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발은 사람의 인상과 매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한다. 듬성듬성한 머리숱은 사람을 실제 나이보다 훨씬 늙어보이게 만든다. 이로 인해 탈모 환자는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서 자신감이 떨어져 의기소침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면접·소개팅·선처럼 첫인상이 중요한 자리에서 불이익을 보기 쉽다. 한 설문조사 결과 남성형 탈모 환자의 78%가 자신의 외모에 대해 부끄러워했고, 88%는 좌절감과 무기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탈모의 주요인은 남성호르몬의 일종인 ‘DHT(dihydrotestosterone,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다. 임이석 임이석테마피부과 원장은 “나이가 들면 DHT 생성량이 늘면서 모낭세포를 공격해 머리가 빠지게 만든다”며 “남성호르몬(안드로겐)인 테스토스테론에서 파생되는 DHT가 모낭을 위축시키고 머리카락의 성장을 막아 탈모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이미 탈모가 진행되기 시작했다면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다. 무엇보다 초기에 경구용 탈모약을 복용하면 탈모의 진행을 늦출 수 있어 치료에 유리하다. 경구용 탈모약은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나 두타스테리드(dutasteride) 성분이 들어 있는 약을 말한다. 이들 약은 DHT 생성을 억제해 남성형 탈모를 막는다. 하루에 1알(각각 1㎎, 0.5㎎)을 복용하면 개인차는 있지만 빠르면 3개월, 늦어도 6개월 지난 시점부터 탈모 억제 효과를 볼 수 있다. 경구용 탈모약을 복용하면 머리카락이 확실히 덜 빠지게 된다. 반대로 약을 먹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탈모는 빠르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
탈모약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복용을 꺼리는 이유는 이들 약에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탈모약과 관련된 가장 큰 오해는 성기능 장애를 유발한다는 속설이다. 약을 복용하는 환자 대부분이 성기능 관련 부작용을 걱정한다.
실제로 탈모약은 우울증과 발기부전 현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흔한 부작용은 아니다. 성욕감퇴가 발생할 확률은 1.8% 정도로 알려져 있다. 대개 약물 복용 초반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2018년 7월 일본피부과학술지(The Journal Of Dermatology)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탈모치료제 두타스테리드 복용 시 나타날 수 있는 성기능 이상 반응은 치료를 지속할 경우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용 첫 주에서 24주차까지의 결과와 25주에서 48주차까지의 주요 이상반응을 살펴본 결과 발기부전은 12%에서 2%로 감소했다. 사정장애는 2%에서 0%로 줄었다. 또 복용을 중단하면 6주 내에 이상반응이 모두 정상으로 회복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범준 중앙대학교 피부과 교수는 “경구용 탈모약은 세계적으로 장기 추적 관찰이 충분히 이뤄진 검증된 약품”이라며 “성기능장애 등 부작용이 1~2% 수준으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주로 중장년층 이상에서 나타나 청년층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성기능을 중시하거나, 선입견에 잘 지배당하는 예민한 사람은 성기능장애는 아니어도 성욕감퇴나 다소 무력해짐에 불만을 품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면 권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탈모약에 대한 또 다른 오해는 모든 전립선비대증 치료제가 탈모 치료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 성분만 해당한다. 함량에서도 차이가 있어 피나스테라이드의 경우 전립선비대증 치료 목적으로는 하루에 5㎎을 복용하지만 탈모증에는 그 5분의 1인 1㎎을 먹는다.
이 때문에 전립선비대증약을 5등분해 쪼개 먹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절단하기 쉽게 4등분해서 복용한다. 이럴 경우 정확히 1mg으로 나눠졌는지 알 수 없고 과량을 복용하게 된다.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하게 돼 있으나 가급적이면 하루에 일정한 시간에 복용하면 좋고 저녁 식후 30~60분 후에 먹으면 더 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약사들은 균일한 양이 일정하게 투여되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안전성이나 유효성도 보장할 수 없다고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혈액이 축적된 유효성분의 농도, 두피세포에 작용하는 강도가 효과를 좌우한다.
의약품 설명서에 따르면 알약을 쪼개며 발생하는 가루와 조각이 호흡기나 피부를 통해 임산부에게 노출될 경우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임신한 여성이 탈모약에 노출되면 남성 태아에게서 비정상적인 생식기 발달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소아도 피부를 통해 약물이 흡수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가루 정도인데다가 1회성이면 불필요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탈모약을 먹다가 끊으면 머리가 더 빠진다’는 속설도 탈모약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역시 사실이 아니다. 약물치료를 중지하면 모발은 서서히 약물 복용 전으로 돌아가는데 상대적으로 탈모가 더 심해졌다고 느끼는 것에 불과하다.
‘대머리는 정력이 세다’는 오해는 남성형 탈모의 원인이 남성호르몬이라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탈모는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의 대사물질인 DHT가 모낭에 작용해 생기는 것이다. 정력은 테스토스테론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테스토스테론 생성량이 많으면 그에 비례해 DHT 수치도 높으므로 개연성이 있는 얘기다. 하지만 남성호르몬이 많다고 무조건 정력이 센 것도 아니고 남성호르몬과 DHT가 일관된 비례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아니어서 근거가 빈약한 말이다. 남성호르몬이 성적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이 수치가 정상일지라도 성기능을 저하시키는 요인은 이밖에도 아주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