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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율 40%미만 난소암 … 피임약이 예방?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7-07-11 17:57:33
  • 수정 2020-09-13 16: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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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선주 건국대 교수 “산전 여성 ‘난관절제술’로 폐경 없이 난소암 가능성 49% 줄여”


난소암은 그리 관심을 많이 받는 암종은 아니지만 최근 환자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조사 결과 2012년 1만2942명이었던 난소암 환자는 지난해 1만8115명으로 5년 사이 39%나 증가했다.

난소암은 2015년 할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난소난관절제술’로 화제가 됐다. 졸리의 어머니는 56세, 외할머니는 45세에 난소암으로 사망했다. 졸리는 이를 통해 자신에게 여성암을 유발하는 BRCA 돌연변이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암에 걸릴 것에 대비해 자신의 유방과 난소·난관을 모두 절제하며 철저한 예방에 나섰다.

BRCA1·BRCA2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암을 예방하지만 둘 중 하나, 혹은 두가지 모두 변이를 일으키면 거꾸로 유방암·난소암 등이 발병할 위험이 높아진다. 올해 영국·미국·프랑스 등 다국가 연구팀 조사결과 BRCA1·BRCA2 유전자가 결손된 여성에서 80세 이전에 난소암이 발병할 위험도는 일반인에 비해 각각 44%, 17% 더 높았다.

반면 한국인의 난소암 중 약 79%를 차지하는 상피성 난소암은 유전의 영향을 그리 많이 받지 않는다. 이선주 건국대병원 부인암센터 교수는 “국내서 가족력이나 유전자 문제로 인한 난소암은 5~10% 안팎으로 추산된다”며 “대부분의 환자는 유전자와 아무런 관계 없이 암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또 난소암은 대부분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어 대부분 3기 이상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된다. 이런 탓에 5년 생존율이 40%도 되지 않을 만큼 치명적이므로 조기치료가 관건이다. 난소가 위치한 복강이 넓어 종양 크기가 크더라도 증상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배가 불러오거나 아프고, 구역질이 나고, 체중이 급감하며, 배에 덩어리가 만져지는 현상이 나타나야 뒤늦게 병원을 찾아 발병 사실을 알게 되곤 한다. 이 교수는 “난소암을 조기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92% 이상으로 높지만 대부분 치료시기를 놓치고 다른 장기로 전이된 뒤에야 발견된다”며 “40세 이후엔 1년에 한번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받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난소암은 50~70대 갱년기 이후 여성에서 호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빨라진 초경, 비혼·만혼·저출산을 맞으며 20~30대 젊은 여성 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작년 전체 난소암 환자는 50~60대 폐경기 이후 여성이 49%로 가장 많았지만 20~30대 젊은 여성도 17%를 차지했다.

비혼·저출산이 난소암의 사회적 발병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배란 횟수가 많을수록 난소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는 것과 관계가 깊기 때문이다. 따라서 출산경험이 없거나, 첫 출산이 30세 이후로 늦거나,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은 여성 등은 난소암 고위험군에 해당된다.

초경이 빠를수록 배란일이 길어지고, 임신을 피하면 배란이 멈추지 않아 난소가 일생 동안 ‘쉴 새 없이’ 일하게 되는 셈이다. 이선주 교수는 “배란으로 세포가 생성·소멸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유전자변이가 발생하는데, 이를 통해 암세포가 생성된다”고 설명했다.

한번만 출산해도 아기를 낳은 경험이 없는 여성보다 난소암 위험률을 10% 줄일 수 있다. 수유도 배란을 억제해 월경을 지연시키기 때문에 난소암 위험성을 떨어뜨린다.

건강한 식생활과 규칙적인 운동보다 강력한 난소암 예방법은 ‘배란 억제’다. 이선주 교수는 대표적인 대책이 피임약 복용이라고 말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피임제를 사용하면 배란을 억제해 난소암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고 권고한다. 피임약을 10년 이상 복용하면 난소암 발생률을 5분의 1 정도로 줄일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경구피임약은 의사와 충분히 상담한 뒤 자신에게 잘 맞는 종류를 찾아 복용해야 한다.

간혹 안젤리나 졸리처럼 난소암을 겪을까봐 두려워 난소·난관절제술을 감행하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조기 폐경’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지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난소까지 절제해버리면 더 이상 난자가 배란되지 않아 강제로 폐경에 이르고, 이를 통해 갱년기 증상과 노화증상이 한번에 밀려온다. 최근엔 이로 인해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

이 교수는 예방적 차원에서라면 ‘난관절제술’만 시행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양측 난관절제술의 난소암 예방 효과와 관련된 논문들을 분석해 난관절제술만으로도 난소암 발병률을 49%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간단한 수술로 난소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되 자궁내막세포로 이어지는 관문을 차단, 배란을 막아 암을 예방하는 게 포인트다.

이선주 교수는 “과거엔 자궁·난소 적출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최근엔 여성을 상징하는 기관을 상실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며 보존적 치료가 선호되는 추세”라며 “난소암 고위험군 혹은 예방을 목적으로 치료받으려는 35세 이후 여성은 출산을 마친 후 난관절제술을 받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난관절제술 후에도 난자는 생성되는 만큼 이를 추출해 시험관 아기로 임신이 가능하다”며 “이조차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난관을 묶는 피임시술도 어느 정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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