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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곰국’ 위엄, 러시아식 트레이닝이 각광받는 이유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5-08-13 03:39:40
  • 수정 2016-02-12 13:3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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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련 시절 올림픽 ‘메달제조기’ … 삼보·케틀벨 등 ‘러시아 전매특허’ 격투기도 승승장구

지금도 ‘러시아 코치’나 러시아 선수는 엘리트 스포츠에서 각광받는 존재다.

러시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강함’이다. 격투기 황제 예멜리야넨코 표도르(효도르), 특수부대 ‘스페츠나츠’, 푸틴과 KGB까지 러시아는 차가운 날씨 만큼 무시무시한 근성을 가진 나라 쯤으로 여겨진다. 온라인에서는 러시아를 흔히 ‘불곰국’으로 부르며 러시아 사람들의 근성을 보여주는 이미지를 쉽게 볼 수 있다. 불곰은 러시아의 상징동물로 이런 이미지에 걸맞게 러시아가 강력한 군사력을 지니고, 국민들의 근성이 강하다는 데에서 유래됐다.

이들의 근성은 엘리트스포츠, 군사력 등에서 빛을 발한다. 해외에서는 ‘러시아식 훈련법’이나 ‘러시아식으로 몸 만들기’ 같은 키워드가 심심찮게 보인다. 미국 등 남성매거진에서는 러시아식 트레이닝 루틴을 소개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지금도 ‘러시아 코치’나 러시아 선수는 엘리트 스포츠에서 각광받는 존재다. 사실 특별한 트레이닝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다만 트레이닝 방식이 심플하고, 혹독하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고된 훈련은 소련의 엘리트 스포츠를 키우고 수많은 올림픽과 스포츠대회에서 메달을 쓸어 담는 원동력이 됐다.

최근 웨이트트레이닝 소도구로 인기를 얻고 있는 케틀벨도 메이드 인 러시아다. 작은 주전자나 조그만 핸드백을 연상시키는 이 기구에 대한 러시아의 자부심은 굉장하다. 러시아의 3대 발명품으로 보드카, AK-47소총, 케틀벨을 꼽을 정도다.

공식적으로는 러시아 농부들이 농작물의 무게를 달 때 쓰던 추가 오늘날 쇠로 된 케틀벨의 원형이 됐다는 게 정설이다. 케틀벨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것도 역시 올림픽에서다.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에서 구소련 선수들이 각 종목에서 금메달을 휩쓰는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후 세계 스포츠연구자들은 구소련 선수들의 훈련법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많은 나라 가운데 오직 구소련만이 케틀벨을 이용해 훈련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케틀벨을 이용한 훈련이 처음으로 과학적 효과를 입증받은 셈이다.

이후 1990년대 초반 구소련 특수부대 출신의 파벨이라는 사람이 미국으로 이민을 오면서 북미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가수 비가 트레이닝 할 때 모습이 공개되면서 엄청난 관심을 모으게 됐다.

러시아식 케틀벨 훈련은 WKC(the World Kettlebell Club)로 불리며 스윙 반복 횟수를 늘리는 기록경쟁이 주된 목적이다. 누가 무거운 무게로, 더 많이 스윙하느냐를 겨루는 것이다.

소련 붕괴 이후 ‘메달 제조기’로 불리던 많은 러시아 스포츠 코치들이 서구권으로 옮겨갔고 ‘러시아식’ 교육이 성행하게 된다. 많은 스포츠 코치들은 대개 구 소련에서 나온 트레이닝법에 영향받았다.

이처럼 강렬한 트레이닝법은 엄격한 공산주의의 산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러시아의 특수부대 ‘스페츠나츠’의 악명만 들어도 알 수 있다. 이들은 냉전이 최고조에 달했던 1970~1980년대 가장 규모가 크고 비밀스러웠던 조직으로 여겨졌다. 스페츠나츠는 미국이나 영국의 특수부대와 마찬가지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출발했으며 적진의 중심부를 타격하는 유격전으로 이목을 모았다.

이같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한 게 역시나 피도 눈물도 없는 ‘훈련법’이다. 완전 군장으로 2시간 안에 10㎞를 행군하고, 교관이 그만하라고 외칠 때까지 팔굽혀펴기를 시행하며, 한 번의 휴식도 없이 계속 교체되는 현직 스페츠나츠 요원 4명과 상대해 총 12분간 혹독한 싸움을 벌이는 등 고역스러운 나날의 연속이다.

무엇보다 스페츠나츠만의 격투기를 체득해야 한다. ‘삼보’(Sambo)로 불리는 러시아의 전투형 격투기다. 삼보는 ‘무기를 소지하지 않은 호신술’(Samozashchita Bez Orudija, 사모자시치티아 베즈 오루지야’)라는 뜻의 줄임말이다. 쉽게 ‘맨손 방어술’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삼보는 제정 러시아시대부터 각 지방의 독특한 격투기술을 1917년 러시아혁명 이후 A.하르란피에프가 정리한 것을 기반으로 한다.

크게 △스포츠화돼 타격을 배제한 그라운드플레잉(속칭 그래플링) 위주의 스포츠 삼보 △군인, 경찰이 주로 수련하는 일명 ‘컴뱃 삼보’(러시아어로 보에보에 삼보)로 나뉜다. 타격을 허용하는 컴뱃삼보는 헤드기어와 오픈핑거 글러브를 끼고 싸우며 그라운드에서 펀치하거나 킥을 날릴 수 있다.

러시아 선수들이 종합격투기 무대로 쏟아진 계기 중 하나가 구소련이 해체된 후 삼보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중단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삼보를 수련한 뛰어난 능력의 격투가들은 자신의 활동무대를 찾았고, 마침 일본에서 종합격투기 붐이 일어났던 시기와 통했다.

1991년 창단한 마에다 아키라의 링스(Rings)에 볼크 한, 안드레이 코필로프와 같은 삼보 선수들이 활동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삼보가 점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효도르도 링스에 출전했으며 링스가 해산한 뒤 프라이드(PRIDE)로 옮긴다. 효도르-알렉산더 형제, 세르게이 하리토노프가 활동하면서 삼보는 점점 더 알려지기 시작한다.

많은 러시아 삼보 선수들이 일본 격투기 무대에서 활동해 두각을 나타냈지만 효도르 만큼 큰 성과를 이룬 선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효도르는 타격에서 부족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컴뱃 삼보를 수련한 것과 관련 깊다. 그는 1998년 러시아 군 삼보 대회에 출전, 자신의 체급에서 우승한 것은 물론 ‘무제한급’에 출전해 은메달을 획득하는 성과를 보였다. 타격이 접목된 컴뱃 삼보의 수련으로 종합격투기에서도 안정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

그라운드와 타격의 적절히 조화된 효도르의 삼보는 링스에서 큰 파장을 불러왔고 이후 프라이드의 헤비급 챔피언 왕좌에 오르는 밑바탕이 됐다.

이밖에 ‘러시안’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훈련 중 ‘러시안 트위스트’(russian twist)가 있다. 복부의 내·외복사근을 발달시키는 운동으로 허리라인을 예쁘게 살리는 데 탁월하다. 하지만 왜 ‘러시안’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에 대한 출처는 불분명하다. 그만큼 강도가 높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자리에 앉아 상체를 뒤로 기울여 복직근을 수축한 상태에서 어깨가 좌우로 돌아갈 수 있도록 움직여주는 게 전부다. 단순해 보이지만 중량을 늘릴수록 몸통이 뒤틀리는 느낌이 상당히 괴롭다. 왼쪽으로 회전 후 잠시 멈췄다 복부에 자극을 느낀 뒤, 방향을 바꿔 똑같이 반복한다.

자극을 더하기 위해 앞으로 뻗은 손으로 원판이나 케틀벨을 추가한다. 무게가 과하면 몸이 필요 이상으로 비틀리므로 주의한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운동하되 몸이 흔들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1주일만 시행해도 허리라인이 몰라보게 매끈해져 만족도가 높은 운동이다.  노 페인, 노 게인(no pain, no gai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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