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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자궁경부암 백신 무료 접종, 백신회사 희색 속 약가인하 압박 커져
  • 현정석 기자
  • 등록 2015-11-02 11:13:54
  • 수정 2020-09-13 20: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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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대하지 않았던 NIP 대상 편입에 매출 상승 예상 … 임상시험 중 국내사 제품 나오면 수익성 급락 우려
자궁경부암백신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서바릭스’와 한국MSD의 ‘가다실’정부가 내년부터 만 12세 이하 어린이에게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us, HPV)를 예방하는 무료로 자궁경부암백신접종을 해주기로 해 백신판매 회사들이 반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복지부는 아동 관련 사업에 내년부터 국가 예방접종 대상 항목으로 만 12세 이하 어린이의 자궁경부암을 포함했다. 이를 위한 예산으로 158억6700만원을 새로 편성했다.

복지부는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편입해 시중 유통 중인 서바릭스와 가다실의 평균 유통가격(병원 납품가격)의 약 76%를 적용한 5만9610원을 1회 접종 백신 단가로 정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만 12세 이하 여자 어린이 대상의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1회 접종단가로 2가 백신 평균 유통가격의 75.4%인 4만8485원이 적당하다고 제시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당초 자궁경부암 예방목적에 맞게 순수하게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2가 백신가격(평균 6만4304원)을 기준으로 백신 단가를 매겨야 합리적이라고 가격 인하를 권고했다. 2가 백신과 달리 4가 백신은 자궁경부암에 더해 생식기 사마귀까지 예방해준다는 이유로 유통가격이 평균 8만6948원으로 더 비싸다.

2가 백신(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서바릭스)은 자궁경부암 등을 유발하는 2종의 바이러스를, 4가 백신(한국MSD의 가다실)은 자궁경부암 및 생식기사마귀질환 관련 4종의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백신을 말한다. 남성까지 접종을 확대하게 되면 가다실만이 곤지름 적응증을 가지고 있어 시장을 독점하게 된다. 서바릭스는 여성에서 예방률이 가다실보다 높은 게 장점이다.

가다실은 자궁경부암의 가장 비중이 큰 호발 바이러스인 16, 18번 바이러스와 외음부 쪽에 발생하는 사마귀인 콘딜로마의 원인인 6번, 11번 바이러스를 예방한다. 서바릭스는 자궁경부암 자체의 예방에 중점을 뒀다. 16, 18번 바이러스만 커버를 하지만 면역증강제로 면역력을 높였으며 31, 33, 45번 바이러스에도 교차 면역반응을 이뤄내기도 한다. 조기 발견이 어려운 자궁경부 선암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처음 들어왔던 2007년에는 회당 접종비용이 20만원으로 3회 기준 60만원이 들었지만 최근엔 3회에 45만원(최저 35만원)으로 낮아졌다. 제약사와 병원의 마진이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내년부터 자궁경부암백신이 NIP 대상으로 편입되면 수요가 확대돼 시장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종근당, SK케미칼, 아이진, 바이오리더스,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등 국내 제약사가 이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어서 2년 이상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서바릭스’와 MSD의 ‘가다실’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하지만 내년부터 현재보다 가격을 인하해야 하는 마이너스 요인이 생겨 총체적인 수익성에서는 별로 나아질 게 없거나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 산부인과병원 전문의는  “자궁경부암 유병률이 떨어지려면 최소한 10년 이상 접종이 이뤄져 집단면역력이 획득돼야 할 것”이라며 “자궁경부암 백신이 NIP에 편입되면 예방접종의 특성상 산부인과보다는 소아청소년과로 환자가 몰려 산부인과로서는 별로 득이 될 게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견임을 전제로 “전세계적으로 관련 백신이 2가지만 나온 것을 보면 백신을 실제 개발해 유효성을 입증하는 데 험로가 예상된다”며 “국내사들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번 자궁경부암의 NIP 편입에는 뜻밖에도 제약사나 의학계의 강력한 요청이나 로비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미국, 영국, 호주, 유럽연합(EU), 멕시코, 필리핀, 에콰도르 등에서 접종을 국가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전세계적인 확산 추세에 맞춰 이번 NIP 편입 조치가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정진엽 보건복지부장관은 지난 8월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이 국산화돼 가격이 낮춰지면 무상접종 연령대를 확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국내에서 현재 백신 개발을 위해 임상 중인 것으로 안다”며 “개발에 성공해 가격이 낮춰지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의 가이드라인은 11~12세 여자 어린이를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3회 접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9~13세 여아에게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을 과거 3회 접종에서 현재 2회 접종으로 지침을 바꿨다. 14세 이상 여성은 3회 접종이 권고된다.

자궁경부암은 국내에서 하루 3명씩 사망하는 대표적 여성암으로 유방암에 이어 2위다. 국내에서는 전체 발병 암 중 4위를 차지한다. 대한산부인과학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9~2013 주요 수술통계를 분석한 결과 자궁경부암으로 하루에 국내 여성 중 10명이 자궁을 절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암센터는 1999년 이후 자궁경부암 환자는 연평균 3.9%씩 감소하고 있지만 20대만 매년 4.9%씩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 비해 성 경험 연령이 낮아지고 성관계 빈도가 높아진 때문으로 추정된다.

자궁경부암의 주원인인 HPV는 정상적인 성생활을 유지하는 거의 모든 성인에서도 감염될 수 있다. 보통 성접촉을 통해 전염되고 성관계 파트너의 수가 많을수록 HPV 감염률이 유의하게 높아진다. HPV는 100여종이 존재하며 이 중 14가지 남짓이 종양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고위험형으로 분류된다. 나머지는 생식기 사마귀 등의 다소 가벼운 질환을 일으키는 저위험형(13종)이거나 미분류군, 고위험추정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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