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가 확산되는 지금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면역력은 바이러스로부터 몸을 지키는 힘이다. 규칙적인 수면, 개인위생, 균형 잡힌 식습관 등 기본적인 생활습관만 잘 관리해도 면역력이 증진된다. 그래도 부족하다면 면역력을 강조하는 한방적 치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방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면역력 관리에 대해 알아본다.
바이러스 감염증은 바이러스가 몸속에 침입해 기관이나 조직에서 잠식하는 병이다. 바이러스가 체내로 들어오는 경로는 2가지다. 하나는 신체의 일부에서 자리 잡고 증식한 후 혈액 속에 들어오는 것이다. 주로 입과 코가 입구가 된다. 이렇게 침입한 바이러스는 상기도 또는 장관에서 증식한 후 혈관으로 침입한다.
다른 하나는 혈액 속으로 바로 들어오는 것이다. 주사바늘에 찔리거나, 벌레에 물리거나, 출산할 때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돼 발생할 수 있다. 바이러스가 혈관 내로 침입하면 혈류를 타고 떠다니다가 좋아하는 환경을 가진 세포에 정착해 감염시킨다.
바이러스 감염에 대해 방어 수단을 면역체계라 한다. 면역(immunity, 免疫)이라는 말을 그대로 해석하면 역(疫)을 면한다는 뜻이다. 역이란 유행병을 말하는 것으로 면역체계는 우리 몸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어체계로 볼 수 있다. 즉 외부 미생물(바이러스, 세균, 진균, 기생충)들의 침입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한 시스템이다. 면역기능이 떨어지면 쉽게 감염될 뿐 아니라 알레르기, 자가면역질환, 악성 종양 등 여러 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한의학 고전인 <황제내경>에 “정기존내(正氣存內) 사불가간(邪不可干)” 이라는 말이 있다. 정기(正氣)가 우리 몸속에 있으면 사기(邪氣)가 감히 쳐들어 올 수 없다는 뜻이다. 정기(正氣)는 몸을 지키는 좋은 기운을 의미하고 사기(邪氣)는 나쁜 기운, 즉 외부에서 우리 몸에 들어오는 각종 질병의 기운을 말한다.
최인화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교수는 “두 가지의 기운은 상호길항적이어서 한 쪽이 올라가면 다른 한 쪽은 내려간다”며 “어느 기운이 몸을 더 많이 지배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건강 상태가 달라지므로 정기를 잘 지키고 북돋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방에서는 질병의 예방을 위해 정기를 북돋아주는 한약을 사용해왔다. 중국에서는 신종 코로나 환자에게 폐, 비, 위 등에서 보허(補虛) 및 부정(扶正)의 효과가 있는 한약인 황기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보고가 있다. 이밖에도 금은화, 방풍, 감초, 곽향 등의 약재들이 사용된다.
최근 국내에서도 신종 코로나에 대한 한의진료지침이 발표됐다. 지침에 따르면 바이러스에 노출된 후에는 개인의 면역력이 감염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므로 신체 안팎의 나쁜 기운인 풍, 열, 담을 제거하고 좋은 기운을 북돋아줘야 한다.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생활습관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갖는다
규칙적인 수면 습관과 충분한 수면 시간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밤 11시~새벽 3시는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멜라토닌 호르몬이 분비되는 시간이므로 이 때 깊은 잠을 자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1번 가볍게 운동한다
스트레칭, 산책 등의 가벼운 운동은 신진대사를 활성화해 면역력을 증진시킨다.
손을 잘 씻는다
손만 자주 잘 씻어도 감염질환이 60%가 예방된다는 WHO의 보고가 있다. 음식을 만들거나 먹기 전후, 화장실 사용 후, 외출 후 귀가 시, 재채기 혹은 기침을 한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도록 한다.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신다
물은 산소를 운반하고, 혈액 순환을 도우며,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 노폐물을 체외로 배출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 호흡기 질환이 발생하기 쉬우므로 미지근한 물을 많이 마시면 도움이 된다.
최 교수는 “고혈압·당뇨병·만성 신장질환·천식 등 기저질환이 있거나, 면역억제제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에 면역력이 떨어져 신종 코로나 감염에 취약해진다”며 “이런 사람은 각별히 감염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며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면역력을 증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