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로파(葫蘆巴, fenugreek)는 흔히 여성의 건강에 유익한 식품으로 알려져 왔다. 호로파는 장미목 콩과(Leguminosae)에 속하는 가느다란 1년생초로 씨나 잎은 식품, 조미료, 의약품 등에 쓰인다. 특유의 향이 강하고 맛이 달콤하면서도 씁쓸해 카레에 넣거나, 씨앗을 발아시켜 샐러드에 섞거나, 밀가루에 섞어 빵을 만들거나, 씨를 볶아 차로 우려내 마시는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된다.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고대식물 중 하나 … 천연 해열제부터 경구 성형제로 활용
호로파는 지중해 서부가 원산지로 지구상 가장 오래된 고대식물 중 하나로 꼽힌다. 호로파 씨와 잎은 고대 이집트부터 해열제로도 쓰였다. 성질이 따뜻하고 독이 없어 아프리카, 중동, 인도 등지에서는 옛부터 방광과 신장의 병을 치료하는 데에 이용했다. 식은땀이 흐르거나 배가 찬 사람에게도 유용하다. 호로파는 동의보감 속에도 등장한다. ‘신’(腎)이 허랭하여 배와 옆구리가 창만한 것, 얼굴빛이 검푸른 것을 낫게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오늘날은 몸속의 혈당과 인슐린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체중조절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혈당 상승 억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에 수재돼 있으며, 일일 권고섭취량은 호로파 종자 식이섬유로 12~50g이다.
혈당수치 건강하게 조절, 당뇨병 환자에게 도움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원재료 데이터베이스를 살펴보면 이 종자 추출물에는 천연 아미노산 중 하나인 ‘4-히드록시 이소루이신’(4-hydroxyisoleucine)이 다량 함유돼 있으며, 이 성분이 생리 활성에 관여하는 주요 지표로 알려져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슐린 분비 및 혈당조절 기능이다. 씨에 들어 있는 갈락토만난(Galactomannan)은 심장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당뇨병 전증의 환자에게는 혈중 당 흡수를 늦추며 인슐린 생산을 촉진시킨다. 섭취 후에는 탄수화물과 당분해율을 낮춰주고 췌장세포를 자극해 인슐린 생산능력을 높여준다.
여성 가슴탄력 높이고 다이어트 및 모유증진 효과까지
이뿐만 아니라 미용에 관심이 많은 여성이라면 호로파 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말 그대로 ‘나올 데는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가도록’ 유도하는 기능이 있다고 한다.
고대 문헌들을 살펴보면 호로파의 종자 추출물은 여성의 가슴을 크게 만드는 효과가 있어 고대 이집트 및 그리스의 여인들에게 사랑받았다고 한다. 이를 경구약 형태로 만들어 천연 성형제로 쓰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기도 하다. 요즘의 서플리먼트와 비슷한 맥락이다. 이밖에 씨앗을 갈아 피부를 부드럽게 하는 로션에 사용하고, 오일과 함께 가루를 만들어 입술 연고로도 쓰이는 등 ‘미인’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식물로 여겨져 왔다.
호로파 씨앗 속에는 스테로이드 사포닌 성분인 디오스게닌(diosgenin)이 식물성 여성호르몬 효과를 내 프로락틴을 자극, 가슴 발육에 일정 부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돼 모유를 촉진, 산모들 사이에서도 많이 쓰이는 약재다.
2011년 이라크 과학학술저널(Iraq Academic Scientific Journal)에는 쥐실험 결과 호로파 추출물을 주입한 쥐에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유의한 상승을 보였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불균형한 혈당수치는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을 증가시키고 성장호르몬을 감소시켜 가슴성장의 불균형을 이룰 수 있다.
호로파는 이같은 불균형을 개선하고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가슴의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가슴 사이즈는 유전적인 부분을 타고 나는 만큼 원하는 대로 사이즈를 키울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가슴탄력 증진 개선 정도로 이해하고 복용하는 게 좋다. 수술한 정도의 효과를 기대했다간 실망만 안게 된다.
호로파씨앗을 차로 끓여 마시면 예쁜 가슴을 얻을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식욕까지 다스릴 수 있다. 연구진은 호로파에 수용성 섬유질이 풍부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015년 국내 연구진이 비만체중 여성을 대상으로 호로파 차와 식욕의 상관관계를 주제로 연구에 나섰다. 연구팀은 비만체중 여성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호로파 차를 마시게 한 뒤 뷔페 식당에서 음식을 먹도록 했다. 호로파 차를 마신 여성들은 식욕을 덜 느껴 상대적으로 접시에 적은양의 음식을 담은 것으로 나타나 미용에 관심이 있는 여성이라면 호로파 차를 자주 마시는 게 이득일 듯하다.
호로파 속 사포닌, 남성 성욕 자연스럽게 증진
호로파 속 사포닌 성분은 남성 건강에도 유익하다. 호주 브리즈번 통합임상분자약학센터(Clinical and Molecular Medicine in Brisbane, Australia)의 연구 결과 호로파는 남성의 건강한 성욕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이 25~52세의 남성 60명을 대상으로 호로파 추출물을 하루 2회씩 6주간 섭취하게 한 결과, 이들의 리비도(libido) 지수가 16.1점에서 20.6점으로 28% 상승했다.
대조군에게는 위약(僞藥)을 건넸다. 위약 복용군은 점수에 변화가 없거나 되레 떨어졌다.
호로파 씨앗 속 사포닌 성분은 여성에게는 가슴탄력 증진, 모유량 증가 효과를 내고 남성에게는 테스토스테론 등 성호르몬 생산을 자극해 성욕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한의학에서도 호로파의 허한 신(腎)을 보양하는 효과는 정력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방에서 신장은 남성의 정력을 비롯, 신체나 정신의 노화 현상과 관련된 장기로 보고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신장 기능이 저하되고 차가워져 더 빨리 늙는다고 한다. 실제로 호로파는 저하된 신장 기능을 따뜻한 성분으로 다시 복돋우는 역할을 해 노화를 방지하는 주요 약재로 쓰이고 있다.
호로파는 식품으로 큰 문제 없이 누구나 복용할 수 있지만, 땅콩 및 콩과 식물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