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주’(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고위험성 비근육 침습성 방광암(Non-Muscle Invasive Bladder Cancer, NMIBC) 치료제로 추가 적응증을 승인받았다고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키트루다는 방광절제술이 적합하지 않거나 치료법으로 선택되지 않고, 유두종(乳頭腫) 동반 여부에 상관없이 상피내암(carcinoma in citu, CIS)을 나타내는 바실러스 칼메트-게랭균(BCG: Bacillus Calmette-Guerin) 불응성, 고위험성 NMIBC 환자를 위한 단독요법제로 쓸 수 있다.
이로써 키트루다는 PD-1/L1 억제제 계열의 첫 번째 NMIBC 신약이 됐다. NMIBC 임상을 진행 중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의 ‘옵디보주’(opdivo 성분명 니볼루맙, Nivolumab), 로슈의 ‘티쎈트릭주’(Tecentriq 성분명 아테졸리주맙, atezolizumab),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주’(Imfinzi 성분명 더발루맙, Durvalumab) 등 경쟁자들보다 한 발 앞서게 됐다.
2018년 미국에서 새로 진단된 방광암 환자의 75%가 NMIBC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초기 단계의 방광암 환자에 이뤄지는 BCG 1차치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암이 치료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초기의 치료반응이 지속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비침습성암, 이보다 더 치료가 어려운 전이성암에 절제수술이 이뤄졌으나 배뇨장애, 사망, 삶의 질 저하 같은 부작용이 수반되고 있다.
미국 뉴욕대학 랭곤 건강 펄무터암센터의 아르준 V. 발라르 교수(생식비뇨기 종양과장)는 “NMIBC는 중증 방광암의 일종으로 재발 및 증상 악화 빈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BCG 불응성을 나타내고 상피내암을 동반한 NMIBC에 비수술적인 치료대안을 선택할 폭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키트루다의 적응증 획득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언급했다.
FDA는 2상 임상 연구인 Keynote-057 시험에서 도출된 완전반응률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렸다. 다기관, 개방표지, 단일그룹 대상으로 이뤄진 Keynote-057은 표준면역요법인 결핵예방백신(BCG) 불응성, 상피내암(CIS)인 NMIBC 환자 102명을 대상으로 키트루다 200mg을 3주 간격으로 투여하는 단일요법 평가시험이었다.
연구 결과 3개월 후 키트루다 투여군(96명)의 41%는 완전반응(complete response, CR)을 보여 방광암 징후가 사라졌으며 28개월의 추적기간 동안 반응지속기간 중간값(Median duration of response, mDOR)은 16.2개월로 유지됐다. 이들 39명 중 46%(18명)는 1년 동안 암이 재발하지 않았다.
한편 ‘키트루다’는 중증이거나 치명적인 면역 매개성 부작용을 수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폐렴, 대장염, 간염, 내분비계장애, 신장염 및 신장기능부전, 중증 피부반응, 고형장기 이식수술 후 거부반응, 조혈모세포이식수술(Hematopoietic stem cell transplantation, HSCT)후 합병증 등이 수반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부작용의 중증도에 따라 FDA는 “키트루다의 사용을 유보하거나 중단해야 하고, 필요하면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투여하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키트루다가 중증 또는 치명적인 주사 관련반응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작용기전 상 임신부에 투여하면 태아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머크는 키트루다의 유용성을 확인하기 위해 3상 임상인 Keynote-676을 이미 진행 중이다. 이 연구는 BCG 표준치료요법 후 재발했거나 BCG 단일요법 치료에도 지속해서 고위험군 NMIBC를 겪는 환자를 대상으로 키트루다-BCG 병용요법의 효과를 평가한다.
방광암 치료제 시장을 노리는 다른 기업으로는 스위스 세인트-프렉스(Saint-Prex) 소재 유전자 치료제 회사인 페링파마(Ferring Pharma)의 계열사 페르진(FerGene)이 있다. 페르진의 나도파라진 피라데노벡(nadofaragene firadenovec)도 FDA의 우선심사 대상에 올랐다. 최근 발표한 BCG 불응성 고위험군 NMIBC 환자 대상 임상 3상 결과 투여군의 53%(103명 중 55명)에서 종양이 제거됐으며 1년간 완전반응률은 전체 환자군의 24%(25명)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 소재 세센바이오(Sesen Bio)는 최근 BCG치료 무반응을 보이는 NMIBC 암환자를 대상으로 3개월 동안 89명의 환자 중 40%가 암이 사라지는 효과를 보여준 항체약물복합체(ADC)인 ‘비시넘’(Vicinium, VB4-845)도 신속승인(Accelerated Approval) 절차에 따라 임상을 마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단계별 결과보고 제출(rolling submission)을 이제 막 시작했다.
비시넘은 세센바이오의 차세대 ADC로 자체 표적단백질 플랫폼 기술을 통해 개발됐다. 종양세포 표면의 상피세포 접착물질(epithelial cell adhesion molecule, EpCAM) 항원을 타깃으로 하는 유전자 재조합 용해단백질(recombinant fusion protein)과 항암물질인 슈도모나스 엑소톡신A(Pseudomonas Exotoxin A, ETA)이 결합돼 있다. 용해단백질은 항암물질이 세포에 잘 침투되도록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다른 PD-1/L1 억제제를 보유하고 있는 제약사들도 NMIBC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은 CheckMate 9UT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옵디보주(Opdivo)를 단일요법으로 또는 BCG와의 병용요법, 또는 BCG 비반응성 환자에 효과적인 임상시험용 IDO1 억제제인 BMS-986205과의 병용요법, 또는 BCG+BMS-986205와의 병용요법을 진행 중이다.
또다른 시험인 CheckMate 7G8은 BCG 치료 이후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인 NMIBC에서 옵디보와 BCG의 조합을 BCG 단독과 비교한다. 머크는 이미 Keynote-676 시험을 진행 중이고 이 측면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이밖에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주(Imfinzi)와 로슈의 티쎈트릭주(Tecentriq)는 BCG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