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와 중국은 그동안 아스트라제네카(AZ)의 성장에서 주요 원동력이 됐으나 2019년 4분기부터 시작된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감염 사태로 사업에 위협을 받고 있다.
폐암치료제인 ‘타그리소정’(Tagrisso 성분명 오시머티닙, Osimertinib), PARP저해제인 ‘린파자캡슐’(Lynparza 성분명 올라파립, olaparib), PD-L1 억제제 ‘임핀지주’(Imfinzi 성분명 더발루맙, Durvalumab) 등 3총사가 판매 포인트를 잃고 휘청거릴 위기에 놓여 있다.
AZ는 중국 코로나 사태의 부정적인 영향을 감안, 올해 높은 한자리수 또는 낮은 두자리수 성장으로 기대치를 다소 낮췄다. 1분기 불확실성이 커지면 올해 실적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23억5600만달러를 올려 전년 대비 15% 성장했다.
AZ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인 타그리소는 지난해 4분기에 8억84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투자기관인 제프리(Jefferies)의 애널리스트 피터 웰포드(Peter Welford)는 지난 14일 투자자 보고서에서 “전년 동기 대비 49% 성장하는 인상적인 인상을 보였지만 업계 관측가가 내다본 기대치보다 4.4% 감소한 실적”이라고 분석했다. 아무래도 신종 코로나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린파자의 3억5100만달러와 임핀지의 4억2600만달러 실적도 각각 예상보다 2.2%, 7%가량 낮았다. 린파자가 처음으로 블록버스터(연매출 10억달러) 문턱을 넘어 12억달러를 달성했음에도 일정 부족분이 우한 코로나 사태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 지난 14일 언론간담회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영진은 이런 실적이 일반적인 추세가 아니라 분기별 변동에 의해 크게 영향받았음을 시사했다.
지난해 3분기 일본내 약가 인하와 미국의 재고 증가는 타그리소의 4분기의 매출을 갉아먹는 요인이 됐다. AZ의 종양사업부 책임자인 데이비드 프레드릭슨(David Fredrickson)은 “타그리소는 2020년에도 분기마다 ‘정상적인 편차’ 범위 안에서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미국에서 타그리소는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대한 표준치료로 자리잡아 신규 환자의 약 3분의 2에게 처방되고 있다는 게 그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시장은 늘릴 만큼 늘려서 기회가 적고 진짜 큰 성장 기회는 미국 이외의 나라, 특히 EGFR 돌연변이가 서구인에 비해 약 2배가 되는 아시아에 있다”며 “이미 80개국에서 1차치료제로 타그리소가 승인받았지만 보험급여(상환)가 이뤄진 곳은 18개국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중국에서는 올해 말까지 새로운 적응증이 승인되고 보험급여 의약품에 등재될 것으로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AZ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영국에서 국립보건임상연구원(The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 NICE)은 과거에 치료받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타그리소를 처방하는 것에 대한 보험급여에 대해 최근 거절 의사를 표시했다.
중국 시장만 보자면 지난해 4분기 매출은 고정환율 기준 28% 증가한 11억9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전체 AZ 매출인 62억5000만달러의 19%를 차지했다. 그러나 중국 시장에 장밋빛만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대량 조달 프로그램의 구현되면서 AZ의 콜레스테롤 저하제인 ‘크레스토정’에 대해 타격이 가해지기 시작했다. 고령화에 대비하는 의약품은 신흥시장에서 판매가 인하 프로젝트로 인해 지난 4분기에 12% 감소한 1억8500만달러의 매출을 거두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약분석기관인 울페파마(Wolfe Pharma)의 분석가 팀 앤더슨(Tim Anderson)은 “한 나라에서 28%의 성장률은 거듭 말하지만 인상적”이라며 “AZ가 지난해 중반 10%대 중반의 괜찮은 성장률을 보인 것에 비해서도 훨씬 나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스칼 소리엇(Pascal Soriot) 글로벌 아스트라제네카 CEO는 “중국 정부가 기존 약가의 절감을 통해 의약품 혁신에 투자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이미 일부 기업은 매우 강력하고 빠르게 영향을 받고 있고 AZ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며 향후 2, 3, 4년 동안 극복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진행 중인 코로나바이러스가 사태로 지난 14일 현재 6만4000명이 감염됐고 1382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한시가 폐쇄되면서, 정상적인 사업활동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경계가 심한 상태다.
AZ는 아직까지 생산에 차질을 겪지 않다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부터 중국 장쑤성 우시와 저장성 타이저우 공장이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 중국서 생산하는 의약품 중 수출비중은 전체 매출 중 낮은 한자리수에 불과하다고 안도하고 있다. 그러나 AZ는 “이미 한 건의 임상시험을 통해 임상개발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R&D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Z는 성장 원동력인 중국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경쟁 제약사보다 코로나 사태에 더 취약한 면을 갖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회사의 헤드라인 보고의 평가기준을 ‘매출’에서 ‘수익’으로 전환했다. 올해 2개의 잠재적 블록버스터가 출시되는데다가 협업(공동판매)로 수익을 나눠가져야 측면도 반영됐다.
지난해 12월 20일 AZ와 파트너인 다이이찌산쿄(Daiichi Sankyo)가 공동 개발한 항체약물결합체(ADC) 계열 HER2 유전자 양성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Enhertu, 트라스트주맙 데룩스테칸, trastuzumab deruxtecan)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을 받았다. 프레드릭슨은“HER2 양성 유방암에서 절대 최고의 약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미국 및 일부 유럽 국가의 엔허투 판매는 다이이찌가 맡고 공유이익의 일부는 AZ의 수익으로 잡힌다.
피브로겐·아스텔라스·아스트라제네카의 ‘에브렌조’(록사두스타트, Roxadustat)는 AZ의 중국 매출로 기록되지 않는다. 저산소증 유도인자-프롤린 수산화효소(Hypoxia-inducible factor-prolyl hydroxylase, HIF-PH) 억제제로 계열 최초 신약인 에브렌조에 대해 SVB Leerink의 분석가인 저프리 포지(Geoffrey Porges)는 중국에서만 2025년에 약 14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