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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성형외과 찾는 진상손님 천태만상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5-08-06 20:16:25
  • 수정 2015-08-10 09:5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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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료시술 요구·병원비방·인격모독으로 괴롭혀 … 수술 이해 없이 만족 못한다며 ‘떼고집’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 중에는 ‘고객은 왕’이라는 이기적인 인식으로 일방적으로 화를 내면서 폭언을 퍼붓는 사례가 적잖다.

서울 강남 모 성형외과 직원들은 최근 한 여성환자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3주 전 복부지방흡입수술을 받은 뒤로 집요하게 의사와 직원들을 괴롭히고 있어서다. ‘성형에 대해서 좀 안다’고 자부하는 여성은 지방흡입수술로 오히려 복부가 망가졌다며 1주일에 한번씩 병원을 찾아 행패를 부리고 있다.

그가 문제삼고 있는 부작용은 바로 ‘유착’이다. 수술 후 복부가 붓고 울퉁불퉁해지며, 주름까지 졌으니 책임지라는 식이다. 하지만 지방흡입수술을 받은지 고작 2주밖에 안된 것을 감안하면 회복 과정 중에 나타날 수 있고,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지방흡입수술은 지름 3㎜ 정도의 캐뉼라를 삽입해 지방조직을 흡입해내므로 진피층과 지방층의 피부조직과 혈관 림프관이 손상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주변 조직은 당연히 상처를 입게 되면서 멍이 든다. 또 일시적인 울퉁불퉁함이 동반되지만 부작용으로 보기는 어렵다. 손상된 피부조직과 혈관, 림프관은 섞여서 밀도가 높은 부종과 뭉침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만졌을 때 동글동글 몽우리가 진 느낌이 들고, 점성을 띠므로 흔히 ‘바이오본드’로 불린다. 이는 당연한 과정이며 시간이 흘러 라인이 잡히면서 사라진다. 완전히 사라지는 데 까지는 최대 6개월까지 본다.

하지만 이 여성은 병원 측에 ‘유착이 분명하다, 나는 말라서 울퉁불퉁해질리가 없다’며 병원에 계속 책임지라는 식으로 공격했다. 새벽까지 카카오톡 등으로 병원 직원들에게 채팅 또는 전화를 통해 책임지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 환자는 “지방흡입 회복에 좋다는 고주파 기계까지 빌렸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했지만 정작 실제로 고주파를 쓴 것은 2회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이 여성이 각종 SNS와 포털사이트에 병원에 관련돼 부정적인 내용을 써가며 공격한다는 것이다. 포털사이트에 올린 고민 글에 대다수 지방흡입수술 경험자들은 ‘시간이 답’이라는 말을 했지만 그는 자신이 듣고 싶은 답만 들었다. 심지어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다른 지방흡입 전문병원을 찾아 자신의 상황에 대해 호소했지만 돌아온 답은 ‘당연한 회복과정이니 기다리라’는 주문이 전부였다. 그래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해당 병원은 이 여성으로 인해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의사를 죽여버리고 싶다’, ‘이정도로 내 몸을 망쳐버린 병원이 망했으면 좋겠다’, ‘사이비같은 사람들이 버젓이 운영하고 있는 게 울화통이 터진다’ 같은 자극적인 제목을 올려댔다. 일부 네티즌들은 글을 보고 함께 욕하며 ‘그 병원을 다시 가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첫 주에는 의료사고를 책임지지 않는 병원이라며 고소장까지 냈지만 병원 직원들의 적극적인 케어와 다른 병원의 소견을 참고해 사과하고 취하했다. 하지만 그러기도 잠시, 이후에도 꾸준히 병원을 비방하는 글을 쓰고 있다.

이 여성은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듣는 환자로, 알고보니 다른 병원에서도 이같은 전적이 화려했다. 스스로 포털사이트에 ‘괜찮은 (시술)결과가 나올 때까지 병원에서 난리치면 마음이 편하더라’는 식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시술을 받은 후 병원에 대한 영업방해가 일상화된 것이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료 재수술’이었고, 의사들의 말대로 회복이 끝나면 슬그머니 발을 뺐다. 그녀의 해결 방식은 ‘아니면 말고’식의 막무가내다.  

성형외과는 미용 목적의 ‘외모 개선’이 주가 되는 만큼 환자들은 디테일한 것 하나하나까지 예민해지기 쉽다. 이런 마음은 이해하지만 자신의 불안함을 병원 직원들에게 푸는 것은 분명 문제가 된다.

객관성 없이 시술에 불만을 털어놓는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 소리지르기, 인터넷에 비방하기, 무료 시술 집요하게 요구하기 등은 그나마 애교로 통한다. 이런 정도는 웬만한 성형외과나 피부과들이 겪는 관례 정도에 그친다.

서울 강남구의 모 성형외과 직원은 최근 한  남성이 병원을 찾아오면서 경찰서까지 다녀오는 일을 겪었다. 퇴근 무렵에 누가 봐도 호감가고 깔끔한 인상을 가진 40대 남성 환자가 찾아와 리프팅 시술을 받았다. 자신을 사업가라고 소개하고 너무 바빠 시간을 내기 어렵다며 시술 결과가 만족스럽다는 말까지 했다. 당시 그는 ‘지갑을 놓고 왔다’며 와이프에게 돈을 부치라고 하겠다며 병원 직원의 연락처를 받고 돌아갔다. 이 남성은 전화로 “어제 바로 시술비를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바로 입금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에 오면 잘 해주실거죠?”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에 직원은 의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러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1주일 뒤 다시 찾아온 그는 무료 필러시술을 요구했다. 직원이 전화로 무료로 시술해주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병원장은 어처구니 없었지만 녹음한 것을 들려주며 ‘잘해주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는 얘기에 큰 소리를 내기 싫어 무료로 수술을 해줬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남성은 또 병원을 찾아 ‘필러가 제대로 자리잡지 않았는데 무료로 보완해줘야 할 것 아니냐’며 행패를 부렸다. 그럴 수 없다는 단호한 병원 입장에 이 때부터 남성은 ‘진상’으로 돌변했다. 처음에 사업가라더니 갑자기 자신이 변호사라며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물론 진짜 변호사는 아니었다.

그는 ‘사소하지만 사람 속을 벅벅 긁는’ 방식을 택했다. 전화로 고함치듯 소리를 지르고, 병원 직원이 전화를 끊으면 재다이얼을 계속 눌러 업무에 지장을 입혔다. 병원을 찾아 사람들 앞에서 비방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병원이 자신이 요구한 수술을 시행하지 않았다며 경찰에 고소까지 했다. 경찰서에서도 이야기를 듣더니 어처구니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처럼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 중에는 ‘고객은 왕’이라는 이기적인 인식으로 일방적으로 화를 내면서 폭언을 퍼붓는 사례가 적잖다. 일부 성형외과에서는 이들 환자를 전담하는 ‘상냥하지만 기가 센’ 직원을 채용할 정도다.

자신이 선택한 성형수술을 ‘마법’ 쯤으로 여겨 수술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없이 기대하는 효과만을 생각하고 수술대에 오르는 사람이 적잖다. 이들 중 일부는 병원 의사나 직원에게 도를 넘는 인격모독 행위를 자행한다. 자신의 화를 애먼 직원들에게 풀며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의 태도는 뒤돌아보면 자신의 ‘흑역사’로 남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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