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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약물 부작용 간과하다간 약이 독돼
  • 김선영 기자
  • 등록 2016-03-30 10:15:19
  • 수정 2016-04-04 10:5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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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물 유해사례 데이터베이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중세의 약리학자 파라셀수스는 “모든 약은 바로 독이다”며 “다만 사용량이 문제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역사상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의약품 아스피린도 부작용을 일으킨다. 해열진통제로 개발된 아스피린은 혈전을 억제해 심근경색과 뇌졸중,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단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기적의 약’이라 불린다. 안전할 것만 같은 아스피린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위궤양을 유발하고 지혈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의료적 응급상황에선 과다출혈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기술적으로 우수한 신약이 줄줄이 출시되고 있는 21세기에 들어서도 약품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사례는 이어지고 있다. ‘약이 병을 만든다’는 책에 따르면, 2004년 미국에서는 관절염치료제 ‘바이옥스(MSD)’를 복용한 약 2만7000명이 심장질환에 걸렸고 일부 환자는 사망했다. 2005년 일본에서는 첨단 약물 ‘벤즈브로마론’이 함유된 통풍치료제를 장기 복용한 환자 6명이 급성간염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내에서는 2003년 ‘페닐프로판올아민(PPA) ’ 성분이 함유된 감기약 ‘콘택600(유한양행)’을 복용한 환자가 뇌출혈로 사망했으며, 2009년 감기약 ‘코뚜정(코오롱제약)’을 복용한 환자 20여 명이 뇌출혈을 일으켜 운동장애와 언어장애를 호소했다.

약의 부작용이 오히려 다른 질병을 치료하는 데 이용된 사례도 있다. 감기약으로 복용하는 항히스타민제의 부작용은 졸림인데 이 증상을 활용해서 진정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협심증치료제 성분으로 개발된 실데나필은 임상시험 당시 심장으로 통하는 혈관뿐만 아니라 성기의 혈관을 확장시켜 발기를 지속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비아그라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처럼 약물의 부작용 사례도 생명에 치명적인 경우와 뜻밖의 치료효과를 얻은 경우로 나뉜다. 약물을 투여했을 때 발생하는 모든 의도되지 않은 효과를 ‘부작용(side effect)’이라 하고, 이 중에서 바람직하지 않고 생명에 해가 되는 증상을 ‘유해사례(adverse event)’라고 용어를 구분 짓는다. ‘약물유해반응(adverse drug reaction)’은 유해사례 중 해당 의약품과 인과관계를 배제할 수 없는 경우를 뜻한다.  

투여한 약물이 체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 심도있게 연구하는 분야는 약리학 중에서도 약동학(pharmacokinetic)과 약력학(pharmacodynamic)이다. 약동학은 약물이 인체를 통과하면서 일어나는 약물의 대사과정에 대해 다룬다. 약력학은 약물의 생리학적·생화학적 체내 변화를 이해하는 학문이다.   

약물의 약동학적인 과정은 크게 4가지로 정리된다. 약물은 투여된 후 조직 내로 이동해 인체에 유효한 작용을 하기까지의 과정인 ‘흡수’와 약물이 전신 순환을 통해 신체 조직과 체액으로 전달하는 ‘분포’, 약물을 배설이 용이한 수용성 또는 지용성 형태로 변화시키는 ‘대사’,  체내로부터 약물을 제거하는 ‘배설’의 과정을 거쳐 체내에서 이동한다.

흡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약물의 투여경로, 간의 기능, 흡수 지점의 혈류량, 약물의 형태(알약, 캡슐, 물약 등), 다른 약물 또는 음식물과 병용 등이 꼽힌다. 분포의 경우 지용성 약물은 뇌혈관장벽(BBB, blood brain barrier)을 통과해서 뇌 안으로 들어간다. 대체로 단백질과 결합하지 않은 약물만이 자유롭게 전달된다. 대사는 대부분의 생체변환이 일어나는 부위인 간(간 혈류량, 간 효소)의 영향을 받는다. 약물의 작용 시간은 투여된 약물의 절반이 배설되기까지 기간인 ‘반감기’로 결정된다.   

한가지 약물에 다른 약물을 동시에 투여하면 두 약물 간의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이에 대한 연구는 약력학에서 다루는데 약물간의 궁합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아스피린에 쿠마린계 항응혈제(와파린), 당뇨병용제(인슐린제제, 톨부타미드)를 병용투여하면 아스피린의 작용이 증강될 수 있어 감량해 투여해야 한다. 또 통풍치료제인 프로베네시드에 아스피린을 병용투여하면 요산배설 작용이 억제된다. 아스피린을 치아자이드 계열 이뇨제와 병용 투여하면 이뇨제의 나트륨뇨 배뇨작용이 감소될 수 있다. 

유해한 상호작용은 약물의 이상반응을 초래한다. 약물 부작용의 원인과 발현양상은 다양하다. 부작용의 발생기전에는 두드러기·천식과 같은 면역적인 문제로 발생하는 알레르기반응(allergic reaction), 항생제 투여 시 바이러스성발진이 일어나는 동시반응(coincidental reaction), 적혈구가 파괴돼 헤모글로빈(혈색소)이 혈구 밖으로 유출되는 용혈반응, 말초신경병증 같이 약물의 작용기전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반응(idiosyncreatic raction), 상용량보다 적은 양임에도 이명·위장장애와 같이 과민반응을 보이는 불내성(intolerance), 심리적 부작용(phobic drug reaction) 등이 있다.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2012년에 약물의 유해사례 정보를 수집·관리하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을 개설했다. 작년에 이로 접수된 의약품 부작용 등 정보 건수는 19만8037건이다. 유해사례로 가장 많이 보고된 상위 3개 의약품은 해열진통소염제, 항암제, 항생제 순이다. 부작용 증상은 헛구역질, 가려움증, 어지러움, 두드러기, 구토 순으로 많았다. 작년에 신고된 건수는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제도 시행으로 2014년에 비해 7.9% 증가했다.

엄격한 임상시험을 최종 통과했다는 사실이 약물의 안전성을 완전히 보장하지는 않는다. 의료인의 처방 부주의와 환자의 투약원칙 무시로 인한 약물 부작용 사고는 빈번하다. 약물의 치료효과 이상으로 부작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치료역이 좁은 약물이거나 다른 약물과 음식에 유해 상호작용이 있는 약물을 복용하면 부작용이 발현될 위험성이 높다. 복합적인 질병이 있는 환자나 소아·노인과 같이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약물을 투여할 때는 약물의 상호작용에 더 주의해야 한다. 그럼에도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는 피해구제를 신청해서 환자로서, 약품의 소비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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