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텍사스대, 항CD47항체 불응 환자에 비피도박테리아 투여로 내성 역전 기대
항암제 내성으로 효과 반감하는 기존 치료법 업그레이드, 획기적 아이디어 연구 4제
1956년 정신질환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은 프로클로페라진(prochlorperazinePCZ)은 현재 메스꺼움과 구토를 완화하는 약으로 처방 또는 판매되고 있다. 그런데 호주 연구자들이 암에서 관문억제제와 항체의약품과 병용하면 그 효과를 향상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호주 퀸즐랜드대(University of Queensland)의 한 팀은 PCZ를 마우스 종양모델에서 독일 머크세로노(미국선 EMD Sorono) 및 미국 화이자의 항 PD-L1 면역항암제 ‘바벤시오주’(Bavencio 성분명 아벨루맙, avelumab)와 병용투여한 결과 이 둘은 각자 투여한 단독요법보다 암 부피가 더 크게 감소되는 것을 관찰했다.
이들은 또 PCZ를 릴리·독일 머크의 표피세포성장인자(EGFR) 억제제인 ‘얼비툭스주’(Erbitux 성분명 세툭시맙, Cetuximab)와의 조합으로 같은 실험을 해본 결과 각기 단독요법보다 치료 저항성을 더 효과적으로 역전시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연구결과는 ‘셀(Cell)’ 저널에 발표했다.
PCZ는 세포의 내포작용(Endocytosis, 세포내이입)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이다. 내포작용이란 세포가 세포막의 구멍을 통해 외부 물질(상대적으로 분자량이 큰 단백질)을 섭취하는 과정을 말한다. 연구팀은 내포작용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면 종양세포 표면의 수용체 수가 늘어나 항암 항체와의 결합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고 가정했다. 이같은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기 위해, 내포작용을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이미징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논문의 선임 저자인 피오나 심슨(Fiona Simpson) 박사는 “내포작용을 막으면 약물표적이 세포 안으로 이입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가정했다”며 “마우스 종양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PCZ가 매우 큰 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의 연구팀은 이런 반응이 면역관문억제제를 포함해 암과 싸우기 위해 개발된 다양한 항체의 효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연구팀은 편평상피세포 암종 환자의 종양세포 샘플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EGFR 단백질의 내포작용 감소가 얼비툭스의 개선된 반응과 관련이 있음을 발견했다. 개념증명 연구에서 연구팀은 두경부 편평상피세포암을 가진 소수의 환자에게 PCZ를 1회 용량 투여하고 종양 생검을 시행한 결과 암 세포 표면에서 얼비툭스 결합 부위 및 EGFR 클러스터링의 증가를 관찰했다. 이에 연구팀은 삼중 음성 유방암, 아데노이드 낭성 암종, 두경부암 등에서 PCZ-얼비툭스 조합을 시작으로 인체 적용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암 치료 바이러스, 면역자극단백질, 면역억제 경로를 차단제 등을 조합해 면역종양치료를 개선하는 다양한 접근법이 시도되고 있다. 지난 3일 미국 남가주대학(USC)의 연구팀은 1961년에 처음 승인 된 항우울제 페넬진(phenelzine)이 재발성 전립선암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MAO억제제인 페넬진이 안드로겐 수용체의 신호전달을 방해하며 전립선 종양의 성장과 확산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올 1월 15일에는 아스텔라스가 주도한 연구에서 암을 죽이는 바이러스가 다양한 암에 효과적인 CTLA-4 및 PD-1 면역관문억제제의 효과를 저해하는 요인을 풀어내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일반적으로 암 살해 바이러스는 면역원성으로 인해 암을 죽이지도 못한 채 면역세포에 의해 무력화되는 단점을 보여왔다.
연구팀은 폭스바이러스(poxvirus family·두창 우두 천연두 등을 유발)로서 암 살해 바이러스로 많이 이용되는 백시니아 바이러스(vaccinia virus)를 조작해 항암반응을 유발하는 두 종의 사이토카인(면역세포에서 분비되는 신호전달물질)인 인터루킨-7(interleukin-7, IL-7)과 인터루킨-12(IL-12)을 탑재했다. 마우스의 종양세포에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주사한 결과 암이 퇴축됐고 이는 과학중재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저널에 실렸다. 따라서 항 CTLA-4 항체(여보이 등) 및 PD-1 면역관문억제제(옵디보 등)를 유전자조작 백시니아 바이러스와 병용하면 암세포가 이들 치료제와 바이러스에 대해 갖는 내성을 줄이고 항암효과를 상승시킬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자들은 IL-7과 IL-12를 발현하는 바이러스를 종양세포에 주사한 결과 암세포 주변 환경이 항염증으로 바뀌었고 암세포 성장은 흑색종에서 93%, 대장암과 폐암에서는 53%가 실질적으로 저지되는 효과를 관찰했다.
이달 6일에는 미국 텍사스대(UT) 사우스웨스턴메디컬센터(Southernern Medical Center)와 시카고대(University of Chicago)의 과학자들이 또 다른 병용치료법을 제안했다. 인체의 장에 존재하는 건강한 박테리아에서 영감을 얻은 접근법이다.
연구자들은 암세포 표면단백질로서 암과 싸우는 면역체계를 차단하는 CD47에 초점을 맞췄다. 이미 신약 파이프라인으로 여러 항CD47 항체가 있는데 쥐 실험에서는 성공했지만 일부 동물에서는 반응한 반면 다른 동물에서는 반응하지 않아 효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연구자들은 항CD47 항체에 잘 반응하는 생쥐에게 장내 박테리아를 죽이기 위해 항생제를 투여하면 치료반응이 멈춘다는 것을 관찰했다. 이에 항CD47 항체에 반응하지 않은 생쥐 그룹을 가려내 사람들과 생쥐의 소화관에 일반적으로 사는 건강한 박테리아인 비피도박테리아를 보충했다. 치료 결과는 항CD47 항체에 대한 내성을 역전시켰다. 연구팀은 그 결과를 ‘실험의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에 발표했다.
추가 연구에 따르면 비피도박테리아는 종양으로 이동해 STING이라는 면역 경로를 자극했다. 이는 순차적으로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켰다. 연구논문의 공동저자인 푸양신(Yang-Xin Fu) 박사(UT 남서부 캠퍼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장 미생물군의 특정 구성원이 종양을 식민지화함으로써 항-CD47의 항 종양 효능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특정 박테리아종 또는 이들을 유전자재조합으로 개량한 자손의 투여는 다양한 항 종양면역요법을 조절하는 새롭고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