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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허점 노린 알보젠코리아 자진 상장폐지 … “주주가치 훼손 안돼”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07-30 01:18:48
  • 수정 2020-09-24 11: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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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주사 흡수된 뒤 주식 대신 현금반환해 강제 매도 … 고의적 행태 제재 방안 필요
지난 4월 알보젠코리아가 자진 상장 폐지를 감행한 것을 두고 고액배당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알보젠코리아가 지난 4월 자진 상장폐지를 신청한 배경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수많은 제약바이오 기업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IPO(기업공개) 등을 준비하는 것에 반대되는 이 회사의 행보에 기존 주주와 업계는 의심스런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국 제약사 알보젠(Alvogen)은 2012년 사모펀드가 인수했던 근화제약의 경영권을 다시 인수하며 국내 제약시장에 진출했다. 2014년엔 한화케미칼의 자회사인 드림파마를 약 1914억원에 인수했고, 2015년 6월 알보젠코리아로 공식 출범했다. 지난해 기준 매출 1937억원을 기록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근화제약은 신장질환·비뇨기질환·항생제 등 분야, 드림파마는 비만·소화기질환 분야 치료제 라인업 선두권에 있던 기업으로 알보젠코리아는 두 기업의 강점을 살려 이 분야 전문의약품 및 개량신약 등 200여개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알보젠코리아는 이미 2017년 자진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를 두 차례 진행했다. 그 해 4월 첫 번째 시도에선 전체 주식의 14.53%를 사들이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소액주주의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4.8%를 매입하는 데 그쳤다. 이어 11월 경영활동 효율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두 번째 공개매수를 시작해 지난해까지 총 9.75%을 매입했고 최대주주인 알보젠코리아홀딩스와 주식을 합쳐 지분을 92.22%까지 확보했다. 95%가 넘으면 강제로 일반주를 매입해 상장폐지 신청을 할 수 있지만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하지만 알보젠코리아는 지난해 4월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이는 상장주식의 10% 이상(코스피시장 기준)을 일반주주가 보유하도록 하는 주식분산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뒤 1년간 이의신청 기간을 부여하는데 특별한 신청 사항이 없으면 상장폐지 심사 대상이 된다. 회사 소유 주식 비율을 90% 이상만 유지하고 1년을 기다리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제도의 허점이 존재하는 대목이다.
 
알보젠코리아는 보유하고 있던 알보젠코리아홀딩스 지분 9.75%를 반환했고 알보젠코리아홀딩스는 알보젠코리아의 소액주주 지분 7.78%를 인수하면서 지주회사에 종속된 100% 자회사가 됐다. 자기회사 주식을 100% 소유하게 된 알보젠코리아는 손쉽게 자진 상장폐지를 신청했다.
 
또 다른 문제는 알보젠코리아 측이 주식을 매입한 뒤 알보젠코리아홀딩스와 주식교환을 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에게 현금을 지급했다는 사실이다. 지주회사가 자회사를 100% 종속시킬 경우에는 자회사 주주들에게 해당 가치분의 지주사 주식을 배분하는 게 대체적인 관행이다. 하지만 상법 상엔 ‘금전이나 그 밖의 재산’을 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지주회사는 이를 활용해 굳이 주식을 내놓고 싶어하지 않는 주주에게도 현금지급을 통한 주권 회수를 강제할 수 있다. 어쩌면 기존 소액주주들을 쫓아내고 상장폐지를 달성할 수 있는 독소조항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이런 경우 소액주주는 사실상 손 쓸 방법 없이 현금을 받고 주주 지위를 빼앗기게 된다. 지난 2월 이 회사는 알보젠코리아홀딩스로 주식을 편입하는 대가로 전체 지분 7.78%를 소유한 소액주주에게 주당 현금 2만9000원을 지급한다고 공시했다. 주주 입장에선 최종 주가인 28700원과 비해 별 차익 없이 그대로 매도한 셈이다.
 
알보젠코리아는 2012년 근화제약을 인수한 뒤 주주에게 배당을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아 비판을 받아왔다. 2014년엔 알보젠의 계열사인 미국 알보젠파인브룩으로부터 아편중독치료제 ‘Bup/Nal(부프레노르핀/날록손) 필름 설하정’과 궤양성대장염 치료제 ‘ALV-21’ 등 2개 개량신약 품목의 판권을 4700만달러(약 500억원)에 인수하려다 주주 반대로 무산됐다. 이들 제품은 당시 미국에서 허가가 진행 중인 제품이었다. 게다가 2012년 기준 자기자본인 930억원의 절반이 넘는 무리한 계약 체결을 시도했는데 그 배경이 근화제약 경영권 인수비 500억원을 조기에 회수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Bup/Nal 필름은 미국에서 상품화됐으나 ALV-21은 테바의 선공으로 현재 퍼스트 제네릭 개발을 포기한 상태다. ALV-21은 부신피질호르몬의 일종으로 호흡기염증 완화에 효과적인 부데소나이드 성분을 서방형 에어로졸 형태로 직장에 직접 분무함으로써 복부팽만, 설사, 장내염증, 출혈 등을 효과적으로 누그러뜨릴 수 있는 일반약으로 미국에서 인기가 높다.
 
일각에선 이번 상장폐지가 비슷한 맥락에서 진행됐을 것으로 보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5년 전 실패한 투자비 회수를 서두르기 위해 회사 전체 매각이나 공장매각 등을 진행할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그동안 유보했던 고배당을 실시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비상장 글로벌 제약사는 물론 일부 상장기업도 주주 눈치를 보지 않고 막대한 이익을 환수할 때 고배당을 활용한다. 대표적인 게 한국의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제일은행) 사례다. 이런 방법은 결코 낯선 행태가 아니다. 이런 기업은 고액 배당금을 글로벌 본사나 지주회사 등으로 보내 ‘이익 빼가기’, ‘먹튀’ 등 비난을 받지만 괘념치 않는 모습이다.
 
코스닥은 이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세칙을 개정했다. 상장사가 자진 상장폐지를 목적으로 공개매수에 나설 때 일반주주의 지분율이 주식분산 요건인 20%(코스닥 기준)에 미달해도 3년 간 관리종목으로 지정하지 않는 내용이다. 거래소는 금융 당국과 논의해 코스피에도 관련 규정을 개정할 방침이지만 아직 논의가 시작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믿고 투자한 소액주주들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음대로 내칠 수 있는 제도상 허점이 존재하는 한 상도덕 없는 기업들의 주주 버리기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외국계 기업 먹튀를 막아주시기를 호소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알보젠 상장폐지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와 있다. 이 회사 말고도 유사한 기업행태를 고발하는 내용은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알보젠 상장폐지를 비판하는 청원을 올린 글 작성자는 “외국계 기업의 자진 상폐 후 고액배당으로 국부가 유출되고 있다”며 “주식교환에 앞서 우선시되는 거래소 규정에 따라 정상적인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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