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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개원가 메르스 후폭풍 여전 … 임대료·임금체납에 홍보 직격탄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8-27 10:21:57
  • 수정 2015-08-27 18: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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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 평균 20~30% 감소, 휴가·경기침체 겹쳐 매출 바닥 … 긴급융자, 의원급은 ‘그림의 떡’

정부는 메르스 환자 발생 및 경유 병·의원 외에 간접피해를 입은 의료기관을 지원하기 위해 4000억원의 규모의 긴급융자 카드를 내밀었지만 “빚만 생길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17명의 생명을 앗아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MERS)은 일반 대중에게 이미 과거의 일로 인식되지만 개원 병·의원들에겐 여전히 골칫거리다. 메르스 사태 당시 급감했던 내원 환자 수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가뜩이나 좋지 않았던 경영수지가 바닥을 쳤다. 지난달 문을 닫은 서울 중구 하나로의원에 이어 병의원의 줄도산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는 메르스 환자 발생 및 경유 병·의원 외에 간접피해를 입은 의료기관을 지원하기 위해 4000억원의 규모의 긴급융자를 실시한다고 밝혔지만 결국 “빚만 생길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대학병원은 조금씩 메르스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분위기지만 개원가의 상황은 여전히 참담하다. 의료계에 따르면 내원 및 입원 환자가 평균 20~30% 줄었으며 건강검진을 위주로 하는 내과의 경우 수진자가 최대 60% 감소하기도 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내과를 운영하는 원장 L모 씨는 “메르스 사태 이후 병원의 이미지 자체가 ‘병을 얻어오는 것’으로 인식돼 환자 수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특히 노인 환자나 영유아 및 소아 환자는 아예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은 호흡기질환과 전혀 상관없는 정형외과, 안과, 치과 등도 마찬가지다. 은평구 Y정형외과 총무팀장은 “환자가 절반 가까이 줄어 직원들 월급 주기에도 빠듯한 상황”이라며 “도수 및 물리치료 등의 할인서비스를 홍보하며 환자를 모으고 있지만 아직 효과는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차라리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거나 들렸다면 정부의 지원이라도 받았을텐데’라는 자조섞인 반응이 병원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대한안과의사회 관계자도 “한동안 백화점이나 영화관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기피하는 현상이 병원에는 아직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그래서 꼭 필요하지 않은 진료는 하지 않고 수술을 미루는 환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개원 안과의 경우 환자가 20~50%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런 상태에서 경기침체와 여름 휴가가 겹치며 경영상황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특히 대관 및 홍보업무 담당자들의 고충이 크다. 대체로 병원 사정이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예산이 깎이는 부서가 홍보과이기 때문이다. 한 치과 홍보팀 관계자는 “병원장이든 오너이든 평소에는 홍보의 중요성을 그렇게 강조하다가도 막상 사정이 어려워지면 가차없이 홍보예산부터 삭감한다”며 “예산도 배정해주지 않으면서 예전과 같은 홍보효과를 기대하니 자비라도 털어야 할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초구 Y정형외과 관계자도 “메르스 여파로 그동안 꾸준히 해오던 언론홍보를 잠정 중단했다”며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단순히 홍보가 문제가 아니라 부서 자체가 없어질 판”이라고 걱정했다.

이처럼 개원가의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는 최대 4000억원 규모의 긴급융자 카드를 꺼내들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은 메르스 집중피해 기간(지난 6~7월) 매출액이 전년도 같은 달이나 전달 대비 10% 이상 줄어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최대 20억원까지 연 2.47%의 금리로 긴급지원자금을 빌려준다.
긴급융자 방안에 대해 “당분간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지만 대부분 부정적인 의견이 주를 이뤘다. 결국 빚만 늘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의협 관계자는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어차피 빚이 되는 융자 신청을 하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당장에 밀린 직원 월급과 임대료를 내기 위해 ‘언발의 오줌누기식’으로 융자를 신청했다가 나중에 쌓인 빚을 감당하지 못해 병원 문을 닫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메르스 외에 다른 요건으로 매출이 감소한 의료기관이 융자를 신청하는 문제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예 융자 대상에서 탈락한 경우도 있다. 은평구 E내과 원장은 “이미 ‘메디컬론’을 이용했던 터라 긴급융자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실망했다.

병협 관계자도 “정부가 시행 중인 융자 정책 또한 근본적인 보상안이 될 수 없다”며 “직원 월급도 주기 힘든 병원에 한해선 도움될 수 있겠지만 결국 저금리 대출이기 때문에 또하나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좀 더 근원적이고 실질적인 보상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긴급융자 방안이 정부의 전형적인 생색내기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복지부 소관 추경 예산안 1조원 중 메르스와 직접 관련된 예산이 7283억으로, 이 중 55%인 4000억원이 의료기관 융자사업으로 채워졌다”며 “매출이 줄어든 의료기관에게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은 사실상 정부가 메르스 피해 의료기관에 대한 손실보상에는 의지가 없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지부는 메르스 발생 후 어떤 의료기관이 얼마만큼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융자를 통해 대출받을 의료기관은 얼마나 되는지 어떠한 사전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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