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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부정적 언사는 상처 입은 기억서 오고 긍정적인 말은 인생을 바꾼다
  •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등록 2015-12-18 09:33:39
  • 수정 2016-08-26 11: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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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기억·뇌가 마음의 문제를 좌지우지 … 칭찬과 긍정의 말, 심리치료, 약물치료가 3대 솔루션

유은정 좋은클리닉 원장

만약 당신이 우울하거나 참을 수 없이 많이 먹어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화를 자주 낸다면 이 문제를 단지 마음 탓이라고 하지 말라. 마음은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마음이 과연 어디에 있을까? 마음은 말, 기억, 뇌에서부터 시작된다.   

문제는 마음이 아니다. 그것은 말이다.

“난 너무 재수가 없고 불행하다.” 가슴이 탁 막힐 정도로 자신의 운을 막히도록 하는 말들.
그 말들은 저절로 튀어나온다. 곧 내가 생각하는 바가 말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 반대도 성립된다.  내가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내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화한다.

환자가 의사에게 “치료 잘 해줘 고맙다고”한다. 의사가 환자에게 고마워 할 수는 없을까. “병원까지 와서 스스로 좋아지려고 애쓰는 걸 보니 너무 고맙다” “빨리 회복해주어 고맙다” 등의 의사의 말은 상상할 수 없는 치유력을 가지고 있다.
예상했던 고마움이 아니라, 인사치례가 아니라, 진정성이 묻어나는 칭찬과 감사 말이다.
부모라면 자녀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너 정말 잘 컸구나.  엄마 아빠가 별로 해 준 것도 없는 것 같은데 고맙다.”
아내라면 남편에게 이렇게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 “내가 차린 아침밥을 맛있게 먹어주줘 고맙다.”

인생의 모든 막힌 답답함을 뚫어내고 원초적인 외로움과 고독을 씻어내는 한마디, ‘고맙다’.
자동적으로 화를 내고 자동적으로 내뱉는 부정적인 말이 대부분이라면 더 자주 긍정적인 언어를 써야 한다. 비타민보다, 항우울제 한 알보다도 강력한 효과가 있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서 흘러나오는 치유 광선은 놀랍다.

나쁜 생각에 시달리고 독을 품는 말을 내뱉는 이유는 기억 때문이다. 마치 컴퓨터에 있는 파일을 휴지통에 버려도 완전히 삭제되지 않고 컴퓨터 메모리 어느 구석에 묻혀져 있는 것처럼 고통을 가져다주는 기억들 역시 영원히 폐기되지 않고 우리 무의식의 끝자락에서 쉼 없이 재생되고 있다.
그 기억들은 자기중심적이고 지극히 주관적인 것들이다. 예를 들어 어려서 엄마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자리를 비웠을 때 울어대는 아이는 지극히 아이의 관점에서 엄마가 눈앞에 사라졌다는 게 마치 자기가 버림받았고 버림받을 만한 존재라는 느낌으로 괴로운 기억으로 저장됐을 것이다. 이혼한 부모님들을 바라보는 초등학생은 부모들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좋은 아이가 아니어서 부모가 서로 헤어졌다는 막연한 좌절을 기억장치에 저장했을 것이다. 내 과거가 어찌되었든 내가 다 통제할 수 없지만, 감사와 칭찬이 담긴 긍정적인 말은 내 노력으로 가능하다.

문제는 마음이 아니다. 그것은 기억이다.

문제는 과거의 불편한 기억들이 재생될 때 나타난다. 이를 시련이 아닌 기회로 봐야한다. 폭식증으로 나를 찾아온 환자들에게 이런 이야기로 시작한다. “나를 찾아와줘서, 치료를 결심해줘서 고맙다. 폭식을 없애기 위해서 온 것 잘 안다. 그 문제를 반드시 같이 해결해보자. 하지만 폭식이 영원히 제로로 없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폭식은 나에게 시련을 줘 없애야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면 너무나 괴로울 뿐이다. 폭식이라는 증상을 이렇게 바라보자. 폭식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스스로를 잘 돌보지 못하고 있다는 사인이다. 마치 엔진오일이 떨어지면 자동차에서 경고등이 켜지듯 말이다. 어떤 사람은 폭식이라는 증상으로 사인이 나타나지만, 다른 사람들은 두통이나 조금만 무리해도 팔이 저리는 목디스크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사인이 오면 좌절하기보다는 ‘아, 나에게 쉴 시간이 필요하구나. 내 몸에 무리가 갔구나. 나를 잘 돌봐야겠다’라고 바꿔 생각해야 한다.”

가끔 동료 정신과 의사들이 수많은 정신질환 중에서 어떤 이유로 폭식증에 집중하게 되었냐고 묻는다. 폭식은 쉽사리 고쳐지지도 않고 내과적 문제, 중독, 자살시도 등을 내포한 ‘종합병원’이기 때문에 정신과 의사들이 어려워하는 병 중 하나이다.
내가 만나온 폭식증 환자들은 남을 해치지도 않고 오로지 먹는 행동으로 자신을 괴롭힐 뿐이다. 다들 너무 착하고 완벽주의이며 성실하다. 나는 그래서 폭식증 환자들이 좋다. 과거에 부모의 불화, 버려진 느낌, 낮아진 자존감으로 고통스러운 기억들을 가진 그들이 측은하기만 하다. 타임머신을 타고 되돌아가서 그들의 슬픈 과거를 지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의사인 나도, 당사자도 과거를 바꿀 수 없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재생돼도 현재의 일상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 정도로 둔해지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마치 큰그림을 멀리서 봐야 이해하듯 어떤 일이 실제로 벌어졌던 것인지 객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심리치료의 과정이다. 과연 심리치료가 생각만큼 효과가 있을까. 서양문화에서 시작돼 우리에게는 낯설기만 한 한 심리치료이다. 당사자가 마음치유 책을 읽고 가족, 성직자, 친구들과 이야기해도 남아 있는 감정의 찌꺼기들을 마치 치과에서 정기적으로 치석을 제거하듯이 씻어내는 작업이 심리치료이다. 에베레스트 정상을 향해 오를 때 로컬 쉐파가 외국인 등반객들을 안내하듯이 심리치료사는 상담이라는 여정을 안내하는 가이드이자 숙련된 전문가이다. 여행길에선 마음 속 깊숙이 숨겨둔 기억들을 마주하기도 하고, 그 기억에 대한 현재의 해석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문제는 마음이 아니다. 그것은 뇌다.

‘아는 것도 많고 정보가 넘치는’ 세상이지만 지적 변비에 걸린 사람처럼 여전히 위로받지 못하고 평안과 행복을 끌어당기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제가 약먹으면 좋아질수 있을까요?’라고 부정적인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현대의학의 힘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과거의 속았던 경험, 믿지 못하는 습관 탓에 저절로 이런 말이 흘러나오게 한다.
“그럼요. 약을 한 달 정도 먹으면 많이 좋아지실 거에요. 그래도 안 좋아지면 그건 당신 탓이 아니라, 순전히 의사인 제 탓입니다. 처방을 잘 못내린 저를 욕하세요.”  약물이 마약은 아니므로 갑자기 기분이 나아질 것이라고 환상을 가지는 것은 옳지 않지만, 혈당조절을 위해 당뇨병 환자가 평생 인슐린을 필요로 하듯이 마음 다친 환자에게도 정신과약에 대한 믿음이 요구된다. 

만성적인 허무감에 시달리는 한 여성 환자가 “외로워요, 아무도 날 이해해주지 않아요.”라고 말할 때 “그런 생각을 버려요.”라는 조언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런 생각을 버릴 수 없는 자신이 더욱 한심해지기 때문이다. 위로가 되는 말 한마디는 이것이다. “‘심층 변연계’라는 본능의 뇌에서 우울한 생각을 유발하는 것이니 안심하세요.”

“자꾸 산만해지고 정리정돈이 잘 안돼요.”라고 말하는 자녀가 있다면 방 좀 치우라고 혼내기만 할 것인가. 주의력결핍과 충동성의 문제가 뇌의 전전두엽의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눈이 나쁜 사람에게는 안경을 권하면서 강박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성격을 고치라고 말하는 것은 옳은 일일까. 성격이나 마음을 바꾸는 열쇠는 ‘뇌’에 있는데도 말이다. 

정신과 약물복용을 하는 것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뇌의 구조적, 기능적 이상인데도 성격 탓, 의지 탓은 이제 그만 좀 하자. 굿이미지(Good Image)라는 심리치료센터를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굿이미지는 ‘나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지자는 이야기이도 하지만 원래 타고난 내 모습을 있는 받아들여 ‘생긴대로 살자’는 모티브를 갖는다.

정신과에 오기 전에 스스로 문제가 무엇인지는 정신과 의사나 상담가보다도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이다. 그 문제로 고통받은 자신의 마음을 다독거리고 알아줄 그 무엇이 필요해서 정신과를 온다. 문제가 해결되거나 풀리지 않더라도 적어도 자기 스스로 자신을 더 괴롭히지 않게 되며, 그렇게 버티다보면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없어지거나, 영향력이 줄어든다. 

폭식증 환자들은 음식 자체를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배가 고프다는 걸 느끼고 음식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인데, 배고픔은 곧 살이 찌면 안된다는 두려움으로 이어진다. 많이 먹어서 후회되는 기억이 연결돼 있고, 살이 쪄서 숨고만 싶었던 자신을 수치스럽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폭식이 시작되고 내 마음대로 먹는 것 하나 조절하지 못한다며 스스로를 더욱 괴롭힌다. 

문제는 마음이 아니다. 마음을 치유하는 세 가지 방법은 감사와 칭찬의 언어습관, 스스로를 괴롭히는 기억에서 자유로워질 심리치료, 이를 보좌할 약물치료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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