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으로 미국에서 의료용 인공호흡기, 방역마스크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지자 포드, 3M, GE헬스케어 등이 생산 라인 전환, 물량 확대 등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 SNS에 글을 올려 제조업계가 인공호흡기 생산에 동참할 것을 독려한 영향이 크다.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포드, GM, 테슬라는 인공호흡기(Ventilator)와 다른 금속 제품의 생산을 시급히 추진할 것. 자동차 업계 경영진은 힘내라, 얼마나 잘 하는지 보겠다”라고 썼다.
이에 따라 미국 제조업체들은 공장을 가동해 인공호흡기 등의 의료장비를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회사인 포드는 보호마스크, 개인용 공기 여과장비, 집중치료실용 인공호흡기 시스템 등 의료장비 생산을 위해 일부 자동차 제조 라인을 재조정할 계획을 밝혔다.
포드는 3M과 협력해 허리에 장착하는 전동형 공기청정 호흡기의 제조라인을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팩은 밀봉된 후드와 마스크를 통해 신선한 공기를 보내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장시간 보호가 필요한 의료 종사자에게 효과적이다.
포드는 또 GE헬스케어와 협력해 인공호흡기의 단순화된 버전을 제작할 계획이다. 이는 최대 90일 정도가 걸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검증이 필요한 사항이다. FDA는 의료산업 이외의 회사가 의료기기 부품 제조를 시작할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에 기존 법률을 수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포드는 ‘미국자동차노동조합’과 협력한다. 제조 현장을 확보해 매주 10만개 이상의 플라스틱 안면보호대를 공장 근로자와 의료 전문가 등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특히 포드는 자동차 상용 부품의 용도를 변경 제작하는 독창적인 방식으로 인공호흡기의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이를테면, 3M 방역마스크의 생산을 늘리기 위해 F-150 픽업트럭의 좌석을 냉각하는 데 사용되는 소형팬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마스크 필터와 귀에 거는 줄을 연결하는 작업에서 소형팬을 활용하면 제조 속도가 잠재적으로 10배 이상 증가될 수 있다.
3M은 N95 방역마스크를 연간 11억장 이상으로 전세계에 출하하고 있다. 매달 1억장 수준으로 이 중 미국에서 생산되는 것은 3500만장 정도다. 한편 포드는 올 초에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중국인들을 위해 16만5000장의 마스크를 구매해 보내주기도 했다.
또 자사의 3D 프린팅 기술과 3M 헤파(HEPA) 에어필터를 결합한 휴대용 팩을 제공하려고 한다. 이 휴대용 팩은 환자를 맨 처음 응대하는 사람 및 의료진이 대기 중 오염물질을 최대 8시간 동안 걸러낼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드 회장이자 CEO인 짐 해킷(Jim Hackett)은 “3M 및 GE와의 협력을 통해 엔지니어와 디자이너팀이 중요한 장비의 생산 규모를 신속하게 확장할 수 있도록 강력하고 독창적으로 작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포드는 연방 및 주 정부 공무원과 정기적으로 연락하며 의료기기가 가장 필요한 지역을 파악해왔다. 해킷은 “의료 종사자, 최초 대응자, 임계적 위험에 노출된 요원뿐만 아니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을 지원할 수 있는 호흡기, 안면보호대, 인공호흡기의 공급을 늘리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포드는 이번 주에 처음으로 1000개의 투명 안면보호대를 디트로이트 머시, 헨리 포드의 지역병원과 디트로이트 메디컬 센터 시나이 그레이스 건강시스템(Medical Center Sinai-Grace health systems) 등의 지역 병원에 전달했다. 포드는 1주일에 10만개 이상의 안면보호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는 N95 방역마스크를 단독 사용하는 것에 비해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 효과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자동차 제조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테슬라(Tasla) 등도 미국 정부의 국방물자생산법(DPA) 발동에 따라 조만간 인공호흡기 등 의료물자 생산에 들어간다. 테슬라는 최근 중국에서 FDA 승인을 받은 인공호흡기 1255대를 매입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보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회장은 신종 코로나 사태의 확산에 회의적이었으나,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을 선언하자 인공호흡기 부족 사태가 생기게 되면 제작을 검토하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GE헬스케어도 지난 주부터 인공호흡기, 컴퓨터단층촬영(CT) 스캐너, 초음파장치, 모바일 X-레이, 환자 모니터 등 관련 장비 생산을 늘리기 위해 제조 라인을 증설하고 교대 작업자를 늘렸으며 신입 사원을 채용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