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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메리는 육류, 바질은 해물, 민트는 후식 … 요리 살리는 ‘허브’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6-06-10 19:14:09
  • 수정 2016-06-10 19: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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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벤더, 피로회복제로 불면증 치료에도 효과 … 러비지·세이지·파슬리도 대표적 키친 허브

맛있는 요리를 하기 위해선 주재료가 가진 맛과 신선도가 중요하지만 향신료 등 부재료의 역할도 크다. 싱그러운 자연의 향기를 담은 허브는 요리의 맛을 배가시키고 보는 아름다움까지 더해준다.

허브(Herb)는 초본식물 또는 푸른 풀을 의미하는 라틴어 ‘헤르바’(Herba)가 어원이다. 기원전 4세기 이전까지는 식물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는데 그리스 학자 테오프라스토스가 교목, 관목, 초본 등으로 나눴다. 지금은 약이나 향료로 쓰는 식물을 통칭해 허브로 부르고 있다.

허브는 대체로 보온성과 배수성이 좋고 유기질이 많은 양지바른 토양에서 잘 자란다. 줄기나 꽃이 작아 종족번식을 위해 멀리서도 향을 느낄 수 있도록 강한 방향성 물질을 갖고 있는 게 특징이다.

대표적인 허브로는 로즈메리, 바질, 라벤더, 민트, 러비지, 세이지, 파슬리 등이 있다.
로즈메리(Rosemary)는 비교적 강한 향을 갖고 있어 스테이크 등 육류 요리에 많이 사용된다. 감자, 콩, 토마토 등과 잘 어울린다. 뾰족한 바늘처럼 생긴 잎이 특징이며 프랑스와 이탈리아 요리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자생지에서는 식물의 크기가 2m까지 자라지만 일반적으로 대략 50~150㎝ 정도다. 로즈메리는 원활한 혈액순환과 간 활동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통이나 현기증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 16세기 헝가리의 이사벨 여왕이 70세 나이에도 자신의 젊음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직접 로즈메리주스를 만들었다는 일화도 전해져온다.

바질(Basil)은 다른 허브와 달리 동아시아가 원산지다. 1년생 식물로 과거엔 신경장애, 두통, 류마티스관절염 약으로 쓰이기도 했다. 과거엔 말린 바질가루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향기를 흡입했다고 전해진다. 바질차는 신경과민과 두통 뿐만 아니라 구내염에도 효과가 있다. 말린 바질은 달콤한 민트향이 나지만 건조하는 것보다 신선한 잎을 바로 따 바로 사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졸음을 깨는 데도 도움이 돼 평소 잠이 많아 고민인 수험생 방에 두면 효과적이다. 바질은 토마토소스와 잘 어울린다. 스파게티에 바질을 잘게 다져 넣으면 훌륭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해물 비린내 제거에도 좋다.

라벤더(Lanvender)는 가장 많이 알려진 허브 중 하나로 식용, 미용, 약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은은한 라벤더향은 머리를 맑게 하고 피로를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고대 로마인들은 욕조 안에 라벤더를 넣고 목욕했으며, 향기가 나도록 말린 꽃을 서랍이나 벽장 등에 넣어뒀다. 영국 엘리자베스 1세는 라벤더로 만든 사탕과자를 즐겨 먹었다. 평소 불면증으로 고생한다면 잠자리에 눕기 전 라벤더차 한 잔을 마시면 좋다. 라벤더오일은 살균, 소독 등 효과가 탁월해 1차 세계대전에서 부상병 치료에 이용되기도 했다.

민트(Mint)는 청량한 향을 가진 허브로 육류, 샐러드 등 요리에 사용된다. 칵테일이나 탄산음료에 상큼함을 더해 주기 위해 활용되기도 한다. 민트는 크게 페퍼민트, 애플민트, 스피아민트 등으로 나뉜다. 페퍼민트는 구충, 구취 등 제거효과가 있어 치약에 들어간다. 애플민트는 사과향이 나며 생선, 육류, 젤리, 음료, 소스 등 요리에 다양하게 쓰인다. 목욕제로도 활용된다. 스피아민트는 유럽에서 나는 서양박하로 동양박하와 다르다. 달콤하고 상쾌한 향이 강하다. 유럽에선 후식으로 민트차를 종종 마신다. 민트차는 식사 후 텁텁해진 입을 개운하게 하도록 도와준다. 민트는 피부염증, 타박상 등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

러비지(lovage)는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다.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해안에서도 자생한다. 이탈리아 리구리아(Liguria) 지방에서 많이 자라 리구스티쿰(Ligusticum)으로도 불린다. 잎은 샐러드, 씨는 피클, 줄기는 수프에 넣어 사용한다. 뿌리는 다육질로 통통해 마치 당근처럼 보인다. 잎 표면은 윤기가 나고 흠이 나면 아로마향이 난다. 영어 이름에 Love가 들어 있어 미약(媚藥)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세이지(sage)는 예부터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진 약용식물이다. 남유럽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예부터 가정용 향초(香草)로 쓸 정도로 향이 강한 게 특징이다. 음식에 많이 넣을 경우 요리의 다른 맛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을 수 있어 소량만 사용해야 한다. 주로 잎을 말려 사용하는데 강장작용 외에 신경계통이나 소화기계통에 뛰어난 약효를 발휘한다. 주로 치즈, 소시지, 가금류 등 요리에 사용한다.

파슬리(Parsley)는 향신료로 알려져 있지만 과거에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됐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싸움의 승자에게 파슬리관을 수여했다. 죽은 사람의 묘를 장식하는 데에도 파슬리가 쓰였다. 고대 로마인들은 파슬리를 방향제로 활용했다. 파슬리는 크게 컬리파슬리와 이탈리안파슬리로 나뉜다. 전자는 잎 끝이 꾸불꾸불하며 둥그렇게 뭉쳐있다. 후자는 전체적으로 진한 녹색의 넓적한 잎을 갖고 있다. 파슬리는 한 번 심으면 줄기를 꺾어도 계속 자란다. 두해살이풀로 2년마다 새로 심어야 한다. 육수에 파슬리잎을 넣으면 색이 탁해지고 향이 강해 소스를 망칠 수 있어 줄기를 사용해야 한다. 월계수와 함께 쓰면 소스의 풍미가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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