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을 유발하는 선천망막질환을 유전자교정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김정훈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팀과 생명공학 회사인 툴젠 연구팀은 레버선천흑암시를 지닌 생쥐에게 유전자교정물질을 전달해 유전자 돌연변이를 완전히 교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31일 밝혔다.
레버선천흑암시(Leber congenital amaurosis)는 시각기능과 관련된 유전자인 RPE65·CEP290의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선천망막질환이다. 출생 시 선천적 실명을 일으킬 수 있는 유전성 망막이상으로 시각장애특수학교 어린이 10~18%가 앓고 있다.
연구팀은 돌연변이RPE65 유전자를 가진 rd12 생쥐의 망막하 공간에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와 정상 RPE65 유전자를 탑재한 아데노연관바이러스 벡터를 주사했다. 그 결과 rd12생쥐의 망막색소상피세포에 정상 RPE65 단백질이 합성됐다. 치료 후 6주, 7개월 뒤 시행된 두 차례의 망막전위도검사에서 rd12생쥐의 시각반응은 정상적인 생쥐의 20% 수준으로 높아졌고 망막신경세포층 두께도 회복됐다.
아데노연관바이러스 유전자치료제를 주입하는 방법은 이미 레버선천흑암시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다만 주입 후에도 돌연변이 유전자가 세포 내에 그대로 존재해 실명에 이르는 환자가 많았다. 이번 연구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활용해 돌연변이 유전자를 완전히 교정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레버선천흑암시를 비롯한 선천망막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 것으로 평가된다.
또 이번 연구에서 비표적 효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다. 비표적 효과는 원래 목표가 아닌 엉뚱한 유전자를 인식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번 연구에서 비표적 효과가 나타난 부위는 전체 DNA중 10개 미만으로 매우 적었으며, 7개월 뒤 시행한 조직검사에서도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치료의 안전성이 입증됐다.
김정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선천망막질환에서 원인이 되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완전히 교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임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저명한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자매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