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곧 기회” “고비용 치료 중심 의료, 예방 위주로 바뀔 것” … 바이오VC 국면 전환 모색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시대에 대비해 바이오벤처 투자자들이 어려움에 빠진 바이오업체를 돕는 등 국면 전환에 나섰다. 벤처 투자회사인 아치벤처파트너스(Arch Venture Partners)는 초기 단계 생명공학 회사에 투자하기 위해 15억달러를 모았다. 플래그십파이어니어링(Flagship Pioneering)은 생명공학 회사를 설립하기 11억달러를 조달했다.
아치, 초기 생명공학회사 지원 … “팬데믹 상황 헬스케어혁명 가속화로 전환”
생명공학회사인 앨나일람(Alnylam)과 주노(Juno)를 상장해 성공을 거둔 벤처투자기업인 아치가 신생 바이오벤처나 향후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15억달러를 모았다.
신종 코로나 창궐로 생명공학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아치는 벤처펀드X(Venture Fund X)와 벤처펀드X 오버리지(Venture Fund X Overage)를 통해 이 자금을 모금할 수 있었다. 이 금액은 아치가 2016년 아홉번째 쌍둥이 펀드로 모금한 금액보다 약 3분의 1이 더 많다. 2014년에 모은 금액의 3배에 달한다.
아치는 2014년, 2016년과는 다른 환경에 놓여있다. 하지만 아치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과 같은 비극에서도 일부 좋은 점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회사의 공동 창립자이자 경영 담당 임원인 로버트 넬슨(Robert Nelsen)은 “헬스케어 혁명은 현재의 환경 속에서 가속화될 것이고, 진정한 변혁을 위해 공격적 투자를 하는 것이 흥미롭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넬슨은 트위터에 “주 간(州 間) 경계, 원격진료, 상환(보험급여), 진단, 온라인 정신 건강관리 등 발전을 지연시키는 기존의 모든 말도 안 되는 규칙은 모두 사라졌거나 소멸되는 중이다. 기존의 것들은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며 총체적 진화가 올 것”이라고 썼다.
반면 아치가 투자할 금액과 투자 환경은 2016년 9번째 펀딩 이후 급변하고 있으며 벤처투자기업도 그에 맞게 쓰여진 각본을 따라야 한다. 생명공학 회사에 대한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예전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아치는 과학자들과 협력해 유망한 초기 단계 생명공학 회사를 재무적으로 튼튼한 회사로 바꾸고 이들의 지속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적게는 5만달러부터 많게는 수억달러를 지출할 예정이다.
벤처펀드X 오버리지는 벤처펀드X에 비해 더 적은 수의 회사에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한다. 아치는 호몰로지메디슨(Homology Medicines), 시에나바이오파마슈티컬스(Sienna Biopharmaceuticals), 유나이티바이오테크놀로지(Unity Biotechnology)를 포함한 회사에 투자하기 위해 여덟번째 벤처펀드 X오버리지 펀드 자금을 사용했다.
작년에 아치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SEC)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에 10번째로 조성한 15억달러는 벤처펀드X와 벤처펀드X 오버리지에 상당히 균등하게 분배될 것으로 보인다. 제출 당시 각 펀드에 조성된 투자금은 6억3600만달러에 달했으며 앞으로 더 많은 금액이 모일 예정이다.
아치의 서류 제출 시점은 코로나19 발생 전인 지난해 10월로 이때부터 돈을 모으기 시작했지만, 아치는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도 그 작업을 굳건히 계속하고 있다. 아스펜뉴로사이언스(Aspen Neuroscience)가 아치를 포함한 투자자들로부터 70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고 발표한 다음날 아치는 10번째 펀드가 세팅된 내역을 공표했다. 넬슨은 “우리가 투자한 포트폴리오 회사들이 몇 주 내에 약 5억달러 규모의 신규 자금을 수혈받은 사실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래그십,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질병 탐색 및 예방 위주로 바뀌며 8000억달러 시장 창출”
플래그십파이어니어링은 생명공학기업을 창출하기 위해 11억달러의 자금을 모았다. 플래그십은 선구적 과학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을 육성하는 회사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불확실한 미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플래그십이 지난 1월 7번째 펀드 조성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구미에서 신종 코로나 발병에 관한 관심은 낮았다. 그러나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전세계 회사와 정부가 방어 태세에 들어가자 경영진은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요청했고, 결국 지난 주 후반 플래그십은 사무실을 폐쇄했다.
플래그십의 창립자이자 CEO인 누바 아페얀(Noubar Afeyan)은 2001년 9.11 테러, 2008년 금융위기 등 생명공학회사가 불안한 시기를 겪는 동안에도 플래그십을 운영해왔다. 그는 7번째 펀드를 세팅하면서 이번 팬데믹이 일으킬 세상의 변혁에서 번영을 구가할 비즈니스를 파종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아페얀은 “우리는 자본을 가지고 있고, 이미 사람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3년간 키워낼 약 25개 기업을 만들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고, 다음 세대에 탄생할 것이다. 코로나19는 차세대에 어떤 매력적인 영향을 미치며, 어떤 충격을 줄 것이며, 어떤 회사가 성공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여기에 우리가 고도로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가변성 높은 세상에 대한 아페얀의 대답은 “여전히 현상 변화에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 이전에도 잘 해온 것과 궤를 같이 해 팬데믹의 지속적 영향 속에서도 확신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가을 플래그십은 새로운 3가지 관심 분야로 의료보장, 인공지능, 기존 회사 플랫폼으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 개발을 꼽았다. 그 중에서 의료보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는 사람들이 아프고 나서 치료를 기다리는 대신 분자기술 및 기타 의학적 수단을 사용해 질병을 지연시키고 예방할 수 있는 기회를 찾는 것이다.
아페얀이 상상하는 세계에서 사람들은 “백신을 광범위한 질병에서 돈을 잃게 하는 고비용의 치료법이 아니라 오히려 이를 절감해줄 수 있는 무기”라고 생각한다. 그는 이런 세계가 현실화되면 의료 예산의 큰 부분이 예방 및 질병의 조기 발견에 소비될 것이라고 본다. 의료보장을 통해 그는 “8000억달러의 시장을 창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플래그십은 아페얀이 상상하는 세계에서 의료보장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기업을 적극적으로 밀고 있다. 그러나 치료에서 예방으로의 의식 전환에는 기술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의료서비스가 시행, 규제, 상환(급여)되는 방식에도 상당한 변화가 필요하다. 아페얀은 코로나19가 이러한 변화가 필요한 이유를 정확하게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의 의료시스템이 비용 초과(overrun)를 보이는 것은 병든 사람을 낫게 하는 의료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아프기 전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일반 생명공학회사가 백신을 개발하거나 ‘사회적 거리두기’만을 하고 있다. 실상은 우리가 겪고 있는 다양한 질환에 치료제조차 없고, 병원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환자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페얀은 현재의 의료 시스템을 수색과 위협 완화에 실패한 군대에 비유했다. 그는 “적군이 공격하고 폭격할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능동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데 플래그십이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해 통제를 벗어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훨씬 전에 질병의 탐지, 추적, 중화(치료)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페얀이 실현되길 기대하는 개인적 차원의 의료보장은 탐지와 예방을 통해 팬데믹을 조기 종식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플래그십은 이번 7번째 펀딩에서 지난 번에 비해 거의 두 배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 자금은 의료보장, 인공지능, 아이디어 개발 영역에 대한 투자를 심화하면서 새로운 치료물질을 개발하는 개발자에게 ‘재정적 화력’을 제공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플래그십은 프기존 몇몇 한정된 파트너 외에 새로운 후원자 덕택에 11억달러에 가까운 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조성된 11억달러 규모의 스타트업 창업기금은 작년에 더 많은 기성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된 11억달러와 함께 운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