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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형간염 ‘먹는 신약’으로 완치가능해져 ... ‘낮은 인식’은 퇴치 걸림돌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6-04-27 08:45:44
  • 수정 2017-04-06 15:3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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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보’ 적용, 평균 4000만원대에서 200만원대로 ‘약값 하락’ ... 다나의원 파동으로 조기급여화 혜택

임상서 ‘다클린자+순베프라’·‘소발디’·‘하보니’, SVR12 약 90% ... 부작용 적고 치료기간 단축

C형간염바이러스(HCV, hepatitis C virus)는 B형간염 다음으로 간암의 주된 원인이다. 한국 성인의 C형간염 유병률은 2009년 전국 건강검진 대상자 29만명 중 0.78%로 추정되며 나이들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급성 C형간염의 70%가 만성화돼 이 중 매년 약 2.5%가 간경변증이나 간암 등 심각한 간질환으로 진행된다. 만성 C형간염은 혈중 C형간염 바이러스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다. 2013년 간사랑동우회의 설문조사 결과 C형간염 환자의 76%는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해 간의 상태가 더 악화되고 나서야 병을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형간염은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사람유전자와 섞이지 않아서 B형간염과 달리 완치가 가능하다. 만성 감염상태를 유지하려면 간세포의 세포질 내에서 바이러스의 증식이 계속 일어나야 하는데 이 과정을 중간 차단함으로써 치료하게 된다.

C형간염은 오염된 주사기나 바늘에 찔리는 등 혈액을 통해 전염된다. 구체적인 전염경로는 △HCV에 오염된 수혈 및 장기이식 △정맥주사 약물남용 △소독이 적절히 되지 않은 피어싱·침술·문신 및 외과수술·내시경검사·치과치료 등 의료시술 △HCV 감염자와 성접촉 △HCV에 감염된 산모로부터 신생아로 수직감염 등이 있다.

2013년 한국로슈가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자신의 C형간염 여부를 모르는 사람이 69.4%였다. 혈액을 통해 B형 및 C형간염이 전염될 수 있다고 제대로 답한 응답자 1405명 중 89.9%는 칫솔·손톱깎이·면도기 공유나 네일아트·반영구화장·침술·사혈 등 간염이 전파될 수 있는 상황을 일상에서 경험하고 있었다.

지난 2월 강원도 원주시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 자가혈주사시술(PRP)을 받은 환자 200여명이 C형간염에 감염되는 등 C형간염 관련 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전염병이지만 B형간염과 달리 아직 예방백신이 없다. 이에 생애전환기 건강검진 항목으로 포함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C형간염 유병률은 1% 이하로 낮지만 누구든지 감염위험은 있어 이 질환에 대한 인식개선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행히도 기존 치료제보다 완치율이 높고 부작용은 적으며 치료기간은 짧은 경구용 항바이러스제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C형간염을 완치할 수 있는 알약인 한국BMS의 ‘다클린자’(성분명 다클라타스비르, daclatasvir)와 ‘순베프라(성분명 아수나프레비르, asunaprevir)’,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의 ‘소발디’(성분명 소포스부비르, sofosbuvir)’와 ‘하보니’(성분명 레디파스비르+소포스부비르, ledipasvir+sofosbuvir)가 국내에 출시되면서 C형간염 치료에 새 전기를 마련했다.

정숙향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는 지난해 12월 ‘만성 C형간염의 새로운 치료약제’ 논문을 대한의사협회지에 실었다. 최병철 약학정보원 학술자문위원도 같은 시기에 ‘세상에서 가장 비싼 알약, 만성 C형간염 치료제 소발디와 하보니’라는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C형간염 치료제의 역사와 신약 용법에 대해 활발히 소개하고 있다.

이들 논문에 따르면 C형간염 바이러스는 1989년 처음 발견됐으며 1990년대만 하더라도 인터페론 단독요법의 C형간염 치료성공률(SVR, sustained virologic response, 지속바이러스반응)은 10%로 10명 중 1명만 완치되는 난치병이었다.

인터페론(interferon)은 바이러스 등에 대항해 면역세포에서 합성되는 작은 단백질이다. 세포막의 인터페론수용체에 결합해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하고 면역반응을 조절한다. 인터페론은 알파(α)·베타(β)·감마(γ) 세 종류가 있다. 알파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백혈구에서, 베타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섬유아세포나 상피세포에서, 감마는 활성화된 T림프구에서 만들어진다.

2000년대에 ‘페그인터페론 알파’(PEG interferon alpha)와 ‘리바비린’(ribavirin) 병합요법으로 치료성공률(SVR)이 약 60%까지 향상됐지만 약물 부작용이 심해 치료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흔한 부작용은 두통·발열·근육통·설사·탈모·피부발진·호흡곤란 등이다.

페그인터페론은 기존 인터페론에 폴리에틸렌글리콜(polyethylene glycol, PEG)을 결합시킴으로써 반감기를 늘리고 약물의 혈중농도가 장시간 유지되도록 제어한 약제다. 리바비린은 C형간염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인 RNA의 구성성분인 구아노신(guanosine) 유사체로서 바이러스 복제를 억제한다. 페그인터페론은 1년여 간 매주 피하주사로 투여해 환자들이 주사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리바비린은 이상반응으로 빈혈이 나타난다고 자주 보고됐다.

이후 2014년부터 복용의 편의성과 치료성공률을 월등히 높인 ‘경구약’(DAA, direct antiviral agent) 병합요법이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승인돼 12~24주 치료로 SVR이 90%에 이르렀다. 부작용이 거의 없어서 만성간염 및 간경변증 환자를 포함해 모든 C형간염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다. 이들 경구약은 주로 HCV의 유전물질인 RNA의 증식에 관여하는 비구조단백질 중 NS3/4A, NS5A 및 NS5B의 작용을 억제한다.
 
C형간염은 10~30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하므로 SVR12(치료종료 후 12주간 혈중 HCV가 검출되지 않는 지속바이러스반응)를 단기 치료목표로 삼는다.

C형간염 바이러스의 유전자변이에 따라 1~6형의 6가지 유형으로 구분되며 유전자형 간에는 RNA 염기서열이 30% 정도 차이가 난다. 또 유전자형 1a형·1b형처럼 동일한 유전자형일지라도 약 20%의 유전자 차이가 나 아형인 a·b 등으로 세분하게 된다. 유전자형 1a형과 1b형은 과거 인터페론요법을 적용할 경우 치료반응에 차이가 없었으나 최근 출시된 경구약을 복합 투여할 경우에는 약물에 따라 다르게 반응한다.

경구용 신약으로 처음 개발된 ‘보세프레비르’(boceprevir, 제조사 한국MSD)는 2014년 말 국내에 출시됐다. 프로테아제억제제(protease inhibitor)로 NS3/4A단백분해효소의 작용을 억제함으로써 HCV 증식에 필수적인 다단백 분해과정을 차단한다. 이 약은 페그인터페론알파·리바비린과 병용하는 3제요법으로 투여됐지만 부작용이 심하고 유전자형 1형만 치료대상에 해당돼 한계가 있었다.

지난해 4월 국내 처음으로 인터페론이 필요 없는 경구약인 ‘다클린자+순베프라’ 병합요법이 실시됐다. 경우에 따라 리바비린 병용도 필요 없으며 알약 형태라 기존의 인터페론 주사제보다 투여가 간편하고 치료기간도 짧다. 또 기존 약물보다 치료성공률은 높고 부작용은 적어 C형간염 치료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킨 신약으로 여겨진다. 순베프라는 NS3/4A를, 다클린자는 NS5A를 억제한다.

BMS의 ‘HALLMARK-Dual’임상에서 치료경험이 없는 유전자형 1b형의 만성 C형간염 환자에게 이 요법으로 24주간 치료한 결과 SVR12가 90%로 나타났다. 10명 중 9명이 완치판정을 받았단 얘기다. 기존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인터페론 등의 투여 부적합군도 SVR12가 82%로 높았다.

보건복지부는 국내 C형간염 환자 중 절반 이상이 유전자형 1b형임을 감안해 시판된 지 4개월 만인 작년 8월부터 건강보험을 적용키로 했다. 치료기간인 24주 기준 다클린자+순베프라 병합요법의 약값은 864만원이며 환자부담금은 약값의 30%인 약 259만원이다. 기존 인터페론 치료제는 가격이 785만원이고 주사제라서 원내처방 및 투여받는 비용까지 감안하면 환자부담금이 약 392만원에 달했다.

한국BMS의 다클린자+순베프라가 유전자형 1b형에 한해 보험급여가 지원된 데 이어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소발디가 유자형 1a형·2형에 대해, 하보니가 유전자형 1a형에 대해 오는 5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됨에 따라 C형간염 환자의 치료비 부담이 대폭 줄어들게 됐다. 

작년 9월 국내에 출시된 소발디와 하보니는 BMS의 다클린자+순베프라와 대등한 임상결과를 보여줬다. 소발디 성분인 소포스부비르는 NS5B중합효소 억제제다. 하보니는 소포스부비르와 NS5A 작용을 억제하는 레디파스비르로 구성된 2제 복합제다.

길리어드는 ‘NEUTRINO’임상에서 치료경험이 없는 유전자형 1·4·5·6형 환자를 대상으로 소발디·페그인터페론·리바비린 3제를 병합해 12주간 치료했다. 그 결과 유전자형 1a형 환자의 92%, 1b형의 82%, 4형의 96%, 5형과 6형의 100%가 SVR12에 도달했다. 간경변증을 동반한 환자군의 SVR12는 80%로 나타나 치료가 어려운 관련 환자군의 완치 가능성을 높였다. 또 인터페론치료에 실패한 유전자형 1a형 외 4~6형 환자에 대해서도 치료효과가 확인됐다.

‘FUSION’임상에서는 치료경험이 있는 유전자형 2형 C형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소발디·리바비린을 병용해 12주간 치료한 결과 간경변증이 없는 경우 SVR12가 96%였으며 간경변증이 있는 경우 60%였다. 동일한 방법으로 16주 치료한 경우 SVR12가 각각 100%, 78%를 보여 치료기간이 길수록 완치율이 높았다.

이 회사의 ‘ELECTRON’임상에선 하보니·리바비린을 병용해 12주간 투여한 결과 SVR12는 92%였다. 간경변증을 동반하지 않은 기존 치료 무반응자에게 100%의 치료성공률을 보였으나 리바비린 없이 하보니만 단독 투여한 경우엔 SVR12가 70%로 감소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5월부터 국내 C형간염 환자 중 유전자형 1b형(53%) 다음으로 많은 유전자형 2형(35%)과 1a형(3%) 환자에게 소발디에 대한 보험급여를 적용키로 했다. 또 유전자형 1a형에 한해 하보니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를 주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 방문 환자 96명이 1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C형간염에 감염된 사실이 드러난 사건과 관련, 이 중 49명이 한국에서는 드문 유전자형 1a형에 해당하고 기존 치료제는 듣지 않은 데 따른 파격적 수혜조치로 해석된다.

보험급여가 적용되면 12주 치료기준 소발디는 약 3800만원에서 680만원으로, 하보니는 약 46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가격이 떨어진다. 조정된 약가의 30%를 환자가 부담하므로 유전자형 1a형·2형 환자는 소발디를 204만원에, 유전자형 1a형 환자는 하보니를 300만원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유전자형 1a형 외 1b형 C형간염 환자 중 내성변이가 있는 환자에겐 하보니의 건강보험 적용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다클린자+순베프라 병합요법은 NS5A 관련 유전자의 L31나 Y93 위치에 변이가 없는 유전자형 1b형 환자에게만 처방이 가능하다. 반면 하보니는 내성변이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1b형에 효과적이다. 학계에 따르면 유전자형 1b형 C형간염 환자 중 10~12%에서 내성변이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고가약에 대한 급진적인 약제비 지급은 다른 질환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

한국BMS의 ‘다클린자’+‘순베프라’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의 ‘소발디’와 ‘하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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