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엘진이 다발성골수종 치료제인 ‘세엘진탈리도마이드캡슐’(Thalomid 성분명 탈리도마이드, thalidomide) 및 ‘레블리미드캡슐’(Revlimid 성분명 레날리도마이드, lenalidomide) 경쟁약품의 시장진입을 불법적으로 막아 환자와 구매자들에게 5500만달러의 합의금을 제공키로 했다가 이를 철회했다.
이에 따라 세엘진은 수 십억달러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환자와 구매자들의 주장에 다시 맞서게 됐다. 구매자로는 보험사, 소비자, 노조보건복지기금, 지방자치당국 등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4월 740억달러 규모 합병으로 세엘진은 현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에 속해 있다. 원고 측 변호사들은 세엘진이 작년 7월 5500만달러 합의금 제공에 동의를 했으나 같은 해 12월 23일 철회했다고 밝혔다. 데이빗 미첼(David Mitchell) 환자 측 변호사와 몇몇 보건복지기금 노조 등이 제기한 집단소송에 대한 대응이다.
양측이 5500만달러 합의금에 동의했을 당시 합의서에는 특정 원고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세엘진은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된 게 지난달 철회로 이어졌다. 모두 합쳐 8000명 이상의 환자 및 800명 이상의 구매자들이 기존 합의서에 동의했지만 이를 거부한 80여명이 따로 소송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세엘진은 원고 측 일부의 이탈에 근거해 근거해 협정을 파기했다고 원고 측 변호사들은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세엘진의 움직임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멜린다 쿨리지(Melinda Coolidge) 원고 측 변호사는 “철회 조항은 집단 소송에서 흔히 볼 수 있으나 실제로 원고 측이 아닌 피고 측이 협정을 파기한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세엘진은 9000여명의 고소인으로 이뤄진 집단소송에서 자신을 방어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은 세엘진의 불법적인 시장 독점이 쟁점이다. 세엘진은 제네릭 제품 개발을 막기 위해 탈로미드와 레블리미드의 샘플 판매를 거부했고, 탈로미드 유효성분의 유통을 제한하는 공급협정에 서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가짜 특허권’을 내세워 경쟁 상대를 공격하기도 했다.
이에 2014년 미국 펜실베니아주 소재 마일란파마(Mylan Pharma·현재는 화이자 그룹 소속)는 제네릭 기업의 권리 취득에 대해 세엘진이 약물 안전성 문제를 구실로 레브리미드와 탈로미드의 제네릭 유통을 방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작년 8월 세엘진은 반독점 행위로 마일란에 6200만달러의 합의금 지불에 서명했다.
이런 전례에 비춰 이번 집단소송의 원고 측은 “제네릭 제품이 일찍이 승인됐다면 30억달러 이상을 환자와 구매자들이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세엘진의 방해 책동이 이러한 가능성을 차단했다”고 말했다.
BMS 대변인은 “수많은 제3자 구매자들이 실질적인 요구사항 제안과 합의를 거부해 세엘진이 합의 철회권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잘 팔리는 약 중 하나인 레블리미드(2018년 매출 96억달러)는 BMS가 세엘진을 740억달러에 매입하는 핵심 요소였다. 세엘진은 레블리미드에 대한 반독점적 행위와 큰 폭의 가격상승 정책을 펼쳐 수년간 여론의 비난을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