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유화·간손상 부작용이 발목잡아 … 중성지방 감소 효과 있어도 복합적인 약리기전이 잠재적 위험
치료제가 전무한 비알코올성지방간염(non-alcoholic steatohepatitis, NASH)이 신약개발 시장의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대다수 글로벌 제약사들이 잇따라 개발 과정 중 좌초돼 언제 첫 치료제가 탄생할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음주와 관계 없이 간세포 사이에 지방이 축적되는 질환을 비알코올성지방간질환(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 NAFLD)이라고 한다. NAFLD는 비만과 관련된 가장 흔한 형태의 만성질환이며 생검 결과 간의 지방 함량이 5%이상이면 지방간 판정을 받는다.
NAFLD의 20%는 다음 단계인 NASH로 진행되며 이 중 약 20%가 간경변으로 악화된다. NASH는 지방간 상태에서 염증, 팽창성변성(hepatocellular ballooning), 섬유화가 일어나는 질병이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약물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간경변 이후 단계부터는 치료를 통한 병세 호전이 거의 불가능하며 간이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NASH 단계에서 치료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전세계 NASH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6년 약 30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2018년 초 화이자는 임상 1상에 있던 중성지방 합성효소인 DGAT2(diacylglycerol acyltransferase 2, DGAT2)를 겨냥하는 NASH 신약후보물질 ‘PF-06427878‘ 개발을 중단했다. 쥐(mouse) 동물실험에서 지방증(steatosis)은 감소했으나 섬유화(fibrosis)가 촉진됐기 때문이다.
신약개발은 중단됐으나 화이자 연구팀은 신약의 기전에 흥미로움을 느꼈다. 화이자팀은 최근 NASH 쥐 동물모델에 PF-06427878을 실험한 결과를 사이언스중개의학지(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2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간 지방 수치를 낮췄으며 H&E(Hematoxylin & Eosin stain) 검사에서 NASH의 주요 특징(hallmark)인 간세포 팽창성 변성 정도를 개선했다고 밝혔다. 더욱이 Srebp1c, Acc1, Fasn, Scd1 등 지질 관련 유전자의 발현을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유망한 데이터에도 불구하고 화이자는 “NASH 환자에게 PF-06427878을 장기간 노출하면 완전히 최적화되지 못한 화학적 특성이 있다고 판단해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관련 논문의 저자들은 PF-06427878이 DGAT2를 효과적으로 저해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화이자는 임상 실패 후 노바티스와 짝을 이뤄 지난해 NASH 신약후보물질의 비독점적 임상 개발 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전임상 및 임상 1상 단계의 시험을 공동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 뉴욕 인터셉트제약(Intercept Pharmaceuticals)과 캘리포니아주 뉴어크시 소재 시마베이테라퓨틱스(CymaBay Therapeutics)는 25일(현지시간) 주식시장에서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시마베이의 간질환 신약후보물질 PPAR-델타(δ) 길항제 ‘세라델파’(Seladelpar)가 임상 2b상 결과 병이 안정화된 증후를 보인 환자에서 간내 단편적괴사(Piecemeal necrosis in liver 또는 interface hepatitis) 등 비전형적(atypical) 간 손상을 일으켜 모든 관련 임상시험을 중단키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에 NASH, 원발성경화성담도염(Primary sclerosing cholangitis, PSC), 원발성담즙성담관염(primary biliary cholangitis, PBC) 등 총 3가지 적응증과 관련한 중간단계 임상시험이 중단됐다.
미국 투자정보 서비스기관인 캔터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 분석가들은 이를 두고 “PPAR 이슈인가, PPAR-델타 이슈인가, 아니면 셀라델파 이슈인가”라며 비꼬았다. 또 “이번 생검의 세부적인 사항에 따라 PPAR계 약물에 대한 더 많은 FDA의 정밀검사가 초래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오랜 기간 띄엄띄엄 이뤄진 FDA의 시판허가 임상시험에서 PPAR계열 약물의 발암성은 FDA가 역사적으로도 안전성에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간내 중성지방을 낮추고 간 안정화 효과를 보여도 복합적인 약리기전 상 잠재된 부작용을 내포하고 있는 게 NASH 신약개발의 난제로 지목된다.
인터셉트의 담즙산 수용체인 파르네소이드 엑스 수용체(farnesoid X-receptor, FXR) 길항제 ‘오베티콜릭산’(obeticholic acid)은 FDA의 우선 순위 검토를 허가받았다. 이에 인터셉트 주가는 약 10% 상승했다. 대조적으로 시마베이 주가는 75%이상 폭락했다.
프랑스 장피트(Genfit)도 시마베이의 영향을 받아 이날 주가가 3% 떨어졌다. 이 회사는 NASH 치료 신약후보물질인 PPAR-알파/델타(α/δ) 이중작용제 ‘엘라피브라노’(elafibranor)를 개발하고 있다. 장피트는 연내 엘라피브라노 임상 3상 톱라인 데이터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PPAR-알파/델타/감마(α/δ/γ) 3중 표적작용 ‘라니피브라노’(lanifibranor)를 개발 중인 프랑스 인벤티바제약사(Inventiva Pharma)도 주가가 2% 가까이 하락했다. 인벤티바의 라니피브라노 임상 2b상은 2020년 중반에 판독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덴마크 바우스베아(Bagsværd) 소재 노보노디스크는 지난 7일 NASH 신약후보물질로 일본 우베흥산(Ube Industries)의 UD-014를 확보했다. UD-014는 SSAO/VAP-1(Semicarbazide-Sensitive Amine Oxidase/Vascular Adhesion Protein-1) 선택적 저해제로 내피세포에 대한 항염증작용 및 항산화작용을 일으킨다. 지난 18일에는 노보노디스크가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시 디서나제약사(Dicerna Pharmaceutical)과 NASH, 2형당뇨병 등 간질환에 초점을 맞춘 RNAi(RNA간섭) 치료제 플랫폼 기술을 도입키로 제휴하고 2억2500만달러를 투자했다. 또 이미 환자들에게 GLP-1(Glucagon-like peptide 1)수용체 작용 경구용 2형 당뇨병치료제 ‘라이벨서스’(Rybelsus, semaglutide)의 임상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독일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ingelheim)은 유한양행으로부터 8억7000만달러에 NASH 신약후보물질 YH25724의 기술을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다. YH25724는 내장에서 생성되는 호르몬 GLP-1과 공복 상태일 때 간세포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인 FGF21(Fibroblast growth factor 21)에 결합해 효과를 내는 이중작용제다.
스위스 노바티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샌프란시스코 시 소재 플라이언트테라퓨틱스(Pliant Therapeutics)로부터 NASH 신약후보물질 PLN-1474 외에 인테그린 표적물질 3종에 대한 기술과 권리를 8000만달러에 확보했다. PLN-1474는 인테그린αVβ1 억제제로 간조직 섬유화를 표적한다.
국내에서는 유한양행 외에 한미약품, 에스티팜, 휴온스, CJ헬스케어, 삼일제약, 신풍제약, PH파마, 퓨쳐메디신, 엔지켐생명과학, 안지오랩 등이 NASH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