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세 여성도 살을 빼러 병원을 찾는다. “할머니가 다이어트를 한다고요?”라고 의아해할지 모르지만, 그분도 살을 빼야하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최근 불어난 체중으로 무릎관절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비만클리닉에는 다이어트 고민으로 오는 환자가 초등학생부터 77세까지 폭넓다.
다이어트는 여성들이 평생 가지고 갈 숙제인가 보다. 살이 쪄서 놀림을 받는다는 초등학생, 공부보다도 외모가 더 중요한 사춘기, 남자들의 한마디에도 민감해지는 여대생, 지친 일상에 허덕이다가 주말만 되면 폭식을 일삼는 직장인, 아이를 출산한 뒤 불어난 체중에 적응하지 못하는 주부, 거울을 멀리하기 시작하는 40대 여성, 사춘기 자녀와 불꽃 튀는 전쟁을 치루는 갱년기여성, 빈둥지 증후군로 허전한 60대, 그리고 “이 나이에 무슨 다이어트?”라고 되묻는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각자 나름의 다이어트 이유가 있다.
필자도 그랬다. 어릴 적 통통한 편이었고, 10대에 첫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시험을 앞두고도 먹는 양을 조절해야 했던 의대 시절. 20대의 나 역시 대부분의 여대생처럼 다이어트를 했던 기억이 난다. 인턴 월급의 절반에 가까운 액수를 지불하며 효소다이어트 제품 한 박스를 구매했던 여의도의 한 지하 사무실에 대한 기억도 생생하다. 결국 다이어트는 실패했다.
운동을 안하고 누워만 있어도 살이 빠진다고 해서 들어갔던 보디관리숍. 속옷만 입고 사이즈를 측정 당하며 살쪘다고 혼났던 기억. 수치심으로 가득차 집에 돌아오는 길에 붕어빵 열 개를 사서 한꺼번에 먹었었다. 그만큼을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내가 무서웠다. 의사인 나조차도 살이 찔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체중 스트레스까지 받으니 광고에 현혹된 셈이다.
정신과 의사로 개원하자마자 비만클리닉을 시작해 어언 15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니 우연은 아니었다. 나를 포함해 모든 여성들에게 왜 이렇게 다이어트는 힘든 것일까. 살은 왜 이렇게 죽어도 안 빠지는 것일까. 15년간 임상경험과 비만학회 강연을 통해 성찰해보면 다이어트 때문에 자신을 스스로 사랑하지 못하고 힘들어 하는 이들이 많아 안타깝다.
어느 시 제목처럼, 다이어트 때문에 울고 웃는 수많은 여성분들과 함께 하면서 내린 결론을 내가 ‘이십대부터 알았더라면’…. 20년 전의 나에게 알려주고 싶은 ‘다이어트 시크릿’은 몸을 잘 알아야 살을 뺄 수 있고, 마음을 잘 다스려야 뺀 살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크릿1. 정상인처럼 먹어야 성공한다
몸을 잘 알지 못하고 도가 지나치게 다이어트를 하면 강박증까지 걸릴 수 있다. ‘다이어트강박’은 다이어트 성공을 막는 최대의 적인데도 말이다.
다이어트강박이란 진단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리한 다이어트로 요요현상을 경험하고 나서 살이 찔까 두려워하거나 △정상체중인데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다이어트를 하거나 △1㎏만 늘어도 불안해하고 먹고 나서 운동을 하거나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계속 움직여서 열량을 소비하거나 △하루 종일 다이어트만 생각하느라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면 이를 의심해볼 수 있다.
극단적인 경우 학교를 더 이상 다닐 수 없게 되고, 친구들과 약속장소에도 나갈 수 없으며, 가족들과도 식사하지 못하게 된다. 다이어트강박에 시달리는 사람은 “지긋지긋한 다이어트 이제 그만하고 싶어요. 체중 재는 것 이제 그만할래요. 다른 아이들처럼 저도 정상적으로 먹을 것 다 먹고 살고 싶어요. 가족이나 친구들과 같이 웃으면서 밥 먹고 싶어요. 닭가슴살 좀 이제 그만 먹고 싶어요. 나도 라면이랑 빵 먹어도 되나요?”라고 말한다. 이런 말들만 봐도 다이어트로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 짐작이 된다. 다이어트에서 진정한 승자가 되는 것은 마음다스리기에 달렸다.
시크릿2. 다이어트 성공에 대한 고정관념
마음다스리기의 핵심은 먼저 다이어트에 대한 고정관념을 먼저 바꾸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다이어트는 무조건 ‘빨리빨리’ 감량해야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모 TV방송에서는 육중한 사람들을 마치 가축 다루듯 무게를 재고 살인적인 운동 스케줄로 쓰러지기 일보직전까지 만든다. 이게 다이어트란 말인가? 다이어트 기간과 그렇지 않은 기간에 차이가 나지 않도록 건전한 생활습관을 유지해야하거늘, 지옥훈련을 견뎌내야 성공할 것처럼 호들갑이다.
여자들의 뇌에는 ‘다이어트=고통의 시간’이라는 공식이 일찌감치 프로그래밍되어 버렸다. “다이어트? 헉, 내일부터 해야지. 일단 오늘은 실컷 먹자”라는 이야기 속에 진리가 있다. 다이어트는 미루고 싶은 ‘평생 숙제’라는 말이 맞다. 대다수 여자들은 고교 때까지 공부만하다가 대학에 들어가고나서는 극단적인 다이어트로 자기 성적을 다시 매긴다. 적게는 10㎏, 많게는 20㎏까지 대학 입학 전에 일단 다 빼야만 하는 것. 성형수술의 최고봉은 역시 다이어트.
마치 수능시험같이 ‘체중감량 10㎏’라는 성적표만을 강조한다. 결과만 강조하는 입시문화가 창조해낸 ‘극기 다이어트’는 과도한 음식의 제한, 무리한 운동, 지옥훈련을 낳고 이는 다이어트강박의 가장 주된 요인이 된다. 채소만 먹는 다이어트, 닭가슴살만 먹는 다이어트를 누가 지속할수 있단 말인가. 10대들은 수능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또다시 다이어트 스트레스에 빠져 자신을 채찍질한다.
다이어트는 절대로 고통스러워서는 지속할 수가 없다. 다이어트는 한마디로 자기관찰의 시간이다. 내가 배가 고파서 먹는 것인지, 적당량을 먹으면 배가 적당히 불러오는지, 먹는 속도는 빠르진 않은지, 음식의 종류가 다양하고 건강한 식품인지 체크하는 시간이다.
음식은 곧 나다. 먹은 대로 살이 찌고 체중이 불어가는 법이다. 물만 먹어도 살찌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듯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사람도 정상이 아니다. 하루 활동량이 적당한가, 수면리듬은 좋은가, 생활이 규칙적인가. 다이어트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들여다보는 재충전의 시간이다.
시크릿3. 술집 여자들이 다 날씬한 이유
10대 후반부터 시작된 다이어트는 20~30년 다이어트 인생을 통해서 체중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한다. 체성분 측정표를 보면 50㎏도 나가지 않는데 체지방은 30%가 훌쩍 넘는 20대 여자들이 있다. 20대 중반부터 각종 호르몬이 감소되고 근육량이 줄어들면 뱃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20대 초반까지는 조금만 먹는 것을 줄여도 잘 빠지던 살이 20대 중반부터는 아무리 운동해도 소용이 없어진다. 말라 보이는데 뱃살이 볼록 나온 여성들은 기름진 음식을 적게 먹고 운동만 열심히 하면 뱃살이 잘 빠질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뱃살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여자들도 요즘 복부비만의 원인이 술자리에 자주 노출되기 때문이다. 술 때문에 살찐다고 말해주면, ‘술집 여자들은 다 날씬하고 예쁜데 왜 그래요?’라고 되받아치는 환자들이 있다. 술을 먹어도 괜찮다고 자기합리화하고 싶은 모양이다.
“알코올은 영양소는 없으면서 1g에 7㎉를 내는 고칼로리랍니다. 알코올이 몸에 들어오면 다른 영양소가 산화돼 칼로리로 소모되는 것을 방해합니다. 술은 주로 밤에 먹게 되고 다른 안주를 같이 먹게 되므로 운동할 시간은 없고 안주로 섭취되는 열량이 밤새 그대로 저장됩니다. 소주 한 병을 마셨다면 운동을 몇시간 해야하는 줄 아세요? 3시간 가까이 해야 합니다. 그래도 계속 소주 2병씩 마시겠어요? 20대 후반이 넘었으면 이제는 주위에 술 잘 마신다고 알려졌을 텐데 앞으론 술 못마시는 여자로 이미지 변신하세요. 그동안 마실 만큼 마셔봤고, 놀 만큼 놀아봤잖아요. 꼭 술이 들어가야만 재미있는 건 아니잖아요. 내가 술집여자도 아니고, 왜 상대방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술을 마셔대야 하죠. 내 몸까지 망쳐가면서….”
그럼, 매일 술마시는 술집여자들이 왜 살이 안 찔까? “그분들은 안주나 밥을 안 먹고 밤새도록 술만 부어라 마셔라 하기 때문이에요. 지방과 근육량이 감소하고 영양결핍으로 인해 체중이 적게 나가게 되는 것 뿐이지 생각보다 배가 나와있는 경우가 많아요. 직장인이라면 술자리를 피할 수 없겠지만 아무리 술자리가 많아져도 주 2회로 술 약속을 조절하고 한번 마시고 나면 2~3일 정도 해독할 시간을 줘야 합니다. 술자리 가기 전에 식사를 미리하고 간다든지, 중간중간 물을 많이 마시게 되면 확실히 음주량을 줄일수 있답니다.” 배가 자꾸 나온다면 밤에 먹는 술과 음식을 제일 먼저 체크해보라.
시크릿4. 밥배보다 먼저 채워야하는 빵배
“나는 밥과 김치만 먹고, 별로 먹는 것도 없는데 살찐다”라는 사람의 식단을 살펴보면 국수, 흰 쌀밥, 떡 등 탄수화물 과잉이 흔하다. 다이어트할 때 빵 먹으면 안된다고 참다가 한꺼번에 먹지 말고 ‘보상음식’으로 중간중간에 선물하라. ‘빵=살찐다’는 고정관념을 버려라. 서구인들은 쌀을 먹지 않고 주로 빵을 먹는다.
과일은 살이 찌지 않는다고 한두 개씩 먹게 되는데 식사후 과일은 혈당이 급속하게 치솟아 지방이 많이 쌓이는 원인이 된다.
살빼겠다고 무리해서 운동하면 나면 정말 효과적일까? 수영, 골프, 에어로빅체조를 마치고 식사한 뒤 커피에 케이크를 후식으로 곁들이게 되면 하루 종일 운동한 게 아무런 소용이 없다. 오히려 운동했다는 보상심리로 식사도 많이 먹게 되고 피로감을 잊으려고 단 것을 더 찾게 된다.
많이 안먹는다는 사람들 중에서도 남이 권한다고 따라 먹는 사람들이 많다. 여자들이 특히 더 그렇다. 먹기 싫어도 같이 가서 먹어주는게 예의라고 동참해주다보면 ‘내가 먹기 싫었었나?’ 싶을 정도로 밥을 방금 전에 먹었다는 사실조차 까먹는다. 밥배, 배 따로 있는 사람들은 과일과 디저트가 정 먹고 싶다면 이를 차라리 한 끼 식사로 간주해야 한다. 그래야 죄책감 없이 맛을 즐길 수 있다.
필자는 외식할 때 가끔 달달한 것이 먹고 싶으면 메인요리를 주문하기 전에 먼저 시킨다. 디저트를 먼저 주문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젠 필자의 식습관이 되어버렸다. 먹고 싶은 것을 안먹을 수는 없으니까.
시크릿5. 구석구석 살을 붙게 만드는 자세
어떤 환자가 “골프 치러 나가면 말이죠. 멀리서 샷을 준비하는 사람들 보면 나이가 가늠이 되죠. 가까이 다가가서 얼굴의 주름을 보지 않아도 서있는 자세만 봐도 50대인지, 60대인지 알 수 있어요.”라고 말해줬다.
맞는 말이다. 나이가 들면서 척추의 기립근이 약해지고 자세가 뒤틀려 거북목, 두꺼운 어깨, 우람한 팔, 지방이 쌓인 겨드랑이가 아가씨 시절의 가녀린 상체를 망가뜨린다. 집안일을 많이 하는 주부나 오랫동안 앉은 자세로 컴퓨터 앞에 있었던 직장인이나 마찬가지다. 골반의 뒤틀림, 인대의 과사용, 단단해진 결체조직으로 인해 자세가 구부정해지고 굳어져 있다. 이로 인해 통증이 생기고 두둑해지는 체형이 되어버린다.
이럴 경우 아무리 운동해도 자세만 망가질 수 있으므로 체형교정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자세를 바르게 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근막에 염증까지 생겨서 어깨나 목이 단단하게 뭉치고 좌우가 비대칭으로 보인다면 체외충격파 치료로 해결할 수 있다. 근막의 통증과 염증을 완화함으로써 체형까지 개선할 수 있다. 체형과 자세를 바르게 교정하는 게 비만해소와 항노화의 기본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배가 나오는 사람들은 턱도 앞으로 빠져 나와 있고 어깨가 숙여져 있으며 등이 구부정하다. 하체근육은 대부분 약해져 있고, 다리는 종일 부어서 아프다. 이른 바 ‘저주받은 하체’를 갖고 있다.