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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발사르탄 함유 고혈압약 매출 감소 우려 … 제네릭은 물론 오리지널까지 타격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8-07-16 18:11:33
  • 수정 2021-12-15 22:2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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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네릭 범람으로 안전성 우려, 의사 리베이트로도 연결 … 공동 생동성시험 진행 및 위탁생산 관행 개선 필요

발암물질 논란으로 시장이 위축된 발사르탄 제제로 인해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보령제약의 ‘카나브정’(왼쪽)과 대웅제약의 ‘올메텍정’
일부 발사르탄 함유 고혈압약에 발암물질인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 N-nitrosodimethylamine)가 들어간 것으로 추정돼 해당 제품의 판매중지 및 보험급여 중지 조치가 내려지자 발사르탄 제제의 처방이 급격히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사르탄 제제 중 국산 원료로 제조한 J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비록 문제가 된 중국산 원료는 아니지만 발사르탄에 대한 환자들의 불안감 때문에 일반 의원급 개원의는 발사르탄 처방 자체를 꺼린다”며 “앞으로 상당 기간 발사르탄 제제에 대한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대표적 성분이 텔미사르탄 제제다. 고혈압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계열 약으로는 발사르탄 외에 텔미사르탄, 로사르탄, 칸데사르탄, 이베사르탄, 에프로사르탄, 피마사르탄, 올메사르탄 등이 있다.

김형섭 계명대 동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텔미사르탄은 고혈압 강하 외에 당뇨병, 신장기능 개선 효과가 있어 고령층을 중심으로 꾸준히 처방되고 있다”며 “발사르탄 제네릭 발암성 논란과 관련해 약의 오리지널리티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게 증명됐다”고 말했다. 다만 텔미사르탄은 습기에 약해 보관에 신경써야 하는 게 단점이다. 이와 함께 국산신약인 피마사르탄(보령제약 카나브정)은 제네릭이 없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이 약은 아직 발매기간이 짧아 축적된 임상결과가 부족한 게 약점이다.

또 발사르탄과 비슷한 약효의 배경을 지닌 이베사르탄, ARB 계열 중 가장 나중에 나오고 혈압강하효과가 최강인 것으로 인정받는 올메사르탄, 심부전 환자 및 고혈압 전단계에도 효과적이라고 연구된 칸데르사르탄 성분이 반사이익을 볼 전망이다.

발사르탄 제제 중 오리지널약인 스위스 원산지의 노바티스 ‘디오반’ 및 ‘코디오반(발사르탄+이뇨제)’ 등은 오리지널 제제를 선호하는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처방이 일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발사르탄 제제 전반에 깔린 환자들의 불신 탓에 그 벽을 넘을지는 미지수다.

업계 추산으로 2016년 고혈압약 시장은 1조5000억원 규모로 이 중 발사르탄 제제는 2780억원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중 오리지널약인 디오반은 233억원, 코디오반은 116억원 어치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업계에선 발사르탄과 암로디핀의 복합제로 오리지널약인 노바티스의 ‘엑스포지’가 일시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JW신약의 ‘로우포지’(국산 원료) 등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로우포지와 국산인 카나브 등은 최근 1주일새 매출이 15% 안팎 늘었다고 업체 관계자는 설명했다.

식약처는 발사르탄 함유 단일제 및 복합제 82개사 219개 품목 중 54개 115품목에 대해선 판매중지(심평원은 급여중지) 판정을 내렸고 나머지 46개사 104개 품목은 계속 처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했다.

발사르탄 제제 관련 안전성 논란에는 국내에 너무나 많은 제네릭이 쏟아지고 있는 게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보통 하나의 외국산 원료가 들어오면 수십개 제약사가 펀딩하듯 개발자료를 공유하고 생물학적동등성시험도 공동 진행해 개발비용을 절감한다. 시판허가가 나오면 여러 제약사가 한 생산시설에서 위탁생산하기 때문에 품질 차이는 거의 없고 오로지 마케팅·영업능력에 의해 매출이 좌우되는 게 현실이다.

한 중소제약사 개발 담당자는 “개발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여러 제약사가 연합해 공동개발을 선호한다”며 “제약사로서는 연간 5000만원 이상의 매출이 나와도 구색 갖추기 차원에서 거의 모든 성분의 제네릭을 갖추기 위해 애쓰고 이를 잘하는 개발자가 유능하다고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제약업계의 대 의료계 영업관행에서 아직도 리베이트 주고받기가 잔존하는 이상 저가 원료를 채택하게 되고 이번처럼 발사르탄 사태의 빌미가 될 소지가 있는 셈이다. 안만호 식약처 대변인은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미국 캐나다 유럽 등 28개국에서도 문제가 된 중국산 원료를 쓴 것으로 조사됐다”며 “제네릭의 생산남용 및 위탁생산 허용 자체가 의약품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장애가 되는 근본 원인은 아니며 원료의약품의 보다 철저한 품질관리가 강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5년마다 의약품허가를 갱신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생산실적이 전무하면 허가가 일방 취소된다”고 덧붙였다.

규제완화 및 생산성 효율 제고 차원에서 공동 생동성시험 및 위탁생산이 허용됐지만 이는 제약사의 가격경쟁으로 인한 의약품 품질관리 소홀과 국민 안전위협으로 연계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사협회는 약사들이 값싼 제네릭의 활성화를 부추기는 ‘성분명 처방’을 원한다며 비난하고 있다. 약사회는 의사들이 리베이트에 취해 막상 문제가 되는 약을 걸러내지도 못하고, 불필요한 약을 과다처방해 건강보험재정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절대적으로 각 직능단체의 경제적 이익이 걸린 이상 의약품의 비용 대비 효과(약효) 확보와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묘안이 필요하다.

오리지널인 디오반 80mg 한 정의 보험약가가 520원인 반면 판매중지된 동일 성분의 제네릭인 발사오르정 80mg(한림제약)의 한 정의 약가가 523원인 것은 너무도 비합리적이고 약가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드러낸다. 비록 오리지널약의 특허가 만료됐다해도 제네릭은 오리지널약의 60%이하의 값을 받는 게 정상적이다. 지금처럼 제네릭이 오리지널의 92~98%에 해당하는 보험약가를 받는다면 제약사의 폭리와 의사 리베이트 찔러주기 관행을 방관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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