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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제 시장 대박 노리고 머크·사노피 27억·25억 달러씩 풀 베팅
  • 송인하 기자
  • 등록 2019-12-11 14:13:44
  • 수정 2021-07-29 19:2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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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의 광풍 수준 … 특허만료 부담감에 성급함, 미 FDA 및 보험사의 우호적 기류가 투자에 불붙여

케네스 프레이저(Kenneth Frazier) 머크 CEO(왼쪽)와 폴 허드슨(Paul Hudson) 사노피 CEO
전세계 빅파마인 미국 머크(MSD)와 프랑스 사노피가 9일(현지시각) 각각 27억달러, 25억달러를 투입해 항암제 신약후보물질을 개발 중인 두 바이오벤처를 인수합병(M&A)했다.

외신들은 현재 잘 나가는 항암제 신약의 상당수가 특허 만료를 앞둔 가운데 5년 뒤 시장 규모가 2배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황급히 시장을 선점을 확보하기 위해 나섰다고 분석했다. 거의 광풍 수준이다.

머크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소재 아큘(ArQule)을 27억달러에 인수키로 했다. 아큘은 ‘ARQ 531’이라는 BTK억제제(BTK inhibitor)를 보유한 업체다. BTK(Bruton’s tyrosine kinase) 억제제는 타이로신인산화효소(tyrosine-protein kinase) 억제제의 하나로 BTK 유전자에 의한 B세포의 발현과 증식을 억제해 암을 치료한다. B세포 관련 혈액암에서 지속적인 치료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초기 임상에서 드러나 주목받고 있다.

아큘은 현재 ARQ 531의 2상을 진행 중이다. 애브비 및 얀센이 시판 중인 ‘임브루비카캡슐’(Imbruvica 성분명 Ibrutinib) 치료 후 재발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아큘은 지난 20년 동안 주식시장에서 심한 부침을 겪었으나 이번에 인수됨으로써 탈출구를 찾게 됐다. 머크는 주당 20달러에 107% 프리미엄을 얹혀 폐장 후 아큘을 사들였다. 


MSD의 아큘 인수는 지난 1월 릴리가 80억달러에 록소온콜로지를 사들인 것에 자극받은 듯한 모습이다. 록소온콜로지도 BTK 억제제인 ‘LOXO-305’를 갖고 있어 이른 시일 내에 임상데이터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샌프란시코 소재 서네시스파마슈티컬스(Sunesis Pharmaceuticals)도 비록 라이벌에 의해 가치가 잠식되긴 했지만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아큘은 머크의 인수 뉴스가 나온 몇 시간 후에 머크가 경쟁력있는 틈새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굉장한 금액을 투입하려는 이유를 설명해줬다. 아큘은 2019 미국혈액학회(American Society of Hematology, ASH) 연례회의에서 최소 65mg의 ARQ 531을 투여받은 9명의 만성림프구성백혈병(CLL) 환자 중 8명이 부분반응(PR)을 경험했다는 2상 중간 단계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5명의 환자는 세번째 검사에서도 지속적인 치료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큘의 2상 결과 발표는 릴리의 ‘LOXO-305’가 초기 단계(1상)에서 내놓은 긍정적인 결과가 아직 대박을 꿈꾸기에는 시기상조임을 시사하는 듯했다.

에버코어 ISI 분석가들은 투자자들에게 발송한 레터에서 “전반적으로 릴리-록소와 머크-아큘의 신약후보물질은 경쟁은 아직 우위를 가리기 힘들다”며 “아큘이 LOXO-305 투여군의 베이스라인(치료이력이나 특성)을 분석해야 ARQ 531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두 신약후보물 모두 철저한 사전점검이 필요하다며 머크-아큘은 릴리-록소란 경쟁자를 맞아 보다 평탄하게 관련 임상과 시판허가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고 외신은 전망했다.

머크-아큘 간 인수합병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ARQ 531이지만 머크는 아큘의 다른 파이프라인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로거 펄무터(Roger Perlmutter) 머크 집행부사장 겸 머크연구소 사장은 아큘이 구축해놓은 파이프라인을 극찬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항암제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2위 밖으로 밀려나면 큰 이윤이 보장된 항암제 시장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몸집 불리기를 멈추지 못하고 있다”며 “머크는 자사의 항암제 키트루다 의존도가 지나치다는 일부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의 경고 속에 항암제 제품군 다양화를 서두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키트루다의 지난해 전세계 매출 규모는 72억달러에 이른다. 머크는 연초에도 항암제를 개발 중인 틸로스스테라퓨틱스(Tilos Therapeutics), 펠로톤테라퓨틱스(Peloton Therapeutics) 등 2곳을 사들인 바 있다. 씨티그룹은 머크의 아큘 인수는 “항암제 개발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의 끝이라기보다 시작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랑스 사노피도 머크와 같은 지난 9일 25억달러를 들여 항암제 확보를 위해 신톡스(Synthorx)를 인수했다. 사노피 역시 신톡스를 인수하기 위해 주당 68달러에 사들였다. 172%에 이르는 높은 수준의 프리미엄을 얹은 금액이다. 신톡스는 1년 전 나스닥 시장에서 11달러에 상장됐으며 주당 20달러 이상에 거래된 적이 별로 없었다.

지난 9월 폴 허드슨(Paul Hudson)이 최고경영자(CEO)로 들어선 뒤 첫 행보로 항암제가 사노피의 우선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임을 실행을 통해 보여줬다. 사노피는 그동안 당뇨병과 심장질환에 집중해온 나머지 항암제, 면역질환치료제에 소홀해온 것을 만회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신톡스는 노바티스의 프로류킨주(Proleukin, 성분명 aldesleukin, 신장세포암치료제) 등 유전자 재조합 IL-2 제제의 약리학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IL-2 재조합에 새로운 아미노산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연구하고 있다. 기존 프로류킨은 1990년대에 등장해 지금까지 처방되고 있으나 연속 5일 정맥주사 투여하는 부담과 혈관누출증후군(vascular leak syndrome, VLS)이란 심각한 부작용을 안고 있다.

사노피는 신톡스의 유전자 재조합 IL-2 제제(THOR-707)가 가진 우수한 선택성과 더 넓은 적응증, 적은 투여용량을 높게 평가해 신톡스를 인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존 리드(John Reed) 사노피 R&D 책임자는 “신톡스 파이프라인은 차세대 항암-면역 병용요법의 기반이 될 것”이라며 “촉진자 T세포(effector T-cells, 옛 helper T 세포에서 확장된 개념으로 T세포 기능에 영향을 주는 보조적 T세포들의 총칭)와 자연살해세포(natural killer cell, NKC)의 수를 선택적으로 증가시켜 기존 항암제와 병용요법제로 부각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신톡스는 THOR-707에 대한 긍정적인 임상결과를 내놓은 바 없다. 다른 인터루킨-2 약물들에 비해 약리학적 기전, 적은 투여 횟수, 치료 효능 등에서 우위가 있다고만 알려져 있다. 임상 1/2상은 진행성 전이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올해 초부터 진행 중이다. 단일요법 또는 PD-1억제제와 병용요법으로 임상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 투자기관인 제프리 분석가는 투자자 레터에서 “예상치 못한 사노피의 행보였다”며 “사노피가 면역항암요법의 기본 골격(단일요법제)이 되거나 다른 치료제와의 병용요법제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THOR-707이 PD-1, CD 38을 타깃하는 억제제와 병용했을 때의 효과를 평가해봐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전자재조합 IL-2 제제에서 가장 두드러진 기업은 넥타테라퓨틱스(Nektar Therapeutics)다. 이 회사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ristol-Myers Squibb, BMS)과 협력해 프로드럭인 재조합 IL-2 제제를 개발, 대규모 3상 임상에 들어갔다.

넥타테라퓨틱스와 경쟁사인 네오루킨은 지난 8월 초에 아퀴녹스(Aquinox)에 역합병됐다. 거대 스타트업인 네오루킨이 비상장사인 아퀴녹스에 먹혀 네오루킨테라퓨틱스(Neoleukin Therapeutics)로 이름을 바꾸고 본부를 시애틀로 옮겼다. 네오루킨 CEO인 조나단 드라츠만(Jonathan Drachman)이 계속해서 대표를 유지하고 있다. 이 인수합병은 IL-2 제제 개발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극도로 계산된 거래였다.

넥타가 시장의 초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투쟁적으로 노력해온 점을 감안하면, 신톡스가 얼마나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지 또 얼마나 많을 것을 입증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사노피는 만약 신톡스가 THOR-707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그 대안으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겸 항암 치료제인 전임상 파이프라인인 THOR-809도 기대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외신은 평가했다.

이처럼 머크, 사노피를 비롯해 릴리, BMS, 화이자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항암제 후보군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이 새로운 경영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BMS가 경쟁사인 세엘진을 올 1월 740억달러에 인수했고, 화이자는 지난 6월 어레이바이오파마(Array biopharma)를 106억달러에 사들였다. 또 릴리는 지난 1월 약 80억달러에 록소온콜로지(Loxo Oncology)를 매수했다.

항암제 시장의 장밋빛 전망이 제약사 간 인수합병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현재 1230억달러 수준인 전세계 항암제 시장 규모는 앞으로 5년 뒤인 2024년에는 배 가까이 커지게 된다. 기존 제약 특허가 서서히 끝나고 있어 안정적인 주 수입원을 확보하려는 성급함이 이런 위험성 높은 인수합병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 등장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제약산업 진흥과 환자 치료 증진을 명분으로 항암제 신약허가 기준을 완화하고 향후에도 이를 밀어붙일 기조를 보이자 항암제 개발의 도화선에 불꽃을 갖다대는 형국이다.

예컨대 FDA는 임상 인원 규모가 더 작고, 시험기간도 짧으며, 비용이 적게 드는 임상시험 자료만으로도 항암제 신약 허가를 내주려는 포석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보험사들이 연간 10만달러까지 들 수 있는 항암치료도 보험금을 지급해주려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덕분에 항암제를 개발하는 중소 제약사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천문학적 금액을 넘어 실패한 투자결정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지어야 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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