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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먹으러 백화점 간다 … 프리미엄 식품관 전쟁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5-08-25 19:28:37
  • 수정 2020-09-14 12:3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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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출신장률 두자리수 증가 … 이탈리아·미국서 브랜드 유치, 주변 상인 극심한 반대
지난해 백화점 업계 전체 매출신장률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식품관은 오히려 두자리수 성장하면서 백화점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 최근 쇼핑 트렌드가 모바일과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그동안 명품과 패션으로 고객을 유치했던 백화점 업계가 식품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백화점 업계가 프리미엄 식품관 오픈에 열을 올리는 것은 먹을거리에 점차 눈이 높아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풀이된다. 해외여행 경험이 많아지고 식재료 해외직구 등으로 소비자 수준이 향상되면서 백화점들의 식품관의 고급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백화점 업계 전체 매출신장률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하지만 식품관의 매출신장률은 반대로 두자리수로 성장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식품관 매출신장률은 2012년 18.7%, 2013년 13.5%, 지난해 10.2% 등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의 식품관 매출도 2012년 13.8%%, 2013년 12.6%, 2014년 14.2%로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2012년 11.3%에서 2013년 12.4%로 증가했고 지난해는 5.5% 신장률을 보였다. 

국내 백화점의 프리미엄 식품관 경쟁은 2012년 신세계백화점이 ‘SSG푸드마켓’ 청담점을 오픈하며 시작됐다. 부산 마린시티점, 목동점, 본점에도 푸드마켓을 열며 프리미엄 식품관 열풍을 이끌고 있다. 규모도 가장 크다. 본점과 청담점에 각각 5000㎡에 달하는 푸드마켓을 운영 중이다. 품목 수도 약 2만5000개로 고객들의 쇼핑의 폭을 넓혔다. 유기농으로 기른 농수축산 신선식품에 떡방, 장방, 술방 등 전통식품 전문관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차별화했다. 

신세계에 따르면 SSG푸드마켓 목동점은 지난달 9일 오픈 후 1주일 간 하루 매출 약 1억원 이상을 올리며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고 있다. 기존 청담점, 마린시티점이 이국적인 식재료를 선보였던 것과 달리 최근 트렌드에 맞춰 ‘올바른 식재료를 통한 가치있는 식생활 제안’을 모토로 선정했다. 국내 유기농, 친환경, 로컬푸드, 자체라벨(PL)상품 비중을 기존 푸드마켓보다 약 55% 늘렸고 전체 매장의 약 75%를 식품전문관으로 꾸몄다.

신세계에 이어 두번째로 프리미엄 식품관인 ‘고메이494’를 압구정점에 개장한 한화갤러리아는 식당가와 식재료 쇼핑을 하는 식료품점 공간을 분리하지 않고 합친 ‘그로서란트’(Grocerant, Grocery·마켓+Restaurant·식음시설)를 최초로 시도했다. 정육 코너에서 구매한 한우를 옆에 있는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조리해 현장에서 바로 먹을 수 있다. 조명 설계 당시 ‘셀카’가 가장 잘 나오는 조도를 설정해 젊은층의 셀카 명소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0월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6층에 130년 전통의 이탈리아 고급 식품관 ‘펙’을 오픈했다. 이탈리아 현지 매장과 동일한 종류의 식료품과 와인을 팔고 레스토랑 메뉴와 커피 매장 인테리어까지 현지 스타일을 그대로 따왔다.

이 회사는 펙을 국내에 입점시키기 위해 1년 가까이 공을 들였다. 식품부문장, 식품팀장, 상품기획자 등이 지난해 5월부터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펙 본사를 30여차례 찾아가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펙의 소유주인 레오네 마르조또는 입점 계약에 앞서 잠실 에비뉴엘을 직접 방문해 현장을 살피는 등 깐깐함을 보였다.

AK플라자도 2012년 분당점을 시작으로 수원점, 구로본점에 대규모 프리미엄 식품관인 ‘AK푸드홀’을 열었다. 20~30대 젊은층 고객 비중이 높은 수원점에는 이태원, 홍대, 가로수길 등의 유명 맛집을 입접시켜 고객들의 미각을 사로잡고 있다. AK푸드홀에는 제멜로, 코트도르, 마리앤마사, 장복용과자공방 등이 입점해 있으며 10초에 1개씩 팔린다는 일본 훗카이도 정통 치즈케이크 전문점 ‘르타오’(LeTAO)가 백화점 최초로 정식 오픈했다.

현대백화점도 최근 프리미엄 식품관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 21일 정지선 회장의 역작인 판교점을 오픈하면서 식품관에 가장 큰 심혈을 기울였다. 축구장 2개를 합한 것과 맞먹는 규모의 식품관을 오픈했다. ‘현대식품관’이라는 브랜드도 처음 내걸었다. 분당 상권을 공략하기 위해 세계 최고 식품 브랜드로 꼽히는 이탈리아의 ‘이탈리(EATALY)’를 비롯해 브런치카페 겸 디저트 브랜드인 사라베스, 매그놀리아도 대거 입점시켰다. 이중 이탈리는 전세계 27개점이 운영 중이며, 미국 뉴요커들 사이에 소문난 프리미엄 식품 브랜드다. 1930㎡(600평 규모) 규모로 음식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냄비, 컵 등 주방용품과 요리책도 선보인다. 

일부에서는 백화점 업계의 식품관 확장이 지역 식당 상인의 매출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미 현대백화점 판교점 주변에선 상인 200여명이 모여 ‘현대백화점 판교점 개점 반대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21일 판교점 오픈일에 맞춰 집회를 열었다. 이어 피해 보상과 상권활성화 지원대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대기업의 무차별적인 외식업 진출로 주변 영세상인들이 목숨 걸고 지켜온 골목상권이 붕괴 위기에 처했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현대백화점 측에선 백화점 이용객이 늘어나면 인근 상권으로 사람들이 옮겨가 판교 전체 상권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 상인들의 항의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공격적인 식품관 운영이 어려울 전망이다. 다른 백화점 업체들도 주변 상인들의 극심한 반대에 프리미엄 식품관 확장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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