 즐기는 뿌리식품 더덕이다. 동의보감 탕액편에 더덕을 사삼이라고 기록했다. 지금도 종종 지하철 통로 등에서 할머니들이 직접 껍질을 까서 더덕을 판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멀리서도 더덕 냄새가 느껴질 만큼 향이 강하다. 대신 맛은 담백해서 그 어우러짐이 별미다. 때문에 약용보다는 식용으로 많이 사랑받고 있다.
더덕은 인‧티아민‧리보플라빈‧단백질‧지질‧당질‧비타민B1‧비타민B2 등 영양소가 풍부하고 사포닌‧스테롤 등의 약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폐렴성구균‧연쇄상구균‧인플루엔자바이러스 등 병원체에 대한 억제 효과가 확인됐으며,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을 증가시키고 백혈구를 감소시키는 작용이 있어 염증을 개선한다. 이밖에 피로는 풀어주고 호흡기능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
자르면 단면에 마치 젖처럼 희뿌연 진액이 나와서 양유(羊乳)로 불린다. 한방에서는 폐의 기운을 보충해주는 약재로 기관지염, 해소병 등 호흡기계통의 질환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해열‧거담‧해독‧배농‧소종 등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위장 기능과 근육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어 허약해진 몸을 보호하는 강장제로 사용한다. 산모의 유선염, 젖 분비 부족, 몸조리 등에도 애용된다.
최근에는 폐암과 난소암을 억제하는 효과가 입증돼 주목받고 있다. 더덕에 풍부한 사포닌이 세포 내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한다는 여러 연구결과가 있다.
강영희 한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팀은 더덕 속 올레아놀릭산이 지방세포의 전구세포들이 성숙한 지방세포로 분화되는 것을 막아 비만 개선‧예방에도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더덕은 호흡기가 약한 태음인 체질과 특히 잘 맞는다. 태음인은 체격이 크고 폐 용적도 뛰어나지만 폐활량은 그렇지 못해서 나이가 들면 폐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더덕이 이런 점을 보완해준다.
더덕은 식품으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부작용이 적지만 한 번에 많이 먹으면 소화기능장애가 일어날 수 있다. 1회 섭취량은 20~40g 정도가 적당하나 신선한 것은 50~100g까지도 괜찮다.
만삼(蔓蔘) 또는 당삼(黨參) … 독성 적고 기력 회복, 비만·당뇨엔 삼가야
만삼의 다른 이름은 당삼이다. 학명은 Codonopsis pilosula Nannfeldt이다. 초롱꽃과의 넝쿨성 다년초풀로 산 속 그늘진 곳에서 무리지어 자라는 한국 원산지 식물이다. 만삼의 만은 넝쿨이라는 뜻이고 당은 무리라는 뜻이다.
길이는 1~2m까지 자리고 뿌리는 도리지 모양으로 약 30cm가량이다. 잎은 달걀 모양으로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잎의 양면엔 털이 있다. 7~8월에 걸쳐 종처럼 생긴 자주색 꽃이 달리고 10월에 열매가 익는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말려 약재로 사용한다. 뿌리에는 사포닌‧전분‧글루코사민‧스쿠로스‧이눌린 등과 소량의 알칼로이드가 함유돼 있다. 성징이 평이하고 독성이 없어 체력 보충을 위한 강장제로 널리 애용되고 있다.
소화기능을 강화하며 기력을 보충하고 진액을 생성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허약체질, 만성빈혈, 소화불량, 식욕부진, 피로 및 권태, 구갈, 설사, 탈항 등에 사용된다. 중국에서는 양을 늘려 인삼 대용으로 쓰기도 했다.
혈압과 혈구에 대한 조절작용이 동물실험에서 확인된 바 있다. 만삼 추출물을 개의 정맥 혹은 복강에 주사하면 혈압이 내려가며, 두꺼비 심장을 이용한 실험에서는 항아드레날린 작용이 관찰됐다. 또 만삼 추출물을 토끼의 정맥 혹은 피하에 주사했을 때 헤모글로빈이 증가했다. 다만 비장이 적출된 토끼에서는 증가 작용이 현저히 떨어졌다.
만삼은 큰 부작용이 없는 편이지만 몸에 열이 많고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은 삼가는 게 좋다. 당뇨병이 있으면 한의사와 상담해 복용량과 식사량을 조절해야 한다. 1회 복용량은 말린 약재를 기준으로 6~10g이 적당하다. 환자가 기운이 너무 없다면 15~30g까지 투약량을 늘릴 수 있다.
봉삼(鳳蔘) 또는 백선(白鮮) … 건선 등 난치성 피부질환에 효과, 간독성 주의
봉삼은 운향과 식물인 백선을 말한다. 학명은 Dictamnus dasycarpus Turcz이다. 뿌리가 산삼과 비슷하고 머리 모양이 봉황을 닮았다고 해서 봉삼이란 별명이 붙었다. 운향과는 대부분 독특한 향기를 가지고 있는데, 봉삼은 양 (羊) 냄새가 나는 게 특징이다.
한방에서는 백선의 뿌리껍질을 백선피라고 부르는데 주로 피부질환에 내복 혹은 외용제로 사용한다. 한약재로 사용할 때는 가을에 뿌리를 캐서 수염과 가운데 목심을 제거하고 뿌리껍질만 약재로 사용한다.
맛은 쓰고 성질은 차다. 해열 작용이 뛰어나 한방에서는 주로 피부질환에 사용한다. 피부발진, 습진, 풍진, 알레르기성피부염 등에 달여 먹거나 우려낸 물로 피부를 씻는 외용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특히 봉삼 우린 물로 피부를 씻으면 아토피성피부염 혹은 무좀 등 만성적인 피부질환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밖에 팔다리가 저리고 관절이 잘 펴지지 않는 관절질환, 기침‧해수‧인후건조 등 호흡기질환에도 사용된다. 동물실험에서 혈액응고시간을 단축시키는 효과도 확인됐다.
백선피에 풍부한 솔라렌(psoralen) 성분은 건선‧백반증 등 난치성 피부질환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장기간 복용하면 간 독성‧피부암‧유전 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정숙향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지금까지 국내 의학계에 보고된 봉삼에 대한 간독성 사례는 30여건” 이라며 “무턱대고 봉삼을 섭취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1년 대한내과학회지에 발표된 ‘독성산염의 임상적 고찰과 조직소견’ 보고서에 따르면 민간요법 약재 중 간독성을 가장 많이 일으킨 약재로 홍삼, 칡뿌리, 인진쑥, 상황버섯에 이어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체의 독성보다는 다수가 즐기는 만큼 그에 비례해 독성을 보이는 사람도 늘어난다는 얘기다.
봉삼을 복용하기 전에 반드시 한의사와 복용량을 상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봉삼은 1회에 8g 이상 먹지 않는 게 좋다. 특히 임산부는 복용시 자궁근육이 수축할 위험이 있어 금기다.
현삼(玄蔘) 또는 중대(中臺) … 발열성 증상 개선, 동물실험서 혈압강하 확인
검은 인삼이라는 뜻으로, 현삼과로 따로 분류되는 다년초풀이다. 중대(中臺)나 현대(玄臺), 귀장(鬼藏) 등의 이름으로도 불린다. 학명은 Scrophularia buergeriana. 산과 들 습한 곳에서 자생하고 일부는 재배된다. 다 자란 현삼의 높이는 60~120cm로 가지가 없이 줄기만 곧고 잎은 계란 모양이다. 8~9월에 황록색 꽃을 피우고 가을에는 계란 모양의 열매가 열리는데 주로 뿌리를 채취해 말려 약재로 사용한다.
뿌리에는 알칼로이드‧당류‧스테롤‧아미노산‧지방산 등과 미량의 정유, 카로틴 등이 함유돼 있다. 성질이 차서 한방에서는 열을 내리는 약재로 사용된다. 열병으로 인한 번열‧갱년기증후군 열감‧발진‧다한증‧인후부종‧변비‧잦은 코피‧피부 종기 등에 효과가 있다.
동물실험에서 혈압을 내리는 효과도 확인됐다. 현삼을 알코올로 추출한 물질을 개‧고양이‧토끼에게 주사하면 혈압이 내려갔다. 현삼 달인 물을 1kg당 2g씩 신성 고혈압 개에게 투여했을 때도 혈압 강하 효과가 뚜렷했다. 현삼 추출물을 두꺼비 심장에 관류한 실험에서 강심작용도 관찰됐으나 대량 투여하며 중독 현상이 나타났다.
현삼은 성질이 서늘해서 몸이 차거나 설사를 자주하는 사람은 복용을 삼가야 한다. 열이 적은 소음인에겐 잘 맞지 않은 약재다. 대신 소양인에겐 좋다. 복용할 때 말린 약재 기준으로 1회에 4~8g 정도를 넘지 않도록 한다. 피부질환에 사용할 때는 말리지 않은 것을 짓찧어 환부에 붙이면 효과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