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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불편한데 파킨슨병약을? 하지불안증후군 치료제가 궁금하다
  • 김신혜 감수 김홍진 중앙대 약대 교수 기자
  • 등록 2019-10-22 15:10:18
  • 수정 2021-09-07 14:3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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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면증‧우울증 동반 질환 … 도파민‧철분제‧마약성진통제‧ 항경련제 등 다양한 약물 쓰여
하지불안증후군 치료제로 쓰이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리큅정’(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미라펙스정’, 한국로슈 ‘리보트릴정’, 한국화이자 ‘리리카캡슐 ’
다리가 아파서 또는 다리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느낌 때문에 밤잠을 설친 적이 있다면 수면장애 중 하나인 하지불안증후군(restless leg syndrome, RLS)을 의심해볼 수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견딜 수 없는 충동이 나타남과 동시에 다리에 매우 불편하고 불쾌한 감각 증상이 동반되는 질병이다. 일종의 감각운동 신경성 질환으로 주로 안정 시에 나타나고, 야간에 악화되기 때문에 수면장애를 유발한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계속되는 만성피로로 이어져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한다.
 
하지불안증후군의 주요 증상은 움직이지 않거나 쉬는 동안 불편하고 불쾌한 느낌이 다리에 나타난다. 근질거리며 쑤시고 저리고 쥐어짜는 듯한 느낌이 발생한다. 그러나 움직이면 불쾌한 감각이 잠시 사라진다. 주로 다리에 많이 발생하며 양쪽 다리에 대칭적으로 나타난다.
 
세계적으로 5~15% 정도의 발병률을 보이며 나이가 들수록 높은 유병률을 보인다.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많은데 출산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을 동일 연령의 남성과 비교했을 때 하지불안증후군 발생 위험이 동일하다.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45세 이전에 증상이 발현되는 경향이 있다.
 
발병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혈액 내 철분 부족과 뇌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결핍으로 추정된다. 도파민은 뇌에서 근육운동 조절 메시지를 보낸다. 도파민 결핍을 초래하는 주요 환경적 요인 중 하나가 중추신경계인 흑질 내 철분 결핍이어서 이것이 하지불안증후군과 연결된다. 즉 철분 부족으로 흑질 선조제 기능이 저하돼 도파민 작용이 줄어들고 하지불안장애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말기 신질환, 투석, 신경염 같은 신경손상도 발병 요인이 된다. 항구토제, 항우울제, 정신병 치료제, 항히스타민제, 칼슘채널차단제 등도 하지불안증후군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하지불안증후군을 방치할 경우 근육 수축으로 팔다리를 떠는 ‘주기성 사지운동장애’( PLMD, Periodic limb movement disorder)로 진행할 확률이 90% 이상이다. 본인 스스로 인지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팔, 다리를 꿈틀하거나 다리를 걷어차는 등의 동작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또 불면증을 유발해 수면부족으로 주간기능 저하 및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등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트리기 때문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불안증후군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우울증 발병률이 3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이 경미하거나 드물게 발생하는 경우는 비약물적 치료만으로 조절이 가능하지만 증상이 악화된 경우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효과적이다.
 
도파민 수용체 작용제
 
체내에서 도파민처럼 작용해 하지불안증후군의 원인인 도파민 기능 저하를 개선한다. 도파민 수용체를 자극해 도파민의 작용을 증가시킴으로써 다리떨림 증상이나 불편감 등을 개선한다. 도파민 작용제는 본래 파킨슨병 치료에 쓰였으며 하지불안증후군 치료에선 이보다 저용량을 사용한다. 파킨슨병은 진전(震顫), 서동(徐動), 강직(剛直) 등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노인성 신경퇴행 질환이다.
 
대한신경학회는 하지불안증후군 치료를 위한 약물요법으로 2005년에 허가받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리큅정’(성분명 로피니롤, ropinirole), 2007년 허가받은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미라펙스정’(성분명 프라미펙솔, pramipexole) 등 도파민 작용제를 1차 선택으로 권고하고 있다. 이들 약은 다른 도파민 작용제에 비해 부작용 위험이 적다.
 
이밖에 오프라벨 처방으로 한국MSD ‘시네메트정’(성분명 레보도파 levodopa·카르비도파 Carbidopa), 한국노바티스 ‘팔로델정’(성분명 브로모크립틴메실산염, bromocriptine mesylate) 등이 처방되기도 한다.
 
리큅정은 초기에 0.25mg을 취침 1~3시간 전에 투여하고, 미라팩스정은 0.125mg을 취침 2~3시간 전에 투여한다. 효과에 따라 증량할 수 있으며 중단할 때는 서서히 용량을 줄인다. 효과가 우수해 투여 첫날부터 증상이 개선될 수 있고 대개 1~2주 내로 효과를 보인다. 서방형제제는 주로 파킨슨병에 사용하며 하지불안증후군엔 승인되지 않았다.
 
도파민 작용제의 일반적인 부작용은 구역, 구토, 두통, 피로 등이다. 기립성 저혈압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앉았다 일어날 때 서서히 움직이도록 한다. 환각, 과도한 성욕, 쇼핑, 도박 등의 충동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일상생활 도중 극도로 졸리거나 잠이 드는 부작용이 있으므로 운전이나 기계 조작 시 주의가 필요하다. 증상이 심해지면 투여를 중지하도록 한다.
 
장기간 복용하면 환자의 증상이 악화되는 증강현상(
enhancement phenomenon)이 나타날 수 있다. 증강현상은 증상 발현 시각이 빨라지거나 안정 후 다시 증상이 발생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아지는 것이다. 더 악화되면서 다리 이외의 신체부위에도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증강현상이 발생하면 약의 용량을 줄이고, 항경련제나 마약성진통제로 치환하거나 병용한다. 
 
벤조디아제핀제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은 불안증과 불면증 치료에 흔히 처방되는 중추신경 억제제다. 증상이 경미하거나 간헐적인 환자에게 단일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 중증 환자는 다른 약과 병용할 수 있다. 한국로슈 ‘리보트릴정’(성분명 클로나제팜, clonazepam)은 항전간제로 적응증을 허가 받았지만 하지불안증후군, 램수면행동장애, 주기성다리떨림 등에도 효과가 좋아 도파민 작용제와 함께 처방되기도 한다.
 
항경련제
 
항경련제는 하지불안증후군의 감각증상, 수면장애 등을 개선한다. 통증성 감각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효과가 좋으며 전반적인 증상 개선 효과가 우수하다.
 
하지불안증후군 치료에 승인된 약물은 아니지만 한국화이자의 간질치료제 ‘리리카캡슐’(성분명 프레가발린, Pregabalin)이나 ‘뉴론틴캡슐’(성분명 가바펜틴, gabapentin) 같은 약물도 효과가 있어 처방되고 있다. 이들은 칼슘채널에 영향을 주는 약물로 뇌전증 치료와 신경염, 신경통 치료에 사용된다. 중증도-중증 하지불안증후군 치료에 자주 쓰이며 심한 신경병증이 동반된 경우 더욱 효과적이다. 부작용은 현기증, 피로, 졸음으로 역시 복용 후 운전이나 기계조작에 주의한다.
 
2014년 일본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는 리리카의 심각한 부작용으로 전격성간염과 간기능장애를 추가한 바 있다.
 
마약성 진통제
 
심한 하지불안증후군이나 증강현상이 나타난 경우에 사용한다. 마약성진통제는 증상 경감에 도움을 줄 수 있으나 호흡 억제나 의존성 등의 부작용에 주의해야한다. 코데인(codeine), 옥시코돈(oxycodone), 메타돈(methadone), 트라마돌(tramadol) 등이 쓰인다.
 
옥시코돈 복합제인 한국먼디파마의 ‘타진서방정’(성분명 옥시코돈염산염·날록손염산염, Oxycodone Hydrochloride·Naloxone Hydrochloride)은 2016년 도파민 작용제 투여 후 증상 조절이 되지 않는 중증 및 고도 중증의 특발성 하지불안증후군의 2차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철분 제제
 
철분 결핍이 하지불안증후군을 유발하므로 철분 수치가 낮은 환자(혈중 페리틴·ferritin 50ng/mL 미만)는 철분 보충요법을 실시한다. 특히 폐경 전 여성에게 필요한 치료다. 철분제를 보충하고 평균 3개월이 지나면 증상이 개선된다. 공복에 복용하면 철분흡수율이 높아지고 비타민C를 함께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경구제 복용이 어려우면 주사제를 투여할 수 있다.

날씨가 추워지는 환절기에 하지불안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낮동안 햇빛을 많이 쬐는 게 좋다. 신철 고려대 안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가을에 접어들어 일조량이 줄면 하지불안증후군이 심해질 수 있다”며 “햇볕을 쬐며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체조를 한 뒤 다리마사지나 족탕으로 다리의 피로를 해소해주면 하지불안증후군을 예방 또는 완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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