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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법관 긴즈버그 4번째 암도 극복 “최소 5년은 더 일할 생각”
  • 송인하 기자
  • 등록 2020-01-16 12:08:47
  • 수정 2020-09-14 14:2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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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상결장절제술·폐엽절제술·정위절제방사선치료 등에도 건재 … 정기검진, R.B.G 운동법, 業 소명의식으로 암과 싸워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대법관은 지난 8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췌장암 완치 사실을 알리며 90살까지 더 일하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밀레니얼 세대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대법관(86·여)이 지난 8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암이 다 나았다”고 선언해 화제다.

 

현직 대법관 중 최고령인 긴즈버그는 1993년 대법관으로 임명된 이래 네 차례나 암과 싸워 이겼다. 1999년 복부감염 증상으로 우연히 병원을 찾았다가 처음 대장암 선고를 받았다. S상결장절제술(sigmoid colectomy, 구불결장절제술) 이후 예방차원에서 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8개월 간 병행했다.

10년 후인 2009년 정기검진을 받으러 간 긴즈버그는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췌장 중심 부근 가로 1cm 크기의 단일 병변을 발견했다. 췌장암 초기였다. 비장과 췌장의 몸통 및 꼬리 제거 수술을 받고 3주간 췌장암 방사선 치료를 거쳤다.

 

2018년 11월 사무실에서 넘어져 갈비뼈 3개가 골절된 긴즈버그는 치료과정에서 왼쪽 폐 아래엽에 있는 악성 종양 2개를 발견했다. 뉴욕 소재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 MSKCC)에서 왼쪽 폐의 3분의 1을 제거하는 폐엽절제술(pulmonary lobectomy)을 받았다.
 

매년 수백 건의 폐엽절제술을 시행하는 라자 플로레스(Raja Flores) 뉴욕 마운트 시나이병원(Mount Sinai Hospital) 흉부외과장은 긴즈버그 대법관의 폐암이 “2개 종양이 하나의 폐엽에 있는 국소제한적 종양인 것을 볼 때 과거 췌장암이 폐암으로 전이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긴즈버그의 악명 높은 활발한 운동 루틴이 빠른 건강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긴즈버그는 155㎝ 작은 체구, 세 번의 암투병, 고령에도 불구하고 20년 간 운동하며 철저히 자기관리를 하고 있다. 2017년 트레이너 브라이언트 존슨은 긴즈버그의 이름 머리글자를 딴 ‘R.B.G 운동법’을 출간하기도 했다.
 

지난해 여름 긴즈버그는 췌장암 발병 사실을 알렸다. 그는 3주간 외래환자용 환경에서 정위절제방사선치료(Stereotactic Ablative Radiotherapy)를 받았으며 치료의 일환으로 담관 스텐트를 삽입했다. 방사선 치료 후 6개월 만에 대법원 측은 “종양이 확실하게 치료됐다”는 입장을 냈다. ‘악명높은 R.B.G’(Notorious R.B.G)라는 긴즈버그의 별명처럼 네 차례의 암수술에도 그녀는 건재하다.
 

긴즈버그는 한때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하고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로펌에 취직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자신만의 방법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럿거스대에서 ‘여성과 법’이란 강의를 만들어 성차별 관련 판례를 가르쳤고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산하 여성권익증진단을 만들어 성차별에 맞서는 소송 변론을 맡았다. 임신했다는 이유로 강제 전역당한 공군 변호, 아내 없이 혼자 아이를 키워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남성 변론, 여성의 버지니아 군사학교 입학 허용, 동성결혼 합법화 등은 그가 승소한 대표적 성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해 변호해왔다.
 

긴즈버그의 건강이 초미의 관심사가 된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후임으로 보수 성향 법관을 지명할 가능성이 커서다. 현재 대법관 9명 중은 5명은 보수성향, 4명은 진보성향으로 트럼프에게 후임자 선정을 맡길 경우 연방 대법원이 한층 더 오른쪽으로 기울게 된다. 미국 대법관은 종신직이다.
 

온라인매체 VOX는 “긴즈버그에 열광적인 반응은 트럼프 시대에 직면한 문제에 대한 불안감, 극단주의에 대한 두려움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아틀란틱(The Atlantic)은 “긴즈버그는 ‘안티 트럼프’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라며 “오늘날 여성은 어느 때보다도 여성의 영향력과 목소리를 보여줄 인물에 굶주려 있다”고 분석했다.
 

여론을 의식한 듯 긴즈버그는 당분간 은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존 스티븐스 대법관이 90살에 은퇴했으니 나도 최소 5년은 더 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다음 주 열릴 ‘오바마케어’와 ‘다카’(DACA·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제도) 등의 재판에 긴즈버그가 참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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