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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제약·바이오 R&D 회계처리 감리 … 회사 반응 제각각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8-04-01 12:44:45
  • 수정 2020-09-13 15: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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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라젠 “문제 소지 원천차단” vs 셀트리온 “자산화 고수” vs 바이로메드 “앞으론 비용처리”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 중 일부는 기술 실현가능성이 낮은 개발 초기 단계임에도 연구개발비 대부분을 자산으로 처리해 재무정보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

지난 1월 금융감독원이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연구개발(R&D) 비용 회계처리를 감리하겠다고 밝히면서 시가총액 3조원이 넘는 대표 바이오주인 셀트리온(약 37조7000억원), 신라젠(약 7조1400억원), 바이로메드(약 3조6000억원) 등 회사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제약·바이오회사의 연구개발 성과가 기술적 실현가능성이 높거나 미래에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될 경우 무형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다. 경상개발비로 처리하면 판매관리비로 포함된다. 하지만 해외에선 의약품 시판승인을 받고 출시하기 전까지 천문학적 금액이 들어라도 모든 연구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

이번 금감원 감리는 독일 도이치뱅크가 셀트리온의 회계처리 방식을 문제 삼은 것에서 비롯됐다. 그동안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기술적 실현가능성을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 처리함으로써 영업이익 등 기업가치를 부풀려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자산화한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상용화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주가폭락으로 이어져 주주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도이체방크는 지난 1월 “셀트리온은 2017년 별도기준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이 62%로 높은 것은 연구개발비를 대부분 자산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라며 “다국적제약사들처럼 개발비의 80%를 비용으로 계산하면 영업이익률이 30% 중반대로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감리에 앞서 조사한 결과 코스피상장 기업 43곳 중 21곳(약 49%), 코스닥상장 기업 90곳 중 54곳(약 60%)가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하고 있었다. 이들 기업이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계상한 금액은 총 1조5000억원가량 중 약 80%(1조2000억원 정도)는 코스닥 기업에서 나왔다.

지난해 3분기 보고서 기준으로 바이오기업 중에선 셀트리온·바이로메드·네이처셀 등이 1~3분기 누적매출 대비 과반이 넘는 연구개발 비용을 자산으로 처리했다. 이 비율은 바이로메드 96.4%(전체 연구개발비 226억원 중 218억원 무형자산 처리), 네이처셀 79%(64억원 중 51억원), 셀트리온 76%(1540억원 중 1171억원) 순으로 높았다. 시가총액 4조2400억원에 달하는 메디톡스는 연구개발비 무형자산화 비율이 44.2%(713억원 중 326억원)로 추정된다.

반면 매출 기준 5위권 안에 드는 제약사들은 그 비율이 10~30%대에 그쳤다. 종근당 34.3%(691억원 중 237억원), 대웅제약 34.2%(847억원 중 290억원), 유한양행33.3%(727억원 중 242억원), 녹십자 19.1%(863억원 중 165억원), 한미약품 12%(1248억원 중 150억원) 순으로 높았다.

신라젠은 글로벌 제약사의 회계처리 방식을 그대로 적용, 영업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지출한 연구개발비를 전부 비용으로 계산해 눈길을 끌었다. 진행 중인 항암바이러스 ‘펙사벡’ 글로벌 3상 임상 진행에 필요한 비용 포함, 전년(261억원)에 이어 지난해 연구개발비 332억원도 모두 비용으로 계산해 50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셀트리온 측은 “바이오시밀러는 신약과 달리 개발실패율이 극히 낮아 기존 회계처리 방식에 문제가 없다”며 “금감원이 테마감리를 한다고 해서 기존과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신약개발에 들어가는 돈은 비용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로메드는 지난해 연구개발비 중 자산으로 잡았던 495억원을 비용으로 분류, 재무제표 처리방식을 확 바꾸면서 어닝쇼크에 빠지기도 했다. 앞으로는 3상 임상 이전 단계의 연구개발비는 비용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제약사 중에선 일양약품이 금감원 감사 예고에 지난해 연구개발비 약 66억원을 비용으로 처리하면서 어닝쇼크에 빠졌다. 세포치료제·펩타이드의약품·백신 등 전임상 및 1상 임상 단계에 있는 신약후보물질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처리한 관행을 바꿨다. 지난 2월 이 비용을 판매관리비가 아닌 기타손실(개발비 손상차손)로 처리해 순이익이 52.2%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일각에선 이 회사가 단순히 무형자산을 줄임으로써 영업이익(3% 증가)에 영향을 주지 않은 것처럼 재무제표를 표기하는 꼼수를 부렸다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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