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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정국, 감염내과 스타 3인방 활약에 미소짓는 고려대
  • 박정환 기자
  • 등록 2020-02-06 14:27:04
  • 수정 2020-09-12 20: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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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우주·엄중식·이재갑 교수 고려대 의대 선후배, ‘스승’ 박승철·이호왕 교수 감염병 연구 기틀 마련 … 바이러스병연구소 임상·기초 융합연구 수행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왼쪽부터),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국내 확진자가 6일 기준 24명으로 늘었다. 중국을 포함한 전세계 누적 확진자는 2만8018명, 사망자는 563명에 이른다. 바이러스의 빠른 전파로 전방위적 방역체계 구축에 정부와 의료계가 총력을 쏟는 가운데 고려대 의대 출신 감염 전문가 ‘스타 의사’ 3인방이 언론에 자주 노출되며 여론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주인공은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등으로 모두 동문 선후배 관계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2009년 신종플루(신종 인플루엔자A),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에 이어 이번에도 TV와 라디오에 종횡무진 출연 중이다. 고려대 감염내과가 과거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이 꽉 잡던 신종 감염병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듯한 분위기다.

김 교수는 고려대 의대 77학번, 엄 교수는 86학번, 이 교수는 93학번으로 선·후배 또는 스승과 제자 관계다. 메르스 사태 당시 이들 세 사람은 각각 범정부 메르스 즉각대응 태스크포스(TF)팀장, 엄 교수는 간사, 이 교수는 팀원을 맡아 합을 맞추기도 했다.

김우주 교수는 감염병, 특히 바이러스감염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1993년부터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를 맡으며 사스, 신종플루, 에볼라, 메르스 등 국가적 감염병 위기상황이 닥칠 때마다 정부의 대응정책 자문에 응하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불확실성과 불안감 해소에 기여했다.

1990년대부터 항생제 내성균 문제를 제기하며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구균(MRSA), 반코마이신장구균(VRE)의 임상 및 분자역학 연구를 주도했다. 2000년 국립보건원(현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호흡기바이러스과장을 겸직하며 전국 인플루엔자 감시체계 틀을 만들었고 국내 최초로 홍역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을 규명했다.

2009년엔 국내 제약사인 CG녹십자와 함께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계절성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국내 최초로 개발 및 보급함으로써 백신주권 확립에 기여했다. 또 신종플루 유행 2~3년 전부터 대규모 ‘판데믹(Pandemic·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을 예고하며 250만명분 수준이었던 항바이러스제 비축량을 전 국민의 20% 수준인 1000만명분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당시엔 단기간에 기존 독감백신에 면역보강제를 포함하는 전략을 수립, 백신 2500만도스를 개발 및 공급하고 1400만명 접종을 유도해 인명피해를 최소화했다.

대외적으로 대한감염병학회 이사장, 대한인수공통전염병학회 회장, 대한감염학회 메르스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감염병 방역체계 수립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근정포장(2006년)’, ‘보건복지부장관 표창(2010년)’을 수상했다.

엄중식 교수는 2015년 메르스 대책 민관합동 TF 즉각대응팀 간사를 맡아 사태 확산 방지에 기여한 공로로 이듬해에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감염병 전문가다. 1993년 고려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2003년부터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에서 근무하며 감염내과 과장, 기획조정실장을 맡았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땐 강동성심병원 기획조정실장으로서 원내 격리환자를 성공적으로 치료하고 원내 감염 차단을 진두지휘했다.

2017년 3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조용균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제안을 받고 이직을 결심, 길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길병원의 경우 강동성심병원보다 약 3배 많은 1700여병상을 운영하고 고난도수술이 많은 대형병원이라 감염내과의 역할이 더욱 큰 데다 중국인들의 출입이 잦은 인천 지역이라 감염병 연구가 수월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당시 강동성심병원의 어수선한 원내 분위기도 이직을 결심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2017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동부지청은 강동성심병원이 3년간 240억원의 임금을 체불해온 것을 적발했다. 240억원은 단일 사업장에서 발생한 최대 체불액이다. 병원 측은 직원조회 등을 이유로 정해진 시간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하게 해놓고 이에 따른 수당은 지급하지 않았으며, 간호조무사에겐 최저임금에 미치지 않는 임금을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동성심병원과 한림대의료원과의 협력관계가 느슨해지며 연구비 지원 등 측면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것도 이직 사유로 꼽힌다. 강동성심병원은 성심의료재단 소속으로 한림대의료원 산하 한강성심병원·강남성심병원·성심병원·춘천성심병원·동탄성심병원과는 재단이 다르다. 현재 일송학원 한림대의료원은 설립자인 일송 윤덕선 박사의 장남인 윤대원 이사장이, 성심의료재단은 차남인 윤대인 이사장이 각각 운영하고 있다.

엄 교수는 탁월한 소통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6월부터 길병원 기획조정실장을 맡고 있으며 대한내과학회 수련이사,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정책이사로 활동 중이다. 

이재갑 교수는 국내 감염내과 의사 중 가장 활발하게 언론을 통한 대국민 소통에 나서는 차세대 감염병 명의다. 지난 28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유튜브방송 ‘알릴레오’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를 언급하며 눈물을 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현장에 있는 의료진들도 많이 긴장해 마음이 굉장히 피폐해졌다. 국민이 조금만 차분해지면 좋겠다”며 가짜뉴스 경계를 당부하기도 했다.

신종플루가 유행하던 2009년부터 언론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인지도를 높여 나갔으며, 2015년 1월엔 에볼라바이러스가 창궐한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 파견을 자원해 현지 환자를 치료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땐 민관합동태스크포스 즉각대응팀 위원으로서 메르스가 발생한 지방 중소병원을 방문해 감염관리, 노출자 관리, 병원기능 회복 등에 대해 자문했다. 현재 대한의사협회 신종감염병대응태스크포스팀(TFT) 위원장, 대한감염학회 특임이사,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홍보이사를 맡고 있다.

1980년대만 해도 한국은 감염의학의 불모지였다. 현재의 감염내과 대신 전염병내과가 있었지만 전국에 전문의가 20명도 채 되지 않았다. 이처럼 열악한 의료환경을 딛고 고려대 의대에서 스타 감염내과 의사들이 배출된 데에는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공이 컸다.

김우주·엄중식·이재갑 교수의 ‘스승’이자 ‘스승의 스승’인 고(故) 박승철 전 중앙보훈병원장(전 고려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는 국내 감염의학 분야를 개척한 최고 원로다. 1965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내과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한양대 의대 내과 부교수를 거쳐 1977년부터 2004년까지 27년간 고려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 고려대 바이러스병원구소 소장 등을 맡아 감염병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연구에 집중했다.

2003년 사스 국가자문위원회위원장 시절 ‘괴질’이라는 병명이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한다며 한글발음인 ‘사스’라는 용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2004~2006년 중앙보훈병원장을 거쳐 2008~2014년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에서 근무했으며 2014년 6월 지병이던 폐암이 악화돼 눈을 감았다.

후배의사들을 감염내과라는 미지의 영역으로 이끈 것도 그였다. 김우주 교수는 군의관 시절 국군수도병원 호흡기전염병과장으로 근무하던 당시 박 교수의 권유로 감염내과 전임의(펠로우)가 됐다. 박 교수는 간질환 전문의가 될까 고민 중이라는 후배에게 ‘간염이면 감염이지’라며 위트있게 감염내과를 권유했다고 한다.

엄중식 교수와 이재갑 교수도 박승철 교수를 보며 감염 최고 전문가의 꿈을 키웠다. 특히 박 교수는 제자들에게 항상 “의사는 언론에 감염병 관련 엉뚱한 기사가 나오지 않도로 막을 책임이 있다”며 적극적인 언론 활동을 강조했다. 사스 유행 당시 ‘우리가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병에 대한 두려움 그 자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임상에 박승철 교수가 있었다면 기초 분야엔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1928년생)가 있었다. 국내 최고 병원체 미생물학자로 꼽히는 이 교수는 1954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미국 미네소타대 의대에서 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3년부터 21년간 고려대 의대에서 근무하며 고려대 의대 학장, 대한민국학술원 회장, WHO 유행성출혈열연구협력센터 소장, 한국인 최초 미국학술원 외국회원, 자연과학자 최초 일본학사원 명예회원, 한탄생명과학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1969년 한탄강 주변에서 서식하는 등줄쥐의 폐조직에서 특이한 바이러스를 발견하고 1976년 세계 최초로 유행성출혈열 병원체를 발견해 ‘한탄바이러스’로 명명했으며, 1990년엔 유행성출혈열 예방백신을 개발했다.

고려대 의대 관계자는 “그동안 감염내과는 소요되는 예산은 많지만 수익이 나지 않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경향이 강했지만 고려대 의대는 단기적인 이익보다 장기적인 국민건강 증진 차원에서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해 우수한 감염의학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었다”며 “고려대 바이러스병원구소는 감염병 분야 기초의학자와 임상의사 간 유기적인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 국가적 감염병 위기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병연구소는 1973년 4월 고려대 의대 산하 연구기관으로 설립됐으며 1981년 1월 세계 유일의 세계보건기구(WHO) 출혈열연구센터로 지정됐다. 송기준 고려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가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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