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특허심판원, 무효소송(IPR) 신청 기각 … 美 정부 소유 특허 반기들다 ‘특허침해’ 맞제소 당해
미국 바이오업체 길리어드사이언스(Gilead Sciences)가 후천성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 예방 의약품에 대한 미국 정부와의 유명 특허 분쟁에서 이달 들어 두 번째 연속 패소했다.
20일 미국 특허청(PTO) 산하 특허심판원(Patent Trial and Appeal Board, PTAB)은 이달초 동일 사건에 대한 내린 판결과 유사한 취지로 미국 정부가 보유한 특허에 대한 길리어드의 당사자계 재심사제도(Inter Partes Review, IPR) 행사를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당사자계 재심사제도는 한국의 무효심판과 비슷한 것으로 특허 등록 9개월이 지난 이후에 언제든지 제3자가 특허의 무효신청을 할 수 있다. 등록 후 재심과 마찬가지로 ‘특허권자가 아닌 이해관계인’만 신청할 수 있으며, 1년 이내에 최종판결을 받아볼 수 있다. 이번 PTAB 결정으로 승소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길리어드는 2015년에 미국 보건복지부(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HHS)에 부여된 노출전 예방요법(pre-exposure prophylaxis, PrEP) 및 노출 후 예방요법(post-exposure prophylaxis, PEP)에 대한 특허가 무효라며 지난해 8월부터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 특허심판원(PTAB)은 “길리어드의 주장이 우세한 점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난 20일 판결에서 밝혔다. 지난 7일에 이어 이달에만 두 번 연거푸 특허 무효화 시도가 좌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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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어드는 에이즈치료제인 ‘트루바다정’(truvada, 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푸마르산염·엠트리시타빈)을 PEP 및 PrEP 적응증으로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길리어드는 “CDC가 PrEP 특허를 주장하는 것은 트루바다가 일찍이 HIV 감염에 쓰여왔던 것처럼 누구도 생각할 수 있는 항 레트로바이러스 치료법”이라며 특허 무효화를 주장했다. 당시 길리어드는 PTAB에 대해 2000년대에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부여된 특허 4건을 재검토해달라고 신청했지만, 특허심판원은 이에 대한 개별 검토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 달 초 패소에 이어 또다시 패소한 길리어드는 “PTAB의 결정이 특허권이 정당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하며 “PTAB가 우리가 요구한 IPR이 수용돼야 한다는 구체적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힌 것은 오히려 신속절차를 통해 청문회를 열어서 광범위하게 쟁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우리의 입장에 충분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부터 길리어드와 미국 보건복지부의 특허 논쟁은 경색 국면이다. 길리어드는 지난해 8월 특허청을 상대로 특허 무효화 소송을 제기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그에 맞서 지난해 11월 연방법원에 특허권 침해로 길리어드를 맞제소했다. 보건복지부는 특허권을 다른 제약사에게 이전하려고 했고, 길리어드는 여러 번 거부 의사를 밝혔다.
복지부는 “세금을 기반으로 한 PrEP 연구 특허가 길리어드의 배를 불리는 데 쓰였다”며 “PEP 개발 과정에서 길리어드가 자신의 역할을 과대 포장했고, CDC의 명확한 기여를 무시하고 근거없이 CDC의 특허의 타당성을 부정했다”고 소장에 적었다. 반면 길리어드는 “CDC가 특허 연구에 기여한 유일한 것은 테스트 목적으로 사용한 약품 샘플을 제공하는 것에 불과했다”고 역시 소장에서 주장하고 있다.
길리어드는 지난 7일 특허심판 패소 직후 보건복지부의 소송에 끝까지 방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길리어드는 당시 “지적재산권에 포함된 것을 넘어서 정부의 소송에 대한 추가적 방어를 하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회사를 방어할 것”이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입장을 표명했다.
양측의 이같은 특허권 분쟁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와 길리어드는 PrEP 무료 약물 프로그램의 파트너이기도하다. 길리어드는 작년 5월 길리어드는 매년 최대 240만병의 PrEP 약물을 기부하기로 동의한 뒤 작년 12월부터 전국의 무보험 환자들에게 이 약물을 배포하기로 했다.
트루바다는 길리어드 역사상 가장 중요한 약품 중 하나로 2004년 첫 승인 이후 300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핵심 성분인 테노포비르 디소프록실푸마르산염(TDF)은 만성 B형간염바이러스 치료제인 ‘비리어드정’에도 들어가 효자 노릇을 했다. TDF 단일성분 특허는 2017년 12월 만료돼 국내외에서 제네릭이 쏟아졌다. TDF 복합물질 관련 특허는 오는 2021년 종료될 예정이지만 염을 바꾼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TAF)가 함유된 ‘데스코비정’(descovy, 성분명 엠트리시타빈·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을 개발해 TDF의 공백을 메울 전망이다.
앞서 투자기관 제프리(Jefferies)의 분석가들은 “데스코비가 HIV 예방에 대한 FDA의 승인을 얻은 지난해 10월 이후 2개월 만에 트루바다 환자의 약 10%가 데스코비로 약을 바꿨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