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인천 영종도 을왕산에서 채집된 반점날개집모기에서 뎅기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됐다. 검출된 뎅기바이러스는 태국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와 유전자가 99% 정도 일치했다.
아직 뎅기열이 토착화되지 않은 국내에서 뎅기바이러스 유전자를 가진 모기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뎅기열을 매개하지 않는 반점날개집모기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도 특이한 사례다.
발견된 모기의 경로를 역학적으로 추정하면 태국에서 뎅기열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던 반점날개집모기가 비행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영종도에서 발견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모기가 비행기 내부나 영종도 인근에서 뎅기열 환자를 물어 바이러스를 갖게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뎅기열의 주요 매개 모기는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와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다. 이집트숲모기는 추위에 약해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다. 흰줄숲모기는 국내에서도 발견되지만 표본감시 결과 전체 모기의 0.01% 불과할 정도로 개체 수가 적다.
이번에 뎅기열 바이러스 유전자가 확인된 반점날개집모기는 뎅기열 매개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또 국내에서 발견되는 전체 모기의 0.04%에 불과할 정도로 개체 수가 드물다.
신상엽 한국의학연구소(KMI) 학술위원장(감염내과 전문의)은 “뎅기열 매개 모기의 분포를 보면 현재 국내에서 동남아시아처럼 토착화된 뎅기열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뎅기열은 아직 한국에서 자체 유행한 적은 없고, 매년 200여건 정도 동남아 지역에서 유입된 사례만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뎅기열은 모기에 물린 후 4~7일가량 잠복기를 거쳐 발열, 두통, 근육통, 발진, 안와(머리뼈 속 안구가 들어가는 공간) 뒤쪽 통증 등을 일으킨다. 하지만 무증상인 경우가 75% 정도로 더 많다. 이로 인해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보고되는 숫자보다 몇 배 이상의 여행객이 뎅기열에 걸려 국내로 들어오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에 뎅기열 매개 모기는 별로 없지만 뎅기열에 걸려 들어온 환자가 늘면 일본의 사례처럼 국내에서도 뎅기열이 유행할 수 있다. 즉 해외여행 시 뎅기열에 걸리지 않는 것은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것은 물론 국내 뎅기열 유행 및 토착화를 막는 중요한 방법이다.
뎅기열은 아직 상용화된 예방백신, 예방약, 치료제가 모두 개발되지 않은 상태라 매개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최선이다.
따라서 모기기피제를 적극 사용해야 한다. 모기기피제중 디에틸톨루아미드(diethyltoluamide, DEET) 또는 이카리딘(피카리딘, Picaridin) 성분이 함유된 제품이 적합하다.
모기기피제는 제형에 따라 바르는 크림 타입과 뿌리는 스프레이 타입으로 크게 나뉜다. 크림 타입은 일반적으로 함유된 성분 농도가 높아 효과가 최대 8시간, 스프레이 타입은 함유된 성분 농도가 낮아 최대 4시간 정도 유지된다. 제품에 함유된 성분과 제형에 따라 지속시간 및 사용법이 달라 설명서를 꼼꼼히 읽어봐야 한다.
야외에서 땀을 많이 흘렸다면 평소보다 자주 모기기피제를 발라줘야 한다. 선크림과 모기기피제를 둘 다 사용해야 한다면 선크림을 먼저, 이후 모기기피제를 바르면 된다.
모기장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반 모기장보다는 방충·살충 효과를 지닌 퍼메트린(permethrin) 성분이 외부에 도포된 모기장이 효과적이다. 페메트린 성분이 도포된 모기장을 구할 수 없으면 퍼메트린액을 구매해 일반 모기장에 뿌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DEET나 이카디린 성분은 모기나 진드기 이외 해충엔 효과가 떨어지지만 퍼메트린은 거의 모든 해충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퍼메트린액을 옷에 뿌려서 사용하기도 한다. 부피가 크지 않은 제형도 있어 필요하다면 여행 전 미리 준비할 수 있다.
신상엽 학술위원장은 “모기의 평균 수명은 1개월, 생존 기간 행동반경은 1㎞ 정도”라며 “모기는 애초에 오래, 멀리 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뎅기열 같은 모기매개질환을 일으키는 모기가 바이러스를 품고 자력으로 국경이나 바다를 넘어 국내로 들어와 질병을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단 일본의 사례처럼 해외에서 뎅기열에 걸린 사람이 입국해 국내 모기에 물리거나, 뎅기바이러스를 가진 모기가 비행기나 배를 타고 국내로 들어올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질병관리본부는 비행기나 배를 타고 유입될 수 있는 모기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해외 여행자는 모기기피제와 모기장을 적절하게 사용해 뎅기열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