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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병원 식대 6% 인상·직영가산 폐지 … 대형 급식업체, 어부지리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8-18 23:48:09
  • 수정 2015-08-19 02: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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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협 18%·시민단체 3% 인상 주장, 환산지수 반영 수가 자동인상은 무산 … 중소병원 “치료식 제공하는 대형병원만 유리”

2006년 6월 이후 9년 만에 입원환자의 식대 수가가 6% 인상됐지만 인상폭이 기대 이하에 머무르면서 병원계와 환자 양쪽의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병원계는 식대 수가가 오른 대신 직영가산 및 선택가산이 폐지돼 오히려 수익 개선에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일 서울 마포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입원환자 식대에 대한 수가 인상 및 제도개선 방안을 의결하고 관련 고시 개정을 거쳐 오는 10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의료기관이 입원환자에게 제공하는 식대의 수가는 지난해 식대총액과 비교해 약 6%(986억원 규모) 수준으로 오른다. 앞서 식대 수가 관련 실무협의체 논의에서 병원협회는 18%, 시민단체는 3% 인상을 주장했다.

그동안 병원계는 식대 급여화 이후 9년간 수가가 동결됨에 따라 식사 질 유지가 어렵고 경영손실이 크다며 인상을 요구해왔다. 대한병원협회가 5500만원을 들여 ‘입원환자 식대 수가 개선방안 연구용역’을 의뢰한 결과 현행 수가는 원가의 8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기본식사 가격은 1끼에 일반식(일반환자식, 산모식)은 3390원, 치료식(당뇨병, 신장질환 등)은 4030원, 멸균식은 9950원, 분유는 1900원으로 정해져 있다.
이번 인상안이 반영되면 1끼당 환자 본인부담금은 약 90~220원, 치료식은 320~650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엔 약 484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소요되고, 나머지 502억원은 환자가 부담하게 된다.

그동안 병협은 △식대 현실화 △지나치게 복잡한 가산항목 정비 △환산지수 계약에 따른 자동조정기전 마련 등을 요구하며 복지부와 사전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환산지수 계약에 따른 상대가치점수제의 경우 가입자 측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다. 상대가치점수제는 매년 환산지수 계약에 따른 비용 변화를 반영해 식대 수가를 자동 인상하는 것을 의미한다.
병협은 “수가 6% 인상안의 경우 수가가 원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주장하는 일선 병원들의 동의를 얻기가 힘들었지만 자동조정기전 마련을 조건으로 반대여론을 잠재울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번에 상대가치점수제  자동조정기전 마련에 실패하면서 협회가 초상집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건정심 회의에서 가입자 단체는 식대는 의료행위가 아니므로 환산지수 계약 결과와 연동할 수 없으므로 합당한 다른 조정기전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병협은 환자 식대는 단순한 밥값이 아니라 환자 치료에 필요한 병원 입원료의 일부이기 때문에 환산지수 변화와 연동을 할 수 있다며 맞섰지만 표결에서 밀렸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는 “입원 환자 식대는 본인부담률이 50%이기 때문에 다른 의료행위에 비해 수가가 인상될 경우 환자가 체감하는 부분이 크다”며 “이는 지난 9년간 입원 환자 식대가 정액을 유지해 온 이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식대수가 인상은 단순히 메르스 때문에 어려워진 병원 경영수지의 개선책일 뿐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만약 그렇지 않다면 복지부는 식대 상승에 따라 입원 환자 식사의 질이 향상된다는 객관적 증거를 가지고 시민사회를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병원이 직접 급식 과정 전체를 운영할 경우 인정됐던 직영가산과 환자의 메뉴선택에 따른 선택가산이 폐지되면서 급식의 질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동안 복지부는 의료기관이 영양사나 조리사를 직접 고용해 상근직원으로 두거나 급식 전체 과정을 직접 운영하면 ‘영양사 가산’, ‘조리사 가산’, ‘직영가산’, 환자의 메뉴선택에 따른 ‘선택가산’ 등 각종 명목으로 원래 수가에 500~1100원을 얹어서 줬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복잡한 식대 가산체계를 단순화하기 위해 식사 품질과 관련이 적은 ‘직영가산’과 ‘선택가산’을 아예 폐지하고 일반식의 영양사·조리사 가산항목만 유지하는 쪽으로 식대 구조를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직영가산은 병원이 환자 급식 시설을 외주로 주지 않고 직영할 경우 기본 수가에 끼니 당 620원을 더해주는 제도다.
치료식의 경우 환자 개인별로 식단을 구성해야 해 영양사의 역할이 큰 만큼 치료식에 대해서는 위생과 품질관리를 위해 영양사 수가인 ‘영양관리료’가 신설된다.

규모가 작은 중소 병·의원 개원가는 이번 개정안이 대형병원의 입장만 고려한 것이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한 개인병원 관계자는 “정부는 선택 및 직영 가산을 폐지한 대신 치료식을 대폭 가산해준다고 생색내지만 병·의원급 의료기관은 환자 특성상 치료식을 제공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사실상 가산 혜택이 없는 셈”이라며 “당장 대형 급식업체들은 영세한 병원이라는 이유로 기피하기 때문에 위탁을 거절당하기 쉽다”고 우려했다.

홍정용 중소병원협회 회장은 “이번 수가 인상안은 아랫돌을 빼 윗돌 괴는 식으로 중소병원 식대수가를 빼 대학병원에 몰아준 꼴”이라며 “9년을 기다렸는데 치료식 가산 등 대학병원에만 유리한 인상안이 됐다”고 지적했다.

대형 급식외주 업체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직영을 고수했던 병·의원들이 외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환자급식의 질 유지 등 다양한 이유로 직영을 유지했지만 가산까지 폐지된 상황에서 굳이 신경쓰이고 손이 많이가는 환자급식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의료기관은 하루 3끼는 물론 치료식까지 포함해 4끼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 환자 급식 사업은 이윤이 남는 장사다. 이 때문에 대형 병원 급식업체인 아워홈, CJ프레시웨이, 에버랜드 등 대형급식 업체는 병원 식대수가 인상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는 직영가산 폐지가 대형병원과 급식업체에 배만 불릴 뿐 환자 식사의 질엔 부정적인 영향만 끼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의료연대 관계자는 “급식시설을 직영하면 상대적으로 급식의 질이 좋아지고 식중독 예방 등 안전수준이 향상된다”며 “이번 개정안대로 식대는 올리고 직영가산을 없애면 병원 입장에선 급식을 외주화해 소요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국민 부담을 늘리면서 입원환자 식사의 질은 오히려 낮추고 반대로 병원 이윤은 높여주는 정책이기 때문에 국민 입장에서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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