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와 남미에 터를 잡았던 아즈텍인과 마야인에게 옥수수는 ‘신이 내린 선물’이었다. 대략 기원전 1000년전부터 주식으로 삼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16세기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서구에 옥수수의 존재가 알려지기 전까지 옥수수는 그들만의 음식이었다.
지금도 멕시코를 포함한 북중미와 남미 지역 나라에서는 옥수수를 활용한 음식을 즐긴다. 특히 멕시코에서는 옥수수를 석회수에 담갔다가 갈아 만든 ‘마사’(masa, 옥수수가루)를 납작하게 펴서 구운 ‘토르티야’(Tortilla)를 자주 먹는다.
토르티야는 본래 멕시코 남부 지역에서 태어난 음식이다. 이 곳에서는 오직 옥수수가루만 이용해 토르티야를 만들었다. 반면 기후 특성상 한여름에 지나치게 덥고 건조한 멕시코 북부지역에서는 옥수수를 대량 재배하기 힘들어 옥수수가루 대신 밀가루를 사용한다. 오리지널 토르티야는 간을 하지 않지만 최근에는 버터, 소금 등으로 약간의 간을 한다.
옥수수가루로 만든 것은 푸석푸석하지만 고소한 게 특징이다. 밀가루 토르티야는 부드럽고 쫄깃하지만 고소한 맛은 덜하다. 국내에서는 밀가루로 만든 토르티야가 흔하다.
토르티야와 같이 밀가루나 옥수수가루를 이용해 만든 음식은 전세계적으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인도, 서남아시아, 아랍, 북아프리카 등에서는 토르티야에 비해 맛이 더 쫄깃한 ‘난’(Naan)을 주식으로 먹는다. 남미에선 단맛을 가미한 옥수수가루로 만든 ‘아레파’(arepa)를 즐긴다. 중국에서는 밀가루를 활용한 ‘춘취안’(春卷, 춘권)을 우리나라의 설에 해당하는 춘제(春節, 춘절)에 먹는다. 각종 야채와 고기를 넣어 돌돌 말아 굽거나 튀긴다.
토르티야의 가장 큰 특징은 곁들여지는 재료에 따라 음식이 다양하게 바뀐다는 것이다. 속에 넣는 재료와 조리법에 따라 불리는 이름이 달라진다. 토르티야에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토마토, 양배추, 양파, 치즈 등을 넣고 이를 반으로 접어 구아카몰소스나 살사소스를 발라 먹으면 ‘타코’(Taco)가 완성된다.
기름에 튀긴 토르티야에 열대과일 아보카도로 만든 구아카몰 소스를 바르고 고기 또는 채소를 더한 ‘토스타다’(tostada)도 멕시코인들이 사랑하는 토르티야 음식 중 하나다. 기름에 튀긴 토르티야에 녹인 치즈를 얹으면 ‘나초’(Nacho)다. 토르티야 사이에 치즈, 소시지, 감자, 콩, 호박 등을 넣고 반으로 접은 뒤 구운 것은 ‘케사디야’(quesadillas)다.
토르티야에 뿌리는 가장 기본적인 소스는 ‘피코 데 가요’(pico de gallo)다. 여기에는 토마토, 양파, 고수, 고추 등이 들어간다. 멕시코인들은 피코 데 가요를 멕시코의 소스란 뜻의 ‘살사 멕시카나’로도 부른다. 소스에 들어가는 재료의 색이 멕시코 국기 색(빨강·초록·하얀색)과 같기 때문이다.
토르티야는 대형마트나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다. 멕시코인들도 과거엔 집에서 직접 만들었지만 최근에는 시판되는 제품을 구입하는 추세다. 토르티야는 구입 즉시 냉장·냉동 보관했다가 프라이팬에 구워 먹으면 된다. 하지만 냉동 상태에서 급하게 요리하면 십중팔구 부서지거나 깨진다. 냉동된 토르티야는 1시간 정도 상온에 둬야 찢어지지 않고 쉽게 떨어진다. 너무 얼었다면 토르티야 사이사이 따뜻한 물을 분무기로 분사하면 쉽게 분리된다.
토르티야를 집에서 만들려면 밀가루 또는 옥수수가루, 버터, 우유, 소금 등이 필요하다. 밀가루를 버터·소금과 골고루 섞은 뒤 우유를 조금씩 넣어가며 반죽을 만든다. 반죽이 완성되면 롤러로 얇게 밀어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적당한 크기로 부치거나 오븐에 구우면 된다.
토르티야는 크기가 다양하다. 직경 4인치(약 10㎝)부터 10인치(약 25㎝)까지 만드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작은 것은 아이들 간식용으로 만들기 좋다. 카레에 찍어먹는 난 대용으로도 훌륭하다. 큰 것은 3~4명이 먹을 정도로 넉넉하다. 속을 잔뜩 넣는 케사디야를 만들 때 적절하다. 중간 사이즈인 8인치(약 20㎝)로는 호떡, 롤 등을 조리할 때 활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