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약품규제당국(NMPA)이 지난해 12월 31일 자국 제약사인 월백스생명공학(Walvax Biotechnology)의 13가 폐렴구균접합백신(13-valent pneumococcal conjugate vaccine, PCV13)과 이노백스(Innovax)의 혈청형 16, 18형 HPV 2가 백신 ‘세콜린’(Cecolin)을 각각 승인했다.
이들 제품은 화이자의 폐렴구균 백신 ‘프리베나13주’(Prevnar 13)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자궁경부암(HPV) 백신 ‘써바릭스프리필드주’(Cervarix)의 제네릭이다.
금액 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화이자의 프리베나13는 중국에서 2016년 말 승인을 얻은 후 이듬해부터 공식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미국 정부 차원에서 구매했던 소아 및 성인용 백신 수량이 감소함에 따라 프리베나 판매는 미국서 2018년에 4%가량 줄어들었으나, 미국 이외 지역에서는 9% 늘어난 17억7000만달러 어치가 판매됐다. 화이자 측은 분기별로 발표한 자료에서 “많은 양의 판매는 2017년 중국 출시 이후 지속적인 수요에 힘입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백신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인구 수 대비 백신 공급이 달려 일부 주요 도시들은 백신접종 예약을 위해 추첨까지 하는 상황이다.
미국 머크(MSD)의 4가 자궁경부암 백신인 ‘가다실주’(Gardasil)는 2017년 중국 시장에 진입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2가 HPV 백신 ‘써바릭스프리필드시린지’를 뒤이어 처음 진출했다. 이후 2018년 중반 가다실 9가 백신도 중국에서 허가를 받았다. 써바릭스와 이노박스 버전 모두 혈청형 16, 18형을 다룬다.
2019년 들어 9월까지 미국 이외 지역에서 가다실 매출은 14억6000만달러로 64% 급증했다. MSD 측은 분기별 자료 발표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중 특히 중국에서 높은 수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프리베나13이나 가다실은 모두 중국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외신은 이번에 이뤄진 중국의 자국 백신 승인으로 다국적 제약사들의 매출이 크게 꺾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중국내 수요가 큰 데다 브랜드와 신뢰도면에서 앞서고 있기 때문에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란 보도도 나오고 있다.
백신을 출시하기 전에 백신 품질을 점검하는 중국 약품생물제품검정소(National Institute for Food and Drug Control, 中國藥品生物製品檢定所, NIFDC)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11월까지 약 870만번의 HPV접종이 이뤄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백신이 권유되는 중국 여성은 약 3억5600만명으로 허가받은 투여량인 1인당 3회 접종으로 고려해봤을 때 연간 10억6800만번의 접종이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아직도 중국 시장에서 나눠먹을 파이는 큰 편이다.
지난해 10월 머크 컨퍼런스 콜에서 프랭크 클리번(Frank Clyburn) MSD 최고커머셜책임자(CCO)는 증가하는 글로벌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가다실 대량 생산을 가능케 할 제조 공장을 2군데에서 건설 중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2023년에야 완료될 예정이다.
소아사망의 주요 원인인 폐렴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 그동안 복잡한 결합기술로 만들어진 프리베나13(생후 6주 이상 투여 가능)만이 2세 미만에 사용 가능한 유일한 13가 백신이었다. 머크의 다당류 백신 ‘뉴모박스 23’(Pneumovax 23)은 2세 이상 영아에게만 허용된다. 이번에 허가받은 월백스의 폐렴백신도 주로 6주~5세 소아를 타깃으로 한다.
화이자의 프리베나13은 2018년에만 중국에 약 385만개가 들어갔다. 이우춘(Li Yunchun) 월백스 의장은 ‘베이징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월백스가 드디어 1년간 3000만여 도즈를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타이증권(Zhongtai Securities) 분석가들은 도즈당 698위안(약 100달러)의 가격으로 접종대상자의 15%가 백신을 맞게 된다고 가정하면 중국 폐렴백신 시장은 71억위안(10억달러) 상당의 규모를 형성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편 2016년 7월 국산 첫 폐렴구균 백신으로 허가받았던 SK바이오사이언스(당시 SK케미칼)의 ‘스카이뉴모프리필드시린지’(13가)는 2018년 12월 화이자와의 특허 소송에서 패소해 결국 출시가 불발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개발해 성공해 시판허가까지 받았지만 화이자의 프리베나13의 조성물 특허가 종료되는 2026년까지 스카이뉴모를 시판할 수 없게 됐다. 대신 SK바이오사이언스와 사노피파스퇴르는 미국에서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의 임상시험 1상을 진행하는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또 자체 개발한 자궁경부암 백신 ‘NBP615‘의 임상 1상과 2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종료돼 자체 평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대외적으로 중간 연구결과 등이 발표된 적은 없다. 이 회사는 자궁경부암 4가 백신(NBP615)의 제품화 10가 백신 개발을 위해 국가지원금을 받고 있다. 10가 백신은 현재 임상 전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