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퇴행성질환인 ‘프리드리히운동실조증(Friedreich’s ataxia; FRDA)’은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키는 방법만 있을 뿐 아직까지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다. 이 질환에서 비롯되는 당뇨병, 탄수화물불내증, 척추측만증 등을 수술이나 약물로만 치료하는 상태다.
로슈나 웨이브라이프사이언스(Wave Life Sciences) 등 FRDA 치료제 개발 회사도 병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돌연변이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아 최근 관련 치료법 연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캘피포니아주 산디에이고 소재 희귀 퇴행성질환 치료제 전문기업인 디자인테라퓨틱스(Design Therapeutics)가 지난 20일 FRDA 치료 임상연구에 필요한 4500만달러를 시리즈A 시장에서 조달했다. 관련 기술은 위스콘신주립대(University of Wisconsin)에서 도입했다.
디자인테라퓨틱스, 소분자 치료제로 FXN 유전자 변이 교정
이 회사에는 에스알원(SR One), 코로란트자산운용(Cormorant Asset Management), 콴캐피탈(Quan Capital), 웨스트리버그룹(West River Group)이 출자했다. 이 자금은 임상시험승인(IND) 시점까지 버틸 시드머니가 될 전망이다. FRDA 외에도 취약X증후군(Fragile X syndrome, 프래자일엑스증후군), 근긴장성이영양증과 같은 퇴행성질환의 발굴 단계 프로그램을 진전시키는 데도 쓰일 예정이다.
FRDA은 소뇌에 서서히 이상이 생기는 척수소뇌변성증의 일종으로 걷기가 힘들어지고 몸의 일부가 떨리거나 발음이 힘들어지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대개 5세 이후에 증상이 시작되어 점차 심해지며, 환자의 절반 이상이 심장 부정맥이나 심부전등의 심장질환을 겪다가 이로 인해 죽는다.
디자인테라퓨틱스는 뉴클레오티드반복확장장애(nucleotide repeat expansion disorders, expansion repeat disorders)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2017년에 설립됐다. FRDA는 뉴클레오티드반복장애의 하나로 프라탁신(frataxin, FXN)이란 단백질을 만들도록 지시하는 9번 염색체의 FXN 유전자가 변이돼 생긴다. FXN 유전자에는 GAA 트리뉴클레오티드 반복되는데 일반적인 경우 5~33번에 그친다. 그러나 FRDA의 경우 GAA 분절이 66~1000번까지 반복된다. 이렇게 되면 정상적인 프라탁신의 생산이 감소돼 특정 신경과 근육 세포가 제대로 기능을 못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FXN은 주로 세포내 미토콘드리아에 위치하며 간·심장·신장·갈색지방 등 대사율이 높은 세포에서 다량 발현한다.
디자인테라퓨틱스의 주요 프로그램은 FXN의 기능을 회복해 프라탁신 단백질을 충분히 생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회사의 창립자 겸 회장인 프라틱 샤(Pratik Shah) 박사는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뉴클레오티드반복장애의 근본 원인을 이해하게 됐지만, 진행 과정을 늦추거나 되돌릴 수 있는 치료법은 아직 없다”며 “병의 핵심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계열의 소분자 치료제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리플렛테라퓨틱스, DDR 작동으로 인한 오류 바로 잡아 한 약물로 여러질환 치료
2018년에 설립된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소재 트리플렛테라퓨틱스(Triplet Therapeutics)는 프리드리히운동실조증을 다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 신생 벤처는 지난해 12월 MPM캐피탈, 화이자벤처스(Pfizer Ventures), 인부스파트너스(Invus Partners), 파트너스이노베이션펀드(Partners Innovation Fund), 알렉산드리아벤처인베스트먼트(Alexandria Venture Investments)로부터 4900만달러를, 아틀라스벤처(Atlas Venture)로부터 1000만달러를 조달했다. 아틀라스벤처는 이 회사 네싼 버밍엄(Nessan Bermingham) CEO가 설립한 인텔리아(Intellia) 및 코로(Korro)에도 투자했다.
이 회사는 뉴클레오티드반복확장장애 중 헌팅턴병을 시작으로 유전성척수소뇌변성운동실조증(Dentatorubral-pallidoluysian atrophy, DRLPA), FRDA, 취약X증후군 등의 치료제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이들 질환은 특정 DNA 서열이 40번 이상 반복되는 돌연변이 장애로 트리플렛테라퓨틱스는 주로 3개 뉴클레오티드 염기가 반복되는 ‘3자암호반복장애’(trinucleotide repeat disorders) 연구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참고로 DRLPA는 직역하자면 소뇌·중뇌-대뇌기저핵 이영양증으로서 12번 염색체에 CAG 염기서열이 정상인의 경우 6~35회 반복하지만 이 질환에선 49~88번 반복된다. 불수의적 운동마비(무도병)와 근간대성 간질을 동반한다.
버밍엄 CEO는 “헌팅턴병 및 기타 반복확장장애에 대한 현재의 치료는 증상 개선에 중점을 두고 질병의 진행 과정을 바꾸지는 못한다”며 “우리는 반복확장장애를 일으키는 중심 경로인 DNA손상회복(DNA Damage Repair, DDR) 경로에 관여하는 매우 구체적인 성분을 신약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주요한 DDR 경로를 발견했으며 여러 뉴클레오티드반복확장장애를 유발하는 공통된 경로가 있음을 확인했다. 버밍엄은 “DNA가 RNA로 전사되는 과정이 항상 정확하지만은 않아서 DDR이 개입하게 되는데 이 때 오류가 발생해 DNA 염기서열의 반복이 길어지고 불안정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정 DDR 경로를 표적으로 삼는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ntisense oligonucleotides)나 소분자RNA간섭치료제(small interfering RNA medicines, saRNAi)를 개발할 것”이라며 “이는 질병 단위가 아니라 조직 단위로 약물을 개발하고, 약물 하나로 같은 치료 패러다임을 갖는 여러 질환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